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 또라이들도 만나보고, 좋은 분들도 만나봤는데 일단 배 오래탄 선기장들은 가장 큰 공통점 2가지가 있더라.

1. 자기 인생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함(특히 승선 경력이나 본인 경험에 대한)

이거 ㄹㅇ 10중에 7-8명은 그럼.
뭐 일단 배 오래탄게 일반인 기준에서 보통이 아닌 건 맞음. 진짜 정상인 멘탈로는 불가능함. 또라이여서 배를 오래탄거거나, 배를 오래타서 또라이가 된거거나 둘중 하나.

근데, 모두 알다시피 배 일이라는게 그렇게 대단하고 전문적이거나 체계적인게 아님. 막 엄청난 지식이 필요한것도 아니고 결국 시간이 해결해줌.
병신새끼 빡통이어도 어느정도 비위 맞출줄 알고 하면 3개월, 6개월 후에 사람 구실은 함. 진급도 어지간한 븅신 아니면 시켜주고.

그런데 이 선기장들은
"나는 다른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대단한 사람이다."
"내 실력은 회사 내 선기장중 최고 수준이다"
"주니어때부터 나는 엘리트였고, 의지도 있었고 잘 했었다. 요즘 주니어들은 근데 그런게 없다."

한마디로 '내가 낸데'
이런 마인드는 일단 거의 대부분 가지고 있더라. 뭐 본인 직업에 자부심 있는게 나쁜건 아니지만, 저 생각이 조금이라도 비틀리면 어케 되냐면

자기라도 해대기수 한기수라도 낮거나, 경력 1년이라도 적거나, 출신이 더 구리거나 하면 뒤에서 무시하고 자길 치켜세운다. 정의하자면 내가 짱이다 마인드.

"금마가 지금 선장을 하고 있네, 내가 1항사때 실항사였었는데 ~~ .. 아직 걔는 경험이 없어."

"걔가 선장 진급됐네? 수대출신인데 쯧.."

이런 얘기 들을 때마다 존나 어쩌라고 싶음. 다 같이 늙어가고 경험이야 매년 쌓여가는건데. 1년 먼저 태어나고 1년 먼저 배탄게 뭐 대수라고. 한해대 졸업장 그거 수십년전에 공부 좀더 잘했던거로 아직까지 지랄이냐

(참고로 나도 한해대 출신이니 오해마라. 체육복 색깔 하늘색 초록색 빨강색 남색, 트레이닝실 밴드 색 빨강색. 태평양 대서양 자길마당)

그리고 솔직히 선장 5년차랑 7년차가 뭐 실무능력 조선능력이 그렇게 차이나냐? 절대 안그렇다. 3년차 이상이면 거의 차이 없거나 오히려 젊은 캡틴이 더 뛰어난 경우도 많지. 특히 50중반 이상 캡틴들은 컴퓨터도 잘 못쓰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밖에서 본인이 인정 못받으니, 배에서 자기PR을 과도하게 한다는 공통점이 있음.
가끔 덤으로 별로 대단하지도 않은 아들딸 자랑하는건 덤.


2. 회사를 욕하면서도, 눈치 많이보고, 자기가 회사에 N년 있었다는 자부심이 있음. 그리고 자기가 말 못하는 거 주니어한테 회사에 항의해달라고 은근히 말함.

이건 1번이랑도 연계되는 거기도 하다.
맨날 본인회사를 HMM이랑 보너스나 급여 비교하고, 뭐 복지니 연가니 불평불만 하면서도 절대 죽어도 퇴사 안함. 아니 못함. 이미 년차 쌓였고 변화가 두렵거든 그사람들은. 이직할 용기도 없고.
온갖 쎈척 대단한 척은 다 해도 속은 존나 겁쟁이에 늘 사소한거 하나라도 회사 눈치보는 소인배들임. 주니어들한테 은근히 웃으면서

"이런거로 설마 신고하는거 아니지~? 핸드폰 녹음기 검사한다?"
"너네는 병무청이란 빽이 있잖아 ~ 우리가 어떻게 니네한테 뭐라하냐."

이러면서 농담아닌 진담 치고. 주니어들은 곤란하게 하하하 웃고.

평소에 회사 욕은 그렇게 하면서, 회사에 잘보이고 싶어가지고
본선 보고서 같은거 작성하라는 공문 오면 사관들이 올린 서류내용들 사소한거 하나하나 트집잡으며 압박하고, 회신할 때 회사에 보내는 이메일 말투 보면 아주 그냥 왕에게 보고 올리는 신하 급으로 정중한 말투임. 존나 웃김 그냥.

그리고 자기가 이 회사에 오래 있었다는 자부심이 대단함. 특히 초임 3항기사때부터 시작해서 그 회사에서 선기장 하고 있다?
그럼 그 선기장은 스스로 본인이 회사의 주축이며 회사를 키운 핵심인력이라고 생각함.
뭐 자기가 육상에 누구랑 각별하게 아는 사이니, 내가 어느 선장 3항사때 1항사였느니, 내가 그 배 신조인수때 오합지졸 사관들 데리고 캐리했느니 거의 얘기만 들으면 잭스페로우 선장임.
현실은 언제든 대체 가능한 스페어 인력이고 월급좀 많이 받는 월급쟁이일 뿐인데.

또 자기가 불만 있는거 본인은 회사에 얘기할 용기 없으니(쫄려서) 주니어들한테 회사에 항의하라고 은근히 말함.

"야 이런건 니네가 회사에 얘기좀 해봐라 ~ 입출항 이렇게 많이하면 포트 수당 더 받아야지."

"야 우리 급여인상 너무 짜지 않냐? 너네가 회사가서 더 올려달라고 얘기좀 해줘라~"

그냥 흘려들을 수도 있지만 계속 듣다보면 그냥 뭔가 빡침. 좆같음. 삼촌뻘 아빠뻘 되는 사람들이 그렇게 자기 속 감추고 은근하게 비굴하게, 자기는 발 뺀 상태로 농담10% 진담90%로 주니어 뒤에 숨어서 콩고물만 슬쩍 얻어먹으려는 태도가 너무 좆같음. 그리고 무슨 일이든지 책임 회피 하려는 태도나..

후 3시하고 나니까 정말 좆같은 나날이었지만 돈이라도 꽤 땡기고 시마이 친다.
어른같지도 않은 애새끼같은 어른들이랑 부대끼며 비위맞추고 돈 벌기 힘들었다.

난 진짜 하고 싶은거 생겨서 탈해운 한다. 다들 잘 있어라. 중앙동 바닥에는 밥도 먹으러 다시 안 올거다.
두서없이 적어서 너무 글에 빡침만 담겨있는데 어쨌든 배운점도 조금은 있었던 3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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