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나랑 같이 선장 진급 후 한배하고 그만두신 분이
이렇게 힘들지 몰랐다며 시마이하셨다

일항사 때 ㅇㅇ 선장 진짜 너무하다 싶었는데 이제는 다 이해하고 리스펙한다고

저분은 나이는 나보다 형님인데 자식은 없어 그나마 한가지는 맘편하게 타신거 같은데
나는 이제 곧 학교갈 애들이 아빠를 찾기 시작하니
육상직 대비 푼돈 조금 더 번다고 많은걸 놓치고있구나 싶다

그렇다고 선원 관두고 육상에 자리잡을수 있냐하면
서른 중반에 배운건 짐싣는거에 이제 선장 한배했고 별다른 능력도 없는데 누가 써주겠으며 누가 써준다고해도 그만둘 엄두도 안나네

막둥이는 놓고 나가려니 가슴이 시리다시려

니가 좋아서 타는배 왜 여기다 하소연하냐고하면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지만 선장이나되어서 이제 동기들한테 하소연 할 수도 없고 익명에 기대어 선갤에 하소연 해본다

첫배는 긴장감에 얼렁뚱땅 끝났는데 이번 배는 어떨까?
선장하고서 처음으로 배에서 우울증도 겪고
참 힘들었는데 젊은 사관들이 혼자 안냅두고 맨날 방에찾아와 지들끼리 노가리까고 간게 안듣는척 하면서도 많은 도움이 되었던거 같다 직책만 선장이지 아직 나약하고 어리다

항해사일 때 항상 좋은 선장이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아생연후살타라고
일단 내가 정신적으로 안정되고 건강해야 타인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듯

약한 불로 잠든 아들둘이랑 딸래미 와이프 얼굴보고 이제 곧 집을 나서야하는데 발길이 떨어지질 않을거같네
한해한해 갈수록 승선 하는게 너무나 힘든것 같다
일찍한 결혼대비 아이를 늦게 가진 편이라 지금까지 승선했지
1항사 때 지금정도로 아이들이 컸다면 나도 배를 내렸을거 같다

선장되니 상급자가 주는 스트레스나 또라이랑 일하는 부담은 없거나 적은데 그냥 가족들이 보고싶다 선장 아니라 다른 직책도 마찬가지겠지만 이게 시간이 남고 잡생각이 많은데다 애들이 딱 커서 이쁘고 아빠를 필요로할 시기라 그런게 아닌가 싶고

주저리주저리 나도 정리가 잘 안되네
한달을 다 못채우고 나가는데 내년 설전에와서 5월 가정의 달까지 다 쉬고 나가야지

연인 가족 친구 돈 각종 이유로 배타는데 쉽지않을텐데 다들 고생많다

가족들 생각하며 건강히 승선하고 힘들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