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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토리아 D.O. 에스. 언뜻 사디즘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의 그녀는 명실상부한 에토리나 가문의 주인. 최고의 사업가였다.

사실 사업이라고 하면 전투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될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녀 역시 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앞에 나서기 귀찮았던건진 몰라도 직접 전투에 나서는 타입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녀는 굉장한 도움이 된다. 최고의 사업가는 곧 최고의 컨설턴트다. 냉랭한 어투로 툭 던지듯 내뱉는 충고는 빗나가는 일이 없었다. 바이드라 고원에서도, 세겔마스트 하중도에서도 그녀의 지략은 빛을 발했다.

여군주를 방불케하는 오만함. 근방을 싸늘하게 얼려버리는 냉정함. 몇 수 앞을 내다보는 비상한 머리. 다 큰 딸이 셋이나 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아름다운 외모. 그녀에게 사적인 대화라는 것은 그리 어울리지 않았다. 언제나 묵묵히 도움을 주거나 간단한 요구를 할 뿐이다.

그런만큼, 그녀가 먼저 비밀스런 대화를 원한 것은 의외라고 할 수 있다.

"미안하군. 바쁜걸 알고 있지만 더는 참을 수가 없어서."
"아니, 별로. 지금은 좀 여유가 있으니까."
"그렇다면 다행이군."
"그보다 무슨 일인데?"

그녀는 쉽사리 입을 열지 않았다.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나를 위아래로 한번 훑어본 뒤에야 말을 꺼냈다.

"레브. 나는 죽기 전에 사업가였다. 에토리나 가문의 가주기도 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난 그 당시에는 태어나지 않아서. 듣기로는 제법 훌륭했다고 생각해."
"그런가. 에토리나 가문은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했다. 성공하진 못했지만 신도 암살하려 들었지."

뼈 아픈 이야기일텐데도 눈 하나 껌뻑이지 않는다.

"사업가라는 말과 에토리나의 가주라는 말은 같은 뜻이라는거다. 나는 평생 돈이 안될 짓은 해본 적이 없다. 몇번 빼고는."
"몇 번?"
"그건 나중에 말하지. 그나저나 기억하고 있겠지? 거대한 뱀장어 말이다. 용사냥꾼이 직접 머리에 검을 찔러 넣었던."

당연히 기억하고 있다. 메사 각하. 장대한 호수의 주인이었고, 한번의 몸짓으로 수 명의 재현체를 구현 해제시켰다. 그 뱀장어의 기억을 제대로 봐주지 않고 떠났던건 아직까지도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다.

"기억하고 있어."
"넌 그때 뭘 보았지?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뭐냐고 묻는거다."
"글쎄. 그땐 릴과 아리얄의 일로 머리가 꽉 차있었어서."
"하긴, 그랬겠군."

에스의 시선이 옮겨졌다. 끝엔 에토리나의 세 딸들이 있었다. 아테나가 소녀다운 망상을 말하면 아데루가 태클을 건다. 에토무는 그 둘을 쳐다보고 있었다. 시쿠르는 에토무의 뒤에 자리를 잡았다.

"난 저 녀석들을 봤다. 간단히 죽더군. 시쿠르라는 저 악마를 빼면 별로 쓸모 없어 보이던데."
"냉정한 평가네."
"그럴지도."

에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까진 그녀가 원래 하려던 말은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가 본론이다.

"레브."
"응."
"사람은 두번 산다. 지금 너랑 말하고 있는 이 상태를 말하는게 아냐. 엄밀히 말하면 난 지금 죽어있는 거니까. 사람은 자식으로 태어나서, 부모로 죽는다. 헌신적인 사랑을 받으며 태어난 사람이, 언젠가 자신의 모든걸 내어주게 된다."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

"내가 아까 돈 안되는 짓은 안한다고 했지? 그 예외가 아이들이다. 자녀란건 굉장한 소비원이다. 아무거나 먹일 순 없으니 식비가 든다. 머저리들로 키울 순 없으니 교육비가 든다. 일일이 내가 봐줄 순 없으니 메이드를 고용할 인건비가 든다."
"그리고?"
"그래놓고 내 말을 절대복종하냐면 그건 또 아냐. 오히려 대들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혹시 임신 해봤나? 되도록이면 안하는걸 추천하지. 죽을 만큼 아프니까."
"충고 고마워. 새겨 들을게. 기억해야할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얼굴은 제법 감상적으로 변해 있었다. 철혈이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을 그녀이기에, 이상할만큼 어울리는 표정이었다.

"파산 후. 아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대충 들었다. 솔직히 말해 죄책감은 들지 않는다. 그동안 내가 이 세상 그 어떤 부모와 비교해도 내가 못해준건 없다고 생각하니까. 다만 이건 다르다. 내 앞에서 딸들이 낙엽처럼 쓸려나가는건 보고 싶지 않다. 머리가 날아가도, 내장이 쏟아져도 결국 구현해제 될 뿐이란건 알고 있다. 잠깐 아프더라도 다시 구현되고 나면 이상할정도로 생생하겠지. 나도 겪어봤으니까."
"놀라울만큼 익숙해져서 즐기는 녀석들도 있지."

티레이라던가. 하드코어를 넘어서 이해불가의 영역에 다다른 피학증은 이상한쪽으로 꽃을 피웠지. 별로 권장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거 끔찍한 소리군. 가능하면 나와 같은 때에 구현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노력해볼게."
"여튼 내 평생의 철학인 이해타산도 아이들에겐 먹히지 않았다. 그런데 고작 구현이 어떻고 하는, 그런 시시껄렁한 이야기가 내 가슴에 와닿을리는 없지. 그러니까, 레브. 부탁할게 있다."









지금. 내 앞에는 또 다른 베헤모스가 있었다. 거대한 몸집. 눈을 마주치는 것 만으로도 압도될 지경이다. 그런 사이에서도 늘처럼 겁먹은 재현체가 있는가 하면, 말 없이 검을 쥐는 녹스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발랄한 소녀들은 여전했다. 맘껏 호승심을 불태우는 소녀가 둘. 그리고 그 둘을 바라보는 소녀가 하나. 그리고 그 모두를 관망하는 숙녀가 하나.

숙녀는 소녀들에게 다가갔다. 싸늘하게 내려보는 눈. 붉은 루즈가 칠해진 입술이 말한다.

"나가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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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시간남을때 쓴거야

별로 못써도 날려주냐..?


From DC Wa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