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교의 파문은 교회사에서 흔한 일이 아닙니다. 주미 교황대사를 지내며 미국 교회 내에서 벌어진 조직적이고 뿌리깊은 부패와 추문, 그리고 철저하고 조직적인 은폐를 목도했던 비가노 대주교는 2018년 공개서한에서 이 모든 사실을 고발하며, 관련 증거 자료와 문헌의 공개 및 교황 프란치스코를 포함한 모든 연루자의 사임을 요구했습니다.
2018년 8월 22일 배포된 비가노 대주교의 공개서한 「증언[Testimony]」 전문을 읽으며 통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해외의 주류 언론에는 매캐릭 추기경 개인의 비위 사실 위주로 보도가 되었으며, 국내 언론은 더욱 더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보도만 이뤄졌습니다. 다년간 교회의 최고위 성직자들이 연루됐던 은폐 정황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증언」의 골자인 “교회를 삼키고자 하는 적그리스도 도당의 총체적 공세”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으며, 국문 번역이 이뤄지지 않아 국내에서는 더욱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로부터 무려 7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비가노 대주교가 용맹히 고발했던 교회 내부의 조직적 부패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베르고글리오[프란치스코]와 그의 도당 역시 축출되지 않았습니다. 베르고글리오의 배교는 교회 내부의 조직화된 부패를 은폐하고 독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회가 이천 년 동안 피 흘리며 수호해온 신앙의 보고에까지 마수를 뻗쳤습니다.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의 마지막 시노드가 될 것으로 보이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의 구현”을 강조하며 그의 적그리스도적 재위를 매듭지었습니다. 2024년에 폐막한 이 시노드는 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가장 중요한 회외라는 평가를 받으며, 성교회에 대한 베르고글리오의 지속적인 공세가 지속될 수 있는 포석이 됐습니다.
이러한 16차 세계주노시노드의 내용을 보면 베르고글리오가 고집해온 교회 해체 공작과 사도좌 격하 음모가 더욱 분명해집니다. 베르고글리오는 주교대의원회의에 관한 교황령 「주교들의 친교 [Episcopalis Communio]」 18조에서 회의 최종 문서가 “교황의 명시적인 승인을 받는다면” 또는 “교황이 대의원 회의에 의결권을 부여하였다면”, “최종 문서는 베드로의 후계자의 통상 교도권[Ordinary Magesterium of the Successor of Peter] 문서에 포함된다”고 밝히며, 별도로 사도적 권고를 발표하지 않고 이 최종 문서를 그대로 승인해 사도좌의 교도권을 다시 한 번 약화시켰습니다. 또한 거룩한 보편교회를 시노드를 통해 조종할 수 있는 시노드적 대립교회로 변질시키고자 하는,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성교회를 파괴하고자 하는 적그리스도적 세력의 하수인임을 드러냈습니다.
2차 바티칸 공의회가 1965년에 확립했던 시노드 회의 제도의 씨앗이 그로부터 59년이 지나 교도권을 넘보며 부정한 결실을 맺은 것입니다.
베르고글리오는 재위 기간 자신의 부패한 친위대로 교회의 요직을 채우는 것은 물론, 교황 선출 비밀 회의인 콘클라베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단에서도 추후에 자신의 파벌이 최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물밑작업을 지속해 왔습니다.
이처럼 베르고글리오는 사도좌의 교도권과 통치권을 남용하여 교회 해체 작업을 해왔으며, 이것이 베르고글리오 사후 교회의 미래가 밝지 않은 이유입니다.
비가노 대주교의 2018년 서한 「증언」과 2024년 서한 「로마를 고발함」의 전문을 보면 언론 보도가 얼마나 미흡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언론은 일관적으로 교회 내부에서 벌어진 고위 성직자들의 성 비위 자체에만 초점을 맞춰 이를 보도했으나, 비가노 대주교의 두 서한은 이러한 문제가 교회 내부에서 벌어지는 반역의 썩은 열매일 뿐이며, 그 근원은 훨씬 깊고 오래됐다고 말합니다.
언론이 간과한 「증언」의 핵심은 바로 이것입니다. 세간에 알려진 소수의 고위 성직자들의 비위는 개별적인 범죄에 국한되지 않으며, 이미 조직화된 양상을 충분히 띄고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차원이 아닌 조직의 차원이라는 것입니다. 비가노 대주교는 교회 내부의 “동성욕자 네트워크”가 교회를 잠식하고 있으며, 신학교에도 침투했다고 말합니다. 또한 비가노 대주교에 따르면 고위 성직자들의 비위는 조직적인 은폐 시도에도 불구하고 몇몇 용맹한 성직자들의 투지로 인해 오래전부터 교황청으로 보고가 이뤄졌으며, 여기에 대한 시의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교황청의 무지를 기각하고, 능동적이고 구체적인 은폐 공작의 존재를 방증합니다.
더 나아가 이 추문의 중심에 서있는 매캐릭 추기경에 대해서도 두 가지 충격적인 사실을 고발합니다.
첫째는 2019년 사제직을 박탈당한 매캐릭 추기경이 과거 추기경단에 금전을 앞세워 교황 선출을 포함한 광범위한 분야에서 실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이를 통해 베르고글리오 선출에도 큰 역할을 했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베네딕토 16세가 내부 징계를 통해 제재한 매캐릭 추기경을 베르고글리오가 복권했다는 점입니다.
교황청은 2020년 11월 매캐릭과 관련된 보고서를 발간하며, 전임 교황이 매캐릭 추기경 의혹을 방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안과 관련된 총체적 진실은 이러한 주장을 온전히 기각하며, 이 보고서의 목적이 오로지 베르고글리오의 책임 면피를 위함이었음을 보여줍니다.
베르고글리오는 즉위 직후 로마의 교황 대사들과 면담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비가노 대주교는 매캐릭을 마주쳤고, 매캐릭은 의기양양한 어투로 자신이 교황을 알현했고 다음 날 중국으로 간다고 말했습니다. 그날 비가노 대주교는 베르고글리오와 면담을 했고, 이 자리에서 베르고글리오는 매캐릭의 세평에 관해 물었습니다. 비가노 대주교는 교황청 주교성에 매캐릭의 비위를 총망라한 방대한 분량의 서류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비가노 대주교는 이 사건에 대해 회고하기를, 베르고글리오의 이러한 질문의 저의는 자신의 매캐릭 지지 여부를 파악하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베르고글리오와 로마의 고위 성직자들이 매캐릭 추기경을 이토록 보호했던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가노 대주교께서는 여기에 대해서도 언급하십니다.
매캐릭 추기경은 2005년 베네딕토 16세를 선출한 콘클라베에서 선거권을 지니고 있었으며, 2013년 프란치스코를 선출한 콘클라베 역시 콘클라베 준비를 위한 추기경 회의에 참석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이 사실을 비가노 대주교는 추후에 알았다고 합니다. 매캐릭 추기경은 2013년에 비위로 인해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내부 제재를 받은 상태였으나, 그럼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며 추기경 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가히 놀랍습니다.
매캐릭 추기경이 2013년 10월 빌라노바에서 한 강연에 따르면, 로마에서 영향력이 있는 한 인사가 찾아와 차기 교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바로 이 자리에서 베르고글리오가 처음 거론됐으며, 그 이전까지 베르고글리오는 교황 후보로 그 누구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이 인사는 베르고글리오가 훌륭한 교황의 자질을 갖췄다며, 베르고글리오를 지지하자는 말을 했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매캐릭 추기경의 범죄 행각은 로마에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고, 그는 이로 인해 징계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전언에 따르면 징계 사실을 전한 주미 교황대사 피에트로 삼비는 매캐릭을 복도에서까지 고성이 들릴 정도로 한 시간 동안 강하게 문책했다고 합니다. 이런 매캐릭이 어찌 콘클라베 준비를 위한 추기경 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비가노 대주교가 공개서한을 통해 이 모든 사실을 소상히 고발했음에도, 언론에는 이러한 내용이 제대로 보도되지 않은 점은 유감입니다.
비가노 대주교의 2024년 공개서한 「로마를 고발함」은 2018년 공개서한 「증언」의 연장선이며, 이러한 맥락 속에서 해석해야 합니다. 비가노 대주교는 「로마를 고발함」에서 로마가 배교의 세력에 본격적으로 잠식당한 시점으로 2차 바티칸 공의회를 지목하며, 그 이후 사도좌는 공석이라고 선언합니다.
이는 교회 내부의 부패와 조직적인 은폐, 그리고 묵인을 넘어서서 여기에 동조하며 사탄의 무리를 비호한 베르고글리오에 대한 비판이 골자였던 「증언」보다 더욱더 근원적이고 총체적이며 파격적인 발언입니다.
2018년 비가노 대주교는 공석주의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1960년대부터 사도좌가 공석이었다는 주장을 그가 오래전부터 수용했다면 어찌 가톨릭 교회의 성직자가 되었겠으며, 주교로 승품된 이후에도 로마를 위해 수십 년 동안 헌신했겠습니까?
「증언」에서 비가노 대주교는 자신이 교황청의 고위 성직자로서 목도했던 조직적인 부패와 음모에 대해 더는 침묵할 수 없기에 이를 공개적으로 고발하며, 그 이전까지 침묵했던 것은 교회가 스스로 이러한 부패를 척결하고 자정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24년, 비가노 대주교는 이러한 부패와 음모의 연원으로 2차 바티칸 공의회를 지목하며, 이를 교회를 집어삼키고자 한 사악한 계략의 일부로 천명했습니다.
이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비가노 대주교에 따르면 교회의 “현대화”라는 미명하에 프리메이슨과 개신교 목사들이 참여했던 2차 바티칸 공의회는 오로지 교회만을 노리는 음모가 아니며, 이 음모의 성질은 오로지 영적이거나 오로지 정치적인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교회의 교리적, 도덕적, 전례적 가르침에 기반한 전통 사회,” 즉 기독교 문명에 대한 총체적인 공세이며, 교회를 무너뜨리기 위한 공작은 이러한 총공세의 전부가 아닌 일부인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이 공세는 온전히 영적이거나 정치적인 것이 아니며, 영적인 성질과 정치적인 성질을 복합적으로 띄고 있는 것입니다. 교회에 대한 공세와 국가에 대한 공세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던 것입니다.
사탄과 그의 하수인들의 총공세는 교회와 국가 전반에 걸쳐 진행되어 온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여기에 대한 항전과 격퇴 역시 교회와 국가 전반에 걸쳐 이뤄져야 함을 기억해야 합니다. 대사제이신 그리스도께서 반석 위에 세우신 유일한 교회인 로마 가톨릭 교회는 지난 이천 년 동안 신앙의 보고를 수호했습니다. 교회는 세상 속 요새로서 끊임없이 적대세력에 맞서 전쟁을 해왔습니다. 이 요새는 세상과 동떨어진 요새가 아닌, 세상 속 요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비가노 대주교는 2차 바티칸 공의회와 대립교회를 암으로 지칭하며, 이들의 활동을 암의 전이에 자주 비유합니다.
“나는 교회의 적들을 상대로 효과적인 영적, 교리적, 도덕적인 전투를 벌이기 위한 본질적인 출발점은 현재 교회의 위기가 2차 바티칸 공의회라는 암[癌]의 전이임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차 바티칸 공의회와 공의회의 논리적이고 필연적인 귀결인 지난 60년간 교회의 쇠락 간의 인과 관계를 이해하지 못했다면, 교회의 거룩한 조타수께서 알려주신 2천 년 동안 교회가 따랐던 항로로 교회의 방향타를 돌리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2020년 5월 29일, 한 봉쇄 수녀의 편지에 대한 답문)
더 나아가 2023년 1월 21일에는 베르고글리오의 자의 교서 「전통의 수호자들 [Traditionis Custodes]」을 논하는 성직자들에게 답문을 보내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교회 역사에서 2차 바티칸 공의회가 있기 전에는, 하나의 공의회가 이전에 있었던 공의회들을 사실상 상쇄할 수 있었던 적도, “사목적” 공의회―2차 바티칸 공의회의 본래 정의―가 스무 차례의 교의적 공의회보다 더 많은 권위를 가질 수 있었던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주교단 대다수가 침묵하는 가운데 요한 23세부터 베네딕토 16세까지, 다섯 명의 로마 교황이 인가함으로써 이런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50년 동안의 이 지속적인 혁명에서 어떠한 교황도 2차 바티칸의 “교도권”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으며, 그 이단적 논지를 단죄하거나 모호한 부분을 명징하게 만들지도 않았습니다.
…… 따라서 노부스 오르도[바오로 6세 미사 경본]는 어떠한 개정도, 어떠한 ‘개혁의 개혁’도 받을만한 가치가 없고, 치유불가능한 이질성의 결과로서, 뻔뻔스럽게도 노부스 오르도가 유일한 표현임을 주장하는 바, 로마 예법과 교회의 불변하는 교리를 위해서 억압되고 폐기되어야 하는 것일 뿐입니다. ……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 베르고글리오는 자신이 무조건적으로 고수하는 2차 바티칸 공의회의 원칙을 극단적으로 신봉하기를 망설이지 않을 것입니다. 노부스 오르도를 공의회 이후 로마 예법의 유일한 양식으로 간주하는 것, 그리고 옛 로마 예법 안에서의 어떠한 거행이든 이를 공의회의 교의적인 구조에 있어서 완전히 이질적인 것으로 단정하고 시종일관 폐기하는 것입니다.”
혹자는 이러한 2차 바티칸 공의회 자체가 무효이며 사도좌가 수십 년 동안 공석이었다는 주장에 대해 “교회를 해체해서는 안 된다”며 반박합니다. 그러나 본말이 전도되면 안 됩니다. 공석주의는 교회를 해체하고자 하지 않습니다. 로마를 점거한 대립교황과 대립교회가 교회를 해체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공석주의는 마가복음 16장의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한다”는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온전히 믿기에 가능합니다.
또 공석주의가 교황제를 부정하며 교회를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그러나 르베브르 대주교와 비가노 대주교는 공석주의가 교황제를 부정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공석주의는 보편교회와 교황제를 적그리스도적 배교 세력으로부터 수호합니다. 교황제를 수용하며 지키고자 하기에, 공석주의를 말하는 것입니다. 공석주의는 사도좌가 비어있다고 말하며, 이것은 곧 사도좌의 교도권이나 교회의 형태를 온전히 수용한다는 것입니다. 사도좌가 비어있다는 주장과 사도좌가 없다는 주장은 분명 다릅니다. 사도좌가 비어있다는 말은 사도좌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말입니다. 사도좌가 없는데 어떻게 사도좌가 공석인지 아닌지를 논할 수 있겠습니까?
개신열교가 떠들 듯 로마 가톨릭 교회나 교황제 자체가 잘못됐다는 주장과, 교황제를 지키고자 하는 공석주의는 그 지향점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르페브르 대주교와 비가노 대주교 모두 처음부터 공석주의를 공개적으로 주창하지 않았습니다. 성직자이신 이분들이 어찌 공석주의에 담긴 무거운 함의를 모르겠습니까?
르페브르 대주교는 1986년 요한 바오로 2세가 이탈리아 아시시에서 세계평화기도회를 주최하며 타 종교인들을 초청했을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마도 아시시에서의 이 유명한 만남 후에 우리는 교황이 이단자요 배교자라고 말해야만 할지도 모릅니다. …… 우리 주님께서 교황과 함께 하고 그의 신앙을 지키며 신앙 안에 그를 지키겠다고 약속하셨는데, 어찌 동시에 교황이 공공연한 이단자가 되고 사실상으로 배교할 수 있단 말입니까? 우리는 이 교황이, 교황이 아니라고 믿어야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르페브르 대주교는 공개적으로 공석주의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후로 사도좌가 공석임을 암시하는 발언과 행보를 보였습니다. 이듬해인 1987년 그는 “로마는 배교했다 … 우리는 로마와 협력할 수 없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바로 로마는 우리와 정반대의[diametrically opposite]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 로마는 교회를 떠났다”고 말했습니다.
르페브르 대주교는 사도좌가 공석임을 확신했으며, 로마는 배교했음을 알았습니다. 그럼에도 왜 1980년대에 르페브르 대주교는 공개적으로 사도좌가 공석임을 말하지 않았겠습니까. 공석주의가 그 당시 얼마나 큰 파장을 몰고 올지 알았기 때문입니다. 사도좌가 공석임을 확신하면서도 사안의 엄중함을 대주교로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시대를 앞서 나가지 않으며, 동시에 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 주교 서품을 받은 자신이 직접 사제를 새로운 주교로 서품하며 사도전승이 이어지도록 조치한 것입니다.
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로마를 점거한 공의회적 대립교회는 가톨릭 교회가 아니며, 그 이후 사도좌는 공석이라는 비가노 대주교의 시각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르페브르 대주교는 로마가 배교했음을 알았음에도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하여 신중히 처신했습니다. 또 사도전승을 이어나가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비가노 대주교는 이처럼 신중하지 않아서, 또는 대주교인 그가 사안의 엄중함을 충분히 알지 못해서 사도좌가 공석임을 선포하는 것이겠습니까? 2018년 비가노 대주교는 고위 성직자로서 직접 목격했던 교회 내부의 엄청난 부패에도 불구하고 공석주의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증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6년이 지난 후 비가노 대주교가 공석주의를 말하는 것은 절대 섣부른 판단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르페브르 대주교가 살았던 시대와 이 시대는 분명 크게 다릅니다. 불과 반세기 전이지만 그 사이 교회에는, 또 세상에는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르페브르 대주교는 공개적으로 공석주의를 말하지 않았지만 비가노 대주교는 말하는 이유입니다. 르페브르 대주교의 시대는 공석주의를 말하기 일렀지만, 오늘날 우리는 그가 경고했던 대로 사도좌가 공석임을 직시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르페브르 대주교의 “우리는 이 교황이, 교황이 아니라고 믿어야만 할 수도 있습니다”라는 말대로, 교황이 아니라고 믿어야만 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비가노 대주교의 2018년 「증언」과 비교했을 때, 2024년 「로마를 고발함」의 가장 큰 진보가 이것입니다. 교황이 아니라고 믿어야만 하는 시대가 도래했고, 천주님의 은총으로 비가노 대주교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것입니다. 더 이상 로마를 점거한 배교 세력의 폭주를 보며 비가노 대주교가 지적했듯이 “그릇된 신중함을 표방”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역설을 선호하는 낭만주의적 아이러니가 아니라 진정한 통찰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 통찰은 언제나 밋밋하게 반복을 일삼는 텅 빈 일반화보다 깊은 곳을 들여다 보는 것이다. 예외는 정상상태보다 흥미롭다. 정상적인 것은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지만 예외는 모든 것을 증명한다. 예외가 규칙을 보증할 뿐 아니라, 규칙은 애당초 예외에 의해서만 존속한다. 예외 속에서 실제 삶의 힘은 되풀이됨으로써 굳어 버린 기계장치의 껍데기를 깨부술 수 있다.”
로마가 배교하고 사도좌가 공석이라면 교회는 파괴된 것이 아닌가 하는 주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르페브르 대주교와 비가노 대주교의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주님께서 반석 위에 교회를 세우신 이후로 전례가 없었던 전무후무한 위기상황이며, 예외상태입니다. 그러나 말씀이신 성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음부의 권세는 교회를 이길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를 가슴 깊이 새기고 또 새겨야 합니다. 교회는 절대 무너지지 않습니다. 사도좌가 공석이면 교계가 무너지고 교회가 파괴되지 않느냐, 이런 우려는 분명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로마의 배교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로마의 배교를 외면하거나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마태복음 16장을 봅시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물으십니다.
『사람들이 인자를 누라 하더뇨?』
베드로가 대답합니다.
『스승은 그리스도시요, 생활하신 천주의 성자시니다』.
이는 구약의 야훼 천주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온전히 드러났음을 나타내는 신앙고백이며, 베드로의 이러한 고백은 천주님으로부터 받은 가장 값진 은총이었습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요나의 아들 시몬아, 네가 진복자로다. 대개 혈육이 이것을 네게 가르쳐 주지 아니하고 오직 하늘에 계신 내 성부 가르쳐 주심이니라. 나 또 네게 이르노니, 너는 베드로라. 나 이 반석 위에 내 성교회를 세울 것이매, 지옥문이 쳐이기지 못하리라. 나 또 네게 천국 열쇠를 주리니, 네가 세상에서 무엇이든지 맨 것은 하늘에서도 맬 것이요, 네가 세상에서 무엇이든지 푼 것은 하늘에서도 풀리라』
베드로의 고백과 수위권
예수 비리버 세사레아 지경에 오사 그 제자들에게 물어 가라사대, 『사람들이 인자를 누라 하더뇨?』
저들이 아뢰되, 『혹은 요안 세자라 하고, 혹은 엘리아라 하고, 혹은 예레미아나 혹 선지자 중 하나이라』하더이다.
예수 이르시되, 『너희는 나를 누라 하느뇨?』
시몬 베드로 대답하여 이르되, 『스승은 그리스도시요, 생활하신 천주의 성자시니다』.
예수 저에게 대답하여 이르시되, 『요나의 아들 시몬아, 네가 진복자로다. 대개 혈육이 이것을 네게 가르쳐 주지 아니하고 오직 하늘에 계신 내 성부 가르쳐 주심이니라. 나 또 네게 이르노니, 너는 베드로라. 나 이 반석 위에 내 성교회를 세울 것이매, 지옥문이 쳐이기지 못하리라. 나 또 네게 천국 열쇠를 주리니, 네가 세상에서 무엇이든지 맨 것은 하늘에서도 맬 것이요, 네가 세상에서 무엇이든지 푼 것은 하늘에서도 풀리라』하시니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천국의 열쇠를 베드로에게 주셨고, 세상 무엇이든 매고 푸는 권한을 주셨습니다. 주님의 양떼가 베드로처럼 진솔하게 참된 신앙을 고백한다면, 매고 풀어 교회에서 배교의 세력을 몰아내고 신앙의 유산을 다시 새롭게 하는 은총을 내려주실 것입니다.
오늘날 교회는 예외상태에 있습니다. 2차 바티칸 공의회는 무효이며 그 기점으로 사도좌는 공석이라면, 이는 역사상 전례 없는 초현실적인 예외상태가 분명합니다. 그러나 실로 정상적인 것은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지만 예외는 모든 것을 증명합니다. 예외상태에서 규범은 정지됩니다. 살아계신 천주님께서는 주권자이시며 모든 것을 주관하십니다. 천주님께서는 이삭을 사랑하셨고, 불붙은 떨기나무를 통해 모세와 함께하셨음 보이셨습니다. 성자께서는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저승에 가시어 사흗날에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셨습니다.
『천주 대전에는 못할 것이 없느니라』
마지막으로 교회가 겪는 오늘날의 환난은 로마 가톨릭 교회가 바로 그리스도께서 반석 위에 세우신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임을 여지없이 증명합니다. 왜 사탄과 그의 하수인들이 로마 가톨릭 교회에 총공세를 하고, 교회를 무너뜨리려고 이토록 노력을 하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교회가 이러한 전례 없는 어려움과 위기를 겪게 될 것임은 이미 공적 계시와 예언을 통해 경고됐습니다. 이것은 로마 가톨릭 교회가 주님께서 반석 위에 세우신 유일한 참된 교회임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형제 여러분, 천주님께서 우리의 신앙을 더욱 굳건하게 해주시기를 기도합시다. 티 없으신 성모님께서 슬픔의 골짜기에서 눈물 흘리는 저희를 위해 기도해주시기를 간청드립시다. 신앙의 유산을 대립교회와 이단에 맞서 수호하고, 특히 성모님에 관하여 교회가 선포한 무류의 교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고 지킵시다. 천상모후께서는 원죄 없이 잉태되셨으며, 평생 동정이셨고, 천주님의 어머니이시며, 천상 영광으로 들어올림을 받으셨음을 쉬지않고 고백합시다.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어린양께서는 승리하실 것이고, 교회는 새로워져 구세주의 재림 때까지 복음을 만국에 선포하며 음부의 권세를 쳐부술 것입니다.
2025년 2월 28일
서울에서
파티마 형제단 배상
좋은 내용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