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승선예비역만 하고 그만두는 해기사가 90퍼센트인 것은 해운업 관련 종사자라면 누구나 알고있을 것이다. 

연봉높고, 군면제 혜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90퍼센트가 그만두게 될까?

지금까지 배를 타본 사람이라면 이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나 알고있었지만 동시에 그 문제를 제대로 설명해주는 사람도 없었고 글귀도 없었다. 

분명 ㅈ같지만 진짜로 뭐가 ㅈ같은지 제대로 설명해야할지 모르겠으니 알려줄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그러나 우연히 나는 이 답을 알게되었다. 아무도 모르는 화이트헤드의 이성의 기능 책을 읽고나서부터였다.


이 책에 의하면, 사람의 삶의 모습 즉 사람이 사는 이유 전체를 요약하자면 산다, 잘 산다, 더 잘산다 이 세가지라고 한다.


첫번째 산다.

이 단계는 생존하는 것이다. 당장 아무것도 없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일단 바람이라도 막을 신문지라도 구해야 할 것이고, 굶주린 배를 채울 먹을것이 필요하다. 먹을것이 맛있는지 없는지 그거는 여기서 절대 중요하지 않다. 생존을 해야 한다. 그래서 뭐라도 먹어야 한다. 잘 곳도 텐트라도 있어야 잠이 오던 말던 할것이다.


두번째는 잘 산다.

만족스럽게 사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일반인이라면 웬만하면 여기에 해당한다. 이불 깔아서 제 시간에 자고, 영양소 챙기면서 3끼 먹고, 남녀노소 돌아다니는 시내에 나가고, 가족과 같이 지내고, 친구들과 놀고, 의자에 앉아서 종이 연필 들고 공부하면서 가끔식 휴식하는 불만없는 삶이다.


세 번째는 더 잘 산다.

만족도를 올린다. 추운 것을 막아주는 외투를 갖추게 되면 이제 명품이 갖고싶어진다. 이불보단 침대가 더 개운하게 자게 된다. 집도 햇빛이 잘 들고 넓은 곳으로 가고 싶어한다. 자동차도 승차감 좋은 차로 바꾸고 싶다. 게임 잘 돌아가는 고성능 컴퓨터와 사진 잘 찍히는 휴대폰을 원한다. 맛집에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싶다.


'연봉높고 군면제 혜택'을 들은 해대생들은 이것을 '더 잘 산다.' 로 Input될 것이다. 물론 배를 타면 '더 잘 산다.'를 이룰 수 있다. 그러나 90%가 해기사를 그만두는 이유는 두번째 '잘 산다'를 포기해야 해기사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가 느낀 바로는 이불 깔아서 제 시간에 자는것과 시내에 나가는 것 두개를 포기해야 했다. 갯수는 두개밖에 없지만 이것이 평소에 하루 일과를 보낼 때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시민이라면 누구나 누리는 이것을 배 안에서는 절대로 못누린다. 그렇지만 옛날에는 해양대가 서울대만큼 높은 대학이었는데? 옛날에는 첫번째 산다 라는 문제해결부터 했어야 했다. 해기사가 되면 "산다." 문제를 120% 해결하기에 매우 좋은 선택이다.


그래서 주니어사관 중에서 산다 를 모두 해결하게 되는 10%는 해운업계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고, 동시에 잘 산다 몇 개를 포기하더라도 더 잘 산다를 이룰 것이다.

그 이외의 90%는 잘 산다를 포기하는 것의 대가를 뼈져리게 느끼고 승선예비역을 마친 뒤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