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알람소리에 눈을 뜬다.

“으~ 어제 늦게 잠들어서인지 몸이 천근만근이다.

순간 다시 잠들었고 살짝 눈을 뜨니 7:30분이다.

이빨을 닦고 머리만 감고 브릿지에 올라간다.

난 지금까지 배 타면서 한 번도 당직시간을 어긴 적이 없다.

기다리는 당직자에 대한 기본적인 에티켓이라고 생각하기때문이다. 쨋든 필리핀 써드는 어제 내가 준 하드 디스크에 몹시 감명 받은 듯 흥분하며 이런저런 말을 한다.

필리핀에서 산다라 박 유명하냐고 물어보니

투 에니 원 노래를 부른닼ㅋㅋ

나랑 나이가 같다고 했다.

산다라는 왜 결혼 안하냐고..

너는 왜 결혼 안하냐고 묻는다.-.-?

한국에선 늦게 결혼하는 게 트렌드라고 둘러댄다.

사실, 생각해보면 결혼할 뻔한 여자들은 많았다.

21살 제대 후 유흥주점 웨이터할 때

사귀자고 한 동생 & 누나들

학원가에서 결혼을 약속한 8살 연하 동생

기타 등등..

그 중엔 내가 밀쳐낸 여자들도 있고

떠나간 여자들도 있다..

원양어선 탈 때 남 태평양 괌,피지,PNG,키리바시,마이크로 네시아,라바울,나우루,사모아 가라오케 여자들도 생각 나는 군..

옵서버할 때 칠레 푼타 아레나스, 우루과이 몬테비데오르 가라오케 여자들도 생각이 난다.

추억이란.. 참으로 아름답지만.. 아픈 기억이다.

결혼..

난...아직도 어른이 아니라고..

아니 무의식적으로 내가 어른이라는 사실을 밀어낸다...

결혼하면..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가정을 지키려 안간힘을 써야 하는데..

난.. 아직 그러한 희생을 할 생각도 없고.. 무섭다..

아직은 내 자신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요즈음 딜레마에 빠진다.

외롭다.. 30중반 까지는 결혼한 친구들이 부럽지 않고.. 안쓰러웠는데.. 요즘은 사촌 여동생들도 결혼하기 시작하고

결혼식장에서 축의금 받으러 책상에 앉아 있으면..

사돈의 팔촌까지 너는 결혼 언제 하냐고 닥달이다-.-?

“이모~ 나는 아직 결혼 생각이 없어~ 그리고 이건 프라이버시야~ 그런 말은 삼가해줘~!”라고 하고 싶지만..

애써.. 그냥 웃음을 짓는다..

섹스는 좋지만.. 결혼은 무섭다..

하지만.. 사촌 조카들 볼 때는 그런 느낌이 안 들었는데

내 친 조카들을 볼 때마다.. 사랑~스럽다..

마치 내 아들 딸 같은 느낌이다..

혈통이란 이런 것인가..

그리고 우리 집 강아지 “아롱이”가 너무 보고싶다..

매일 매일 산책 시켜줘야 하는데..

아롱이는 힘이 쎄서 엄마가 산책을 못 시킨다.

낑낑 거리며 하루종일 날 기다릴 아롱이가 사무치게 보고싶다.. 울 것같다.. 힝~ ㅠ.ㅠ

여객선 탈 때는 느끼지 못하는..

외항선 만의 “시간과 공간의 방” 느낌..

마치.. 감옥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열심히 배우려하고, 일을 만들어서 한다..

그래야 시간이 빨리 가니까..

이는 원양어선 탈 때 깨달았다..

1년 365일 남 태평양은 햇볕이 짱짱하고 몹시도 덥다.

배를 띄워놓는 날이면..

엘살바도르 헬기 파일럿과 PNG 로컬 옵저버를 꼬드겨 같이 수영하곤 했다.

그러다 부산수대출신 선장님이 윙 브릿지에서 담배피러 나와서 수영하는 나를 보며 웃으며 “재밌냐~? 상어 조심해라~”

라고 하시며 수영하는 우리를 관찰 하시곤 했다.

아.. 계속 앵커당직이라 썰을 풀 수가 없네-.-?

이러다간...

원양어선 썰을 풀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오늘은 정말 별일이 없었다.

아침에 장염약을 추가해서 선용품청구서 만들고

당직끝나고 네브텍스 항행경보 뽑아서 차트에 기입 및 엑디스 아프리카에 잘못 표시된 MSI 위도 경도 보정하고

가지고 있는 한진,장금상선,STX 팬오션 전 골드스텔라 이항사님들이 주신 메뉴얼 및 교육자료 PSC 지침서 보다가

일항사님이 rescu boat 차있는 빗물 빼라고 전화와서

바텀 플러그 빼놓고, 빨래하고 샤워하고 브릿지 와서 엑디스 메뉴얼 보다 일기 쓰고 있다.

사실 고백하건데.. 내항선은 정말.. 항해사로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한정되어 있다.

한일고속에 있을 때도 이항사 당직시간에 브릿지 올라가도

해양대 월드 와이드 출신 착한 이항사님은

“사망사~ 뭘~ 알려주고 싶어도 할 수 있는게 없어요~

배울려면 외항 나가야 되요~ 하며

자신이 가지고 있던 회사 교육자료들을 주곤 했다.”

사실 코로나 때문에 현재 옵서버들은 다들 힘든 상태다.

각 국에서 입국허가를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비교적 친한 우루과이정부이기 때문에

작년 10월~올해1월까지 겨우 입국허가를 받아

3개월간 출장을 다녀왔다.

어찌됐건

내항선

한중일

한중일 동남아

호주나 남미 북미 유럽

등 항해사들의 지식의 깊이는

그 노선에 따라 비례하여 증가한다.

호주 PSC는 각 선원 방위 베게 및 베게 케이스의 청결함까지도 보니

항해가 길면 항해사들은 좋은 점도 있지만

각종 검사대비 서류 및 준비사항은

해양대 이항사님들 자료를 보니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미주노선은 코스트가드가 불시에 정지명령을 내리고

불시에 승선하여 검사한다고 한다.

항해사들은 어디를 가나.. 각종 서류작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듯 하다.

사실 4차 혁명이 오면 기관사들은 필요가 없다.

미국에서 이미 계발된 자기력을 이용하여 공중에 뜨는 부상 로봇 몇 대만 있으면 소프트웨어는 이미 충분한 기술력 이기에

기관사는 미래에는 없어지는 직업이다. 하지만 항해사는 다르다. 롤스로이스 무인화 선박에서 보여지듯

육상에서 컨트롤한다고 해도 그 누군가는 육상에서 당직을 서야한다. 기관부의 일은 예측 가능하고 일이 터지고 난 후 사후에 수습해도 별 무리가 없지만.. 항해사는 일이 터지고 나면

이미 끝이다. 로봇이 대처 할 수가 없다.

상선만 존재한다면 가능하다.

하지만. 어선들의 상상도 할수없는 불규칙성을 컴퓨터가 해석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선갤에선.. 반대로 생각하는 듯 하다.. 간단한 문제 인데..

기관부 : 사후적 조치 가능

항해사 : 이번 흥아 사고에 보듯 사후적 조치는 불가능

예측가능성 측면에서 보더라도 인간의 회피기동판단 및 끊임없이 상대선박의 루트를 생각하고 있어야하는 순간판단력을 컴퓨터는 흉내 낼 수 없다.. 물론 대양에선 가능하다.

내가 말하는 건 일본 사고해역이나 협수로 및 어선 밀집지역 통과 시 이야기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