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곧 있으면 수없이 많은 녹스가 내팽겨쳐질 거에요."


언젠가 언리쉬드에서 있었던 일이다. 밤이지만 유난히 포근했던 날이었으나, 마치 한겨울과 같이 드럼통에 불을 피우며 붙어있는 두 소녀가 있었다.


그것은 그저 온기를 얻기 위함이 아니리라. 그들에게는, 아니 그녀에게는 그러한 불빛만이 유일한 희망이었을 것이다.


"이건 분명히 약속을 어긴 거야! 억울하지도 않아? 너는.."


"아니, 괜찮아요.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갈 뿐인데요 뭐."


울먹이듯이 외치는 아쿠님의 말을 잘라먹듯이, 니노가 대답했다.


"... 한 가지 맘에 남는 것이 있다면..."


그러고는 하늘을 장식한 별들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향했다. 주변은 완전히 어두운 탓인지 별들이 한창 더 밝게 빛나고 있었다.


"제 도움이 필요한 많은 분들. 그리고.. 저 없이는 힘든 상대들을 남겨놓고 왔다는 것이 걸리네요."


그러곤 시선을 내려, 모닥불 옆에 있는 잔나뭇가지들을 드럼통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을 기억하나요?"


울상이 되어 겨우내 눈물을 참고 있던 아쿠님의 볼에 한 줄기 물방울이 흘러내린다.


그래, 사실은 아쿠님도 알고 있을 것이다. 나 홀로는 아무 것도 못 하고, 그저 남들에게 도움만을 받아오며 전장에 섰던 날들을.


"제가 처음 왔을 때 저에게 얼싸안고 환대해주시던 그 날을, 저는 아마도 잊지 못 할 거에요."


그러한 아쿠님에게 있어서 자신의 동료가 하나둘씩 사라져가는 것을 누구보다도 많이 보아왔던 아쿠님에게는, 적어도 이 아이만큼은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마찬가지로 그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터인 아쿠님이지만, 끝내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울지 마세요. 다른 분들에게 들었어요. 누구보다도 오랜 삶을 살아오셨던 분이라면서요? 제가 없더라도, 앞으로 더욱 강한 분들이 아쿠님과 함께 할 거에요."


그렇게 말하며 니노는 고개를 푹 숙이며 훌쩍이고 있던 아쿠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는 것과 같이..


"혹시라도 적들이 약해지고 제 보호막이 비록 조금 약해지나마 돌아온다면,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에요. 그러니 우리 다시 만나기로 약속.."


말문을 잇지 못하고 니노의 목이 메어온다. 마침내 니노에게도 눈물이 고여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니노는 끝내 아쿠님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치 아쿠님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쥐어 주려는 것 같이..




아침이 되자, 다 꺼져버린 모닥불 옆에는 한 소녀만이 곤히 자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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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패러디 안하고 그냥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