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많은 웹툰 작가들과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메갈리아4를 지지하는 선언을 냈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듭니다. 메갈리아에서 해왔던 일들은 일베와도 견주어 집니다. 일베를 한다는 이유로 회사에서도 퇴직당하는 세상에, 일베와 동급인 사이트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다니요?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흐름에 대해 분석했습니다. 메갈리아가 '양성평등'이라는 프레이밍을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대표적입니다. 실제로 해당 티셔츠의 문구 자체는 온건합니다. 그 티셔츠의 판매자금이 아동성범죄 가해자를 변호하기 위해 들어간다는 사실도, 그들이 원본인 메갈리아처럼 '씹치남' 같은 단어를 운운하는 것도, 알아보려 하지 않으면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먼저 작은 요청을 한 것 뿐이었는데, 어째서 훨씬 더 엄청난 부탁을 들어줄 확률이 높아졌을까? 연구자들은 이러한 방법을 '문간에 발 들여놓기' 기법이라고 부른다. 주민들은 처음의 요청에 동의한 후 자신이 '안전운전'이라는 가치 있는 일에 동참하기로 약속했다고 생각한다. 2주일 후 조교가 다시 접근했을 때, 주민들은 자신이 의식 있는 시민이라는 인식에 맞게 일관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설득의 심리학 2』, 로버트 치알디니
웹툰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들 간의 군중심리 때문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들의 사교행위가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는 추론입니다. 웹툰 부머라는 사이트를 보면 이 역시도 타당하게 느껴집니다. 웹툰 작가들의 친목 사이트로 알려진 이 곳은, 현재 인터넷의 지배적인 의견과는 정 반대인 여론을 형성합니다. 자신들이 옳다는 집단적인 사고가 비판적인 사고를 방해할 지도 모릅니다.
어느 쪽도 나름 설득력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부족합니다. 이러한 분석들은 왜 메갈리아를 지지하기 시작했나 라는 의문을 풀어줄 뿐입니다. 이런 격한 비판에 저항하면서까지 아직도 지지하는 이유가 되지는 못합니다.
현 상황을 분석해봅시다. 지금까지 그들의 팬이었던 사람들이 등을 돌렸습니다. 레진을 탈퇴한 사람들의 수는 이미 수 천 명에 달합니다. 한 명 한명이 적게는 만 원에서 많게는 몇 백 만원까지 결재했던 사람들입니다. 경솔한 발언으로 회사에서 퇴직당하는 사람도 나왔고, 직장이 없는 작가들 역시 앞으로 일을 받을 때 다양한 지장이 생길 것입니다.
양성평등 지지나, 동종업자들 간의 사교 관계가 이런 반대를 무릅쓸 만큼일까요. 이 사건은 단순한 안티 팬들의 준동이 아닙니다. 그들의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메갈을 지지합니다. 나중에 흑역사로 꼽힐 만한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켜가면서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그렇게까지 하며 맞서는 걸까요.
바로 비판 때문입니다. 네티즌들이 그들을 비판하기 때문입니다.
엉뚱한 분석처럼 보입니다. 단지 비판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일을 한다는 것은. 게다가 이번처럼 무거운 사안에서는 더욱. 자신의 커리어와 생업에 막대한 피해를 감내하면서 메갈을 옹호하는 게, 겨우 비판받았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라는 건 믿겨지기 힘듭니다.
그러나 비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가벼운 문제는 아닙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에 대해서 아십니까?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부모와 집안의 격렬한 반대에 직면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이 탄압받을 수록 그들의 애정은 더욱 깊어져 갑니다.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자신이 '양성평등'을 지지하면 주변에서 호응해줄 것으로 기대했을 겁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그들에게 호응하긴 커녕 정반대로 강한 반대의사를 드러냈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그것을 원상태로 회복하기 위해 더 강하게 저항하기 시작합니다. 일종의 반발심리인 셈입니다.
「우리는 아무런 저항감이나 별다른 감정 없이 생각을 바꾸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러나 만일 누군가 우리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기라도 하면 분개하며 고집을 부린다. 우리는 믿음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는 놀라울 만큼 경솔하지만, 누군가가 우리의 믿음을 빼앗아 가려고 할 때에는 그 믿음에 쓸데없이 집착하게 된다.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그 생각 자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로부터 도전받는 우리의 자존심인 것이다.」 『정신의 발달 과정』, 제임스 하비 로빈슨
그들의 시작은 그저 무지와 오해에서 시작된 실수였습니다. 만약 본인들이 스스로 메갈리아4의 본질을 깨달았으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비판을 받기 시작하면 그렇지 않게 되어 버립니다. 남들의 지적을 받고서, 자기가 틀렸음을 인정하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심지어 교도소에 갇힌 범죄자들조차 자신을 옹호하고 변명하는 게 현실입니다. 명백한 범죄조차도 반성하지 않는 게 사람의 심리라면, 이번 사건에선 어떻겠습니까?
"자기 의사와 반대로 설득당한 사람은, 그래도 자기 의견을 굳게 지킨다." 고 합니다. 역설적인 말이지만, 이번 사건에서도 그 사례는 존재합니다. 공개 계정으로는 사과문을 올리고서 부 계정으로 네티즌들을 욕하다가 적발당한 사람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네티즌의 압박에 못 이겨 굴복하는 사람들도, 속으로는 불만을 품고서 사람들을 원망할 것입니다.
「비판이란 쓸데없는 짓이다. 비판은 인간을 방어적 입장에 서게 하고 대게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을 정당화하도록 안간힘을 쓰게 만들기 때문이다. 비판이란 위험한 것이다. 그것은 한 인간의 소중한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고, 그의 자중심에 손상을 주고 원한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비판이 불러일으키는 원한은 직원들과 가족, 친구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그러면서도 비판한 상황을 개선시킬 수 없다.
그들에게 틀렸다고 말한다면 그들이 과연 당신에게 동의하겠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왜냐하면 당신은 그들의 지성, 판단, 자만심, 그리고 자존심 모두를 직접적으로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그들도 당신에게 반격을 가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마음 따위는 염두에도 없다. 칸트나 플라톤의 논리를 모두 동원해서 설명해도 상대방의 의견은 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미 그들의 감정을 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카네기 인간관계론』, 데일 카네기
물론, 비판만이 원인은 아닙니다. 앞서 말한 군중심리 역시 작용했을 겁니다. 그들은 트위터, 웹툰 부머, 그 외 단체 카톡방을 통해 자신과 동조해주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세상 모두가 그들을 비판한다고 해도 그들에게는 의미 없는 일입니다. 그들이 속한 커뮤니티에선 모두가 동조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아마 사태의 심각성을 아직도 잘 모를 겁니다.
가용성 휴리스틱이라고 표현합니다. 주위에서 자신이 떠올릴 수 있는 사례가 많을수록, 그 사건이 더 많이 일어날 거라고 확신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들은 아직도 자신의 동료들이 메갈을 지지하는 모습을 흔하게 만납니다. 외부인들이 얼마나 격하게 메갈을 매도해도 그들의 머릿속엔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잘 아는 사람들이 메갈을 지지하는 걸 많이 떠올릴수록, 메갈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실제보다 더 많이 있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우리 머릿속에 들어 있는 세계는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즉, 사건의 발생 빈도에 대한 우리의 예상은 우리가 노출되는 메세지의 영향력과 감정적인 강도로 인해 왜곡된다.」 『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카너만
인지부조화에 따른 자기합리화 역시 사태의 격화에 한 몫 합니다. 제보자들이 말하는 메갈리아4의 실체는 그들이 했던 행동을 되돌아보게 만들었을겁니다. 그러나 그들은 잘못을 인정하는 대신 사고방식을 메갈에 맞추어 바꿔나갔습니다. 처음에는 온건한 말을 하던 사람들이 갈수록 과격한 발언을 하는 걸 모두들 보셨을 겁니다. 이를 두고서 '숨겨진 본성이 드러났다' 며 학을 떼는 사람도 있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그들은 메갈이 추악하고 더러운 만큼 더욱 자기합리화를 강하게 했을 뿐입니다.
이런 모습과 유사한 행동양식을 보이는 게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들입니다.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들은 자신이 한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더욱 광신적으로 종교에 빠져든다고 합니다. 이성적으로 보았을 때, 그 종교를 선택한 것은 분명 오류입니다. 하지만 종교에서 발을 빼는 것은 자기가 잘못했다는 걸 인정하는 일입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을 부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그 대신 자신의 마음을 자기가 한 일에 맞추어 고쳐나갑니다. 즉, 자신은 지금 하는 일에서 큰 보람과 가치를 느낀다며 스스로를 속이게 됩니다. 아직도 다수의 사람들과 싸우는 그들의 심리상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웹툰 작가들과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메갈을 지지하기 시작한 건 사소한 계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메갈리아4의 티셔츠가 온건한 문구로 자신들을 포장했기 때문이고, 친분 있는 사람들이 메갈을 지지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째서 지지하기 시작했냐는 이제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제 중요한 건 그들이 왜 아직도 지지를 그만두지 않는지 입니다.
네티즌들의 날선 비판은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렸습니다. 그들의 커뮤니티는 자신들에게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메갈에 대한 인지부조화는 그들이 자기합리화를 하게끔 유도했습니다.
비판이 거세질수록, 그들의 방위본능은 더더욱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커뮤니티의 끈끈함은 더욱 공고화 될 테고, 자기합리화의 결과물이 쌓일수록 인지부조화는 점점 더 심해집니다. 눈덩이가 비탈을 구르면서 더욱 커지듯 그들의 심리상태는 더욱 극단으로 향하게 될 겁니다.
참 아쉬운 일입니다. 이번 사태에 연루된 사람들 중, 제가 개인적으로 지지하던 사람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제가 '여신님'이라고까지 부를 정도로 찬양하던 'O'ne 작가님(개인지도 구입했습니다), 영화 데드풀에서 훌륭한 자막 번역 솜씨를 보여준 황석희 씨, 유려한 필력으로 시대를 앞서간 명작을 남기신 모베 작가님, 게임 '언리쉬드'에 양질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제공해준 수많은 작가님들.
그 분들의 재능은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들의 작품은 찬사가 아깝지 않았습니다. 지금, 그 분들에게 깊은 실망을 품은 지금도, 그 분들이 실수를 인정하기만 하면 저는 얼마든지 그 분들을 환영할 겁니다. 단지 한 마디, 거창한 사과문은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잘 몰라서 그랬다는 짤막한 한 줄 만이라도 있다면...
하지만 무리겠지요. 적어도 지금의 모습으로 봐서는 무리입니다.
시국은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레진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한국의 서브컬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불신과 반감을 품었습니다. 그런데도 사건의 해결은 멀기만 합니다. 모두의 마음 속에 지워지지 않을 상처와 앙금을 새기면서 말입니다.
메갈리아를 지지하는 건 잘못된 일입니다. 그걸 자각했더라면 작가들도 지금처럼 행동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심각합니다. 그 사람들을 아무리 비판한다고 해도 엎질러진 물을 닦아내려 하진 않을 겁니다. 게다가 이미 자기합리화로 저지른 언행이 수없이 쏟아졌습니다.
이 일이 마무리 지어졌을 때, 과연 한국 서브컬쳐 계에는 누가 남아 있을지, 남아 있기는 할지... 두려워질 정도입니다. 지금 상태만이라도 좋으니 여기서 봉합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세 줄 요약.
1. 이제 중요한 건 그들이 메갈을 지지하기 시작한 이유가 아니라 왜 아직도 지지하느냐이다.
2. 그 이유는 비판에 대한 반발심리와 군중심리, 인지부조화에 이어진 자기합리화이다.
3. 한국 서브컬쳐 다 망하게 생겼다!
덧.
그렇다고 잘못된 일을 비판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잘못을 지적하지도 못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지도 않습니다. 정당한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는 게 자랑은 아니니까요.
이 사건에서 드러난 몇몇 작가들의 우려스러운 직업의식을 보면, 그런 대응을 한 것도 이해가 갈 정도입니다. 한숨밖에 안 나올 정도더군요. 이번 사건이 강력한 자정 작용이 되어 더욱 뛰어난 작품들이 제작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날
아
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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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림
아 출처 안썻다 근데 다시찾을라니까 못찾겠다
출처 여기인가봄 http://egloos.zum.com/skyfoxear/v/2207625
울면서 개추를 박지 않을수가 없었다 ☆
광광우럭따
오네갓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