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180306.22030000626
부산항을 출입하는 배가 실제와는 달리 기둥이나 반투명 부채처럼 보이는 경우는 허다하다.
망원렌즈로 찍은 사진에서는 더 명확하다.
그러나 이들이 공식적으로 신기루로 인정된 적은 없다.
달맞이 고개의 해월정에 ‘아무개가 여기서 대마도가 보이는 것을 신기루라 했다’고 적힌 무책임한 안내판이 수년간 있었는데 그마저도 최근에 없어졌다.
개념 착오 때문이라고 본다.
신기루란 빛이 공기 속에서 굴절되어 물체의 모양이나 위치가 달리 보이는 것이니, 바로 저런 것들이다.
전혀 없는 것이 보이는 것은 신기루가 아니라 환상이다.
몽즈 현상, 사막신기루 등으로도 불리는 하방 굴절은 지표 온도와 기온의 차이가 10도 이상일 때 발생한다.
물체가 하부에 하나 더 생겨 상하 대칭 또는 하부 도립으로 보인다.
반면에 빈스 현상이라 불리는 상방 굴절은 물체가 실제보다 높게 나타나 산 뒤에 있는 것이 보이기도 한다.
빛은 밀도가 낮은 쪽으로 들어갈 때는 입사각보다 굴절각이 커지고 반대의 경우 작아진다.
초등학교에서 다루는 내용이나 그림을 그려서 봐야 이해가 쉽다.
밀도차가 크거나, 기압이 높거나, 기온이 낮으면 많이 굴절한다.
대략 9hPa 증가하거나 3도 낮아지면 굴절률이 1% 증가한다.
공기의 밀도는 온난하거나 습윤할수록 낮다.
럭비공처럼 타원인 공기 방울 한 개가 배와 나 사이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공기가 온난 습윤한 경우, 배에서 지표로 하향하면서 럭비공의 상부로 들어가는 빛은 꺾여서 수평이 된 다음, 빠져 나올 때는 상향하게 된다. 그래서 배 아래에 배가 하나 더 보이니 하방굴절이다. 럭비공이 한랭건조 경우이면 그 하부로 하향한 빛이 하방굴절 된다.
반대로 배에서 우주로 상향하면서 온난습윤한 럭비공의 하부로, 또는 한랭건조한 럭비공의 상부로 들어가는 빛은 꺾여 수평이 된 다음 나올 때는 하향으로 꺾이니 상방굴절이 된다. 이 럭비공들이 상하와 좌우에 혼재할 때는 허상이 복잡해서 ‘파타 모르가나’라 한다. 그래서 신기루 관측에서 관측자의 고도는 대단히 중요하다.
부산의 바다는 이런 신기루들이 수시로 출연하는 거대한 천연무대이다.
겨울에는 쓰시마 난류로 표층 수온은 평균 15도이나, 기온은 영하 12도까지도 내려간다.
사막에서 보다 더 심한 온도 차이라 하방굴절이 잦다.
특히 갑자기 추워진 날은 틀림없다.
사막에서 모래밭 밑에 상이 하나 더 생기듯, 배 아래에도 상이 생겨 상하 대칭이 된다.
대칭선 아래에 하늘이 있으니 작은 배는 하늘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대칭선은 배나 섬이 있어야 확인된다.
이 선 아래에 있는 더 선명한 가짜 수평선과의 사이가 허상 영역이다.
흐릿하고 일부만 보인다는 점에서 반사 영역과 다르다.
대마도의 경우 스카이라인은 거의 고정적이나 허상 영역 폭의 변화에 따라 섬이 크게 또는 작게 보인다.
시정 좋은 날 500㎜ 이상의 망원렌즈로 촬영하면 섬의 끝자리에서만 이 대칭선이 확인된다.
허상 영역 안에서 보이는 대마도의 해안선은 거꾸로 선 스카이라인의 반사 허상이지 진짜 해안선이 아니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이다.
사막의 하방 굴절은 모래 위에 허상이 생긴 것이지 전반사의 결과가 아니다.
모래는 전반사를 못 한다.
해상에서 오메가 일출이 항상 생기지는 않으니, 이는 전반사가 아니라는 증거다.
한편 제주도의 남쪽에서 대한해협으로 도는 길은 태풍의 정상 경로이기도 한데, 가끔 온난습윤 럭비공과 상방 굴절의 원인이 된다. 고정 위치에서 찍은 사진에서 대마도가 산봉우리들만 점들로 보이기도 하고, 스카이라인이 다 보이기도 하는 것은 상방굴절의 증거다.
아이디어가 있다. 해안선 따라 다수의 다층 관측탑을 짓고, 매일 신기루 발생을 예보해 주면 이 지역은 광학기술의 메카가 될 것이다.
무대는 70㎞ 뻗어 있는 바다이고, 배우는 부산항을 출입하는 많은 배와 대마도다.
망원렌즈 없이도 보이는 오메가 일출이 다른 지역보다 빈번하니 최소한 관광자원 몇 개는 추가된다.
하루 100만 명도 몰리는 이 지역의 해수욕장들은 덕분에 더 유명해질 것이다. 환상이 아닌, 신기루 같은 희망이다.
부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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