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신미. 맑음. 사경에 꿈을 꾸었는데, 내가 말을 타고 언덕 위를 가던 중 말이 발을 헛디뎌 냇속으로 떨어졌으나 나는 넘어지지 않았다. 그리고는 막내 아들 면(葂)이 나를 껴안는 듯한 형상이 보이는 듯 하더니 잠에서 깼다. 무슨 징조인지 알 수 없었다. 저녁이 되어 천안에서 온 사람이 집[8]의 편지를 전하였는데 열어보지도 않았건만 살과 뼈가 먼저 떨리고 마음이 황란(慌亂)하였다. 겉 봉투를 대강 열어보니 그 겉에 예(䓲)[9]가 쓴 '통곡'이라는 두 글자가 보였다. 이내 면(葂)이 전사했다는 걸 알고 나도 모르게 낙담하여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통곡하고 또 통곡하도다! 하늘이 어찌 이렇게 어질지 못하실 수가 있는가. 내가 죽고 네가 사는 게 올바른 이치인데 네가 죽고 내가 사는 것은 무슨 괴상한 이치란 말인가. 온 세상이 깜깜하고 해조차 색이 바래보인다. 슬프다 내 작은 아들아,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갔느냐! 출중하고 영민하여 하늘이 세상에 남겨두지를 않으시는구나. 나의 죄가 네게 화를 미쳤구나. 나는 세상에 살아 있지만 장차 어디에 의지하랴. 부르짖고 서글피 울 뿐이다. 하룻밤을 넘기기가 한 해와 같도다.
일기
[졸렬]편익(rude0173)
2026-05-23 21: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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