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당시 말실수가 아니라 알려주고 싶었던걸까
박근혜는 바지사장, 헬조선 진짜 주인은…
프레시안 2016.07.06. (수)
강양구 : 사실상 한국 대통령은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한시적 바지사장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박노자 : 바지사장이죠. 경제 정책은 삼성경제연구소가 세우죠. 이런 형태에서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는 사실 다 부차적인 얘기일 뿐이죠.
100 년 후 역사학자는 지금의 한국을 '신식민지-신자유주의 대한민국의 말기'로 보/지 않을까 합니다. 그들이 지금 시대 역사를 쓸 때 대통령이 독재자 딸이었는지, 인권 변호사 출신인지, 1970년대 학생 운동을 했던 사람인지 중요한 의미를 두지 않을 거예요. 지금 우리가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 총독이 누구였는지 관심을 두지 않는 것과 같죠. 누가 총독이 되든, 일본 본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는 총독부 정책의 큰 기조는 그대로였으니까요.
김종배 :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피고용인 입장에서도 새누리당 정권과 민주당 정권의 차이가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박노자 : 당연히 차이는 있죠. 어찌됐든 대통령 후보가 자기 차별화를 하지 않으면 선거를 치를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 수준일 뿐입니다.
삼 성에서 직접 고용한 노동자 수가 14만 명 정도로 미미합니다. 나머지는 다 하도급, 하도급, 하도급이죠. 이런 식으로 단가를 낮추고, 그렇게 해서 국제 경쟁력을 갖추죠. 그리고 순환 출자 구조도 재미있죠. 그들(노르웨이 대학생) 시각에서는 범죄 집단에 가까운, 마피아적 특성을 가진 기업 집단이죠.
박 노자 :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쓰고 나서, 그 책에 관한 반응을 보면서 저는 양심의 가책이랄까, 그런 비슷한 생각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당시 대한민국이 신자유주의 체제로 재편되면서, 특히 기업이 더는 민족주의에 기댈 필요가 없어졌어요. 이제 기업이 원하는 건 외국인 투자죠.
지금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이 큰 기업은 해외 생산 비율이 70% 이상이죠. 이들 기업은 이미 국제적인 신자유주의 세력입니다. 이들에게 한국의 민족주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심지어 장애물이죠. 아니나 다를까, 2000년대 중반부터 뉴라이트가 집결했잖아요. 이들은 과거 좌파 민족주의 비판에 열을 올립니다.
그 만큼 주류의 주문이 강력했던 겁니다. 비록 제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제 책이 그런 분위기와 맞아떨어졌다면, 저로서는 반성해야 할 일이죠. 의도하지 않았지만, 제 책이 대한민국 주류의 이해에 봉사했으니까요. 그래서 어느 시점부터는 민족주의 비판과 같은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제 대한민국 주류가 더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웃음)
또 한 가지 현실이 있습니다. 한국의 대기업은 현존하는 독재 국가입니다. 삼성이나LG나 현대자동차는 세습제 왕조 사회입니다. 군대와 같은 규율이 지켜지고, 고위층의 부정부패가 항상적으로 발생합니다. 국가는 그나마 민주화됐다고 말할 수 있는데, 대기업이 민주화된 적은 없습니다. 앞으로 될 것 같지도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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