[단독] "술 취한 학생 그리워…완전 망했다" 대학가 '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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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4.01.18 20:00 수정2024.01.1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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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서대문 외식업 폐업률 급증
고물가 위기에 대학가 상권 '비상'
서울 서대문구 이대 인근 골목 건물이 줄지어 공실인 모습. /사진=김세린 기자
서울 서대문구 이대 인근 골목 건물이 줄지어 공실인 모습. /사진=김세린 기자"반년 넘게 가게 유지가 어려운 상황인데, 인건비와 음식 재료비는 진작에 오르고 가스비까지 오르다 보니 너무 힘들어요. 코로나 기간 끝나고 학생들이 조금 오는가 싶더니 다시 없어져서 매출이 반토막 났어요. 학생들이 몰려와서 식사 한 끼하고 가는 풍경이 그리울 정도예요"
성북구와 서대문구가 전년 대비 폐업률이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에 구매력이 하락한 MZ(밀레니얼+Z)세대 탓에 대학가 상권이 무너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엔데믹(풍토병화) 후 훈풍이 부는가 했던 대학가에 한파가 지속되는 모양새다."고담시티 됐다"…성북구 폐업률 5.9%P 급증18일 한경닷컴이 행정안전부 지방인허가에서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 데이터를 가공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성북구 폐업률은 16.0%로 전년 대비 5.9%포인트 급증해 폐업률이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그다음으로 폐업률이 많이 늘어난 곳은 서대문구로 전년 대비 4.3%포인트 증가했다.
한경닷컴은 폐업률을 파악하기 위해 폐업 업체 수를 총 업체 수(영업업체+폐업업체)로 나누어 계산했다. 일반·휴게 음식점에는 한식·중식·일식·분식·커피전문점 등 대부분 외식업종이 포함된다. 외식업 폐업률 지표는 자영업 현황을 파악하는 데 유의미한 지표로 활용된다.
표=신현보 기자
표=신현보 기자성북구는 고려대·성신여대·동덕여대·한성대·한국예술종합학교(석관동 캠퍼스), 서대문구는 연세대·이화여대·홍익대가 각각 위치한 곳으로 대표적인 대학가 상권이 형성된 지역이다. 최근 물가 상승 압박이 극심해진 학생들과 사회 초년생을 중심으로 내수가 위축되면서 대학가 상권이 크게 흔들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이날 오전 찾은 고려대 인근 상권인 안암역 주변에는 공실인 상가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학생들이 주로 찾는 맛집도 최근 들어 폐업한 곳이 상당한 것으로 확인된다. 13년째 이곳에서 철판 두루치기 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운영했던 2개 매장 중 한 곳을 정리했다"면서 "임대료와 인건비를 버틸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코로나19 이전 유동 인구가 '100'이었다면 지금은 '70' 수준"이라며 "대학가는 저렴한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 가격을 올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성북구 고려대학교 인근 안암오거리 골목의 모습. /사진=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성북구 고려대학교 인근 안암오거리 골목의 모습. /사진=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고려대학교 인근 공실로 비어있는 상가 건물의 모습. /사진=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고려대학교 인근 공실로 비어있는 상가 건물의 모습. /사진=김영리 한경닷컴 기자인근에서 7년째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는 업주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0% 정도 줄었다. 엔데믹이 오면 상권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유동 인구는 코로나 때와 별반 차이가 없고, 돌아다니는 사람마저 빵을 잘 안 사 먹는다"며 "올해 임대료까지 올라 일단 직접 근무하며 인건비를 최대한 절약하고 있지만 사실 버티기 아주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고려대 출신의 20대 직장인 한모씨는 "씁쓸하지만 친구들끼리 '안암이 고담시티가 됐다'고 이야기한다"며 "후배들한테 들어보면 이젠 학생들이 수업을 마친 후 대학가에서 놀지 않고 성수 등 인근 '핫플'로 떠나는 분위기라더라"고 전했다. 대학생 윤모씨는 "요즘 외식비가 많이 올라 대학가 식당도 '저렴하다'는 메리트가 안 느껴진다"며 "지출을 줄이기 위해 학식을 먹는 후배나 동기들이 전에 비해 확실히 많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