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4일의 일이다. 내가 갓 9지역 온 지 얼마 안 돼서 에르타포가 좋다길래 질렀을 때이다. 공지창을 왔다 가는 길에, 10

지역으로 가기 위해 언갤에서 일단 심장 덱을 찾아야 했다. 언니새개 최 중심부에 앉아서 녹스를 밸런싱 하는 운영자가

있었다. 에르타포 들크를 사 가지고 가려고 하던 찰나 밸런스 패치 공지가 올라왔다. 밸런스 패치에 쓸만한 녹스 버프 보

다는 너프 양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 같았다.
“좀 너프 적당히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녹스 하나 가지고 게임하면 쓰겠소? 맘에 안들면 다른 게임이나 하우.”
대단히 주관이 뚜렷한 운영자였다. 건의를 상정하지도 못하고 밸런싱 잘 좀 해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패치안을

올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2~3계수나 24%~32%라고 하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고 굼뜨기 시작

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밸런싱 하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만 죽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슬슬 밸패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

할 지경이었다.
“더 조정하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한 들크로 그 정도 꿀빨았으면 됐지, 뭘 더쓰려고 그러냐?”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대부분의 언숭이들이 저번에도 충분히 죽였다는데 무얼 더 죽이겠다는 말이오? 운영자 양반, 외고집이시구먼. 메인 깰

시간이 없다니까요.”
운영자는 퉁명스럽게,
“그러면 다른 게임이나 하우. 난 공증 계수는 2로 하고 증폭은 24%로 하겠수.”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메인 밀기는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조정해 보시오.”
“글쎄, 자꾸 쓰던거만 쓰면 운영이 점점 지루하고 늦어진다니까. 녹스란 제대로 밸런스 맞춰 놔야지, 그렇게 오래 꿀빨

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조정하던 화면을 그냥 켜 놓고 태연스럽게 갤질을 하고 있지 않은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눈팅족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밸런스 패치안을 들고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다 됐다고 내 준다. 사실 다 되기는 예

전부터 다 돼 있던 녹스 들이다.
메인퀘 밀 타이밍을 놓치고 다음 지역으로 가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운영을 해 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유저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난이도만 되게 높힌다.

무과금이나 과금러의 사정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운영자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운영자는 태연히 허리를 펴고 직원들 복지로 신발도 사준다. 그 때,

바라보고 섰는 옆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주변인에 대해 따뜻한 사람다워 보였다. 웃고있는 얼굴과 힘들게 개발했다는 과

거의 경험담에 내 마음은 누그러졌다. 운영자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減殺)된 셈이다.
갤에 와서 패치된 녹스를 내놨더니 갤럼들은 곱게도 죽여 놨다고 야단이다. 예전 쓰던 덱들 보다 참 딜이 줄어들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에서 조금 더 죽은것 같았다. 그런데 덱 장인의 설명을 들어 보니 실명 역시 태그제한으로

인해 기존으로 쓰면 2턴밖에 되지 않고, 증폭을 쓰려고 해도 로리 태그를 꽉꽉 채워넣은 레아 덱에서나 쓸만하다는 것이

었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운영자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옛날부터 사용되어 오는 녹스는 이미 대부분 죽은지 오래고, 한가지 종류만 오래 사용하면 새로 나온 들크들이 팔리지 않

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체제가 없어서 많이 쓰이는 녹스들은 대체제가 없다는 점은 지각하지만 기용도가 너무 높아 다

른 녹스들과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너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순수하게 심혈을 기울여 밸런스 패치안을 만

들어 냈다.
이번 밸패도 그런 심정에서 했을 것이다. 나는 그 운영자에 대해서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따위로 해서 무슨 밸런싱을 해 먹는담.’ 하던 말은 ‘그런 운영자가 우리 같은 언충이에게 멸시와 증오를 받는 세

상에서, 어떻게 유저들이 안심하고 게임하는 환경이 탄생할 수 있담.’ 하는 말로 바뀌어졌다.
나는 그 운영자를 찾아가서 C87 신작 동인지라도 공유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일요일에

갤에 오는 대로 그 운영자를 찾았다. 그러나 그 운영자기 있던 자리에 운영자는 있지 아니했다. 나는 그 운영자가 있던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맞은편 11지역의 레이드를 바

라보았다. 특이한 컨셉의 레이드가 유저들을 유린하고 있었다. 아, 그 때 그 운영자가 저 광경을 상상하고 있었구나. 열

심히 녹스를 깎다가 유저들에게 도전정신을 불어 넣어준 운영자의 모습이 눈앞에 스치어갔다.


그냥 방망이 깎던 노인 드립 하셨길래 심심해서 끄적여봄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