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대 74기고 특례중인 2항사입니다.
얼마전에 하선해서 휴가를 쉬고 있습니다.
배에서의 사람관계나 업무는, 2년간 해본 결과 어느정돈 적성에 맞는 것 같습니다. 즐거웠던 순간이나 뿌듯했던 순간도 많았네요.

그리고 지난 휴가 때까지는 분명히 휴가가 너무 행복했습니다.
매일매일 친구들 만나고, 때로는 집에서 누워서 혼자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소개팅도 받아보고 새로운 취미도 시작했었습니다. 학교다닐때 게임을 워낙 좋아했어서 피시방에서 새벽까지 혼자 있어보기도 했구요. 음식도 막 시키고.
돈 걱정없이 부모님을 모시고 맛있는걸 먹으러 가거나, 친구들에게 가끔은 기분좋게 밥을 한턱 쏘기도 했네요.

하지만 이번 휴가 때는 뭔가 이상합니다.
아직 휴가가 시작한지 얼마 안됐지만 뭘 해도 재미가 별로 없습니다. 예전보다 분명하게.
게임을 해도 예전처럼 졌다고 짜증도 안나고, 이겼다고 기쁘지도 않고.
좋아했던 취미도 이어서 좀 하다가, 갑자기 귀찮아져서 할일없이 동네 산책을 나갔습니다. 또 그것도 별로 재미가 없고 날씨도 추워서 금새 집에 들어왔습니다.

친구들과 만날 때는 그래도 잠시동안 즐겁지만
헤어지고 나서 집에 혼자 누워있으면 무언가 너무 공허합니다. 채워지지가 않는 느낌입니다.
고맙게도 여기저기서 불러주는 곳들은 있어서, 술자리 약속이나 놀러 나가는 빈도는 꽤 많긴 합니다.

통장잔고를 보면서 혼자 기분 좋아하고 뿌듯해 하는 것도 배에서 풀데이워크 뛰고 콜라 한 잔 한다음 볼 때나 좀 좋았지, 집에서는 생각도 안 나고 의미도 없다 생각되네요. 한심한거 같고.
돈이야 그냥 맛있는거 마음대로 사먹고, 놀러가고 싶은곳 고민없이 갈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싶기도 하고..
더 행복하고 여유있는 미래를 위해 결국 사람들은 돈을 모으는 건데, 이 상태로 한 30까지 배 타고 딱 내렸을때 내가 진짜 행복할까? 그런 기분이 듭니다. 일단 지금 상태로는 아닐것 같아요.

그렇다고 '배가 차라리 나았다' 이런 말은 절대 아니고, 그냥 제가 스스로가 이상해진 것 같아서.. 같은 걸 겪으셨던 선배님들 조언 듣고싶어서 주저리주저리 써봤습니다.

딱히 심각한건 아니라 생각했는데, 오늘 친구랑 옷 사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고 혼자 롤 한판하고 재미 없어 끈 다음, 유튜브 좀 보다가 끄고, 전에 읽던 책 몇장 읽다가 덮어버린 다음 침대에 누웠는데
갑자기 이유도 없이 방에서 질질 짜고 있는 저를 보면서 지금 제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느꼈습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졸업후에 배를 좀 빡센 기간 탄 편이라 번아웃인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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