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터넷을 하다가 여기 갤러리를 알게된 후 그냥 가끔 구경이나 하듯 들리다가 한두번 댓글을 달았더니 호응이 괜찮더라구요.

 

며칠전 댓글로 간단하게 소개를 드렸는데, 한해대 기관과를 졸업하고 8~9년 해상생활 후 공무감독을 거쳐 현재 신조감독으로 재직중에 있습니다.

 

간만에 시간도 나고해서 처음으로 글을 올려봅니다.

 

얼마전 냉동기 관련한 글의 댓글을 달다보니 옛 생각도 나고해서 초임 3기사들이 어떻게 공부를 하고 지식을 넓혀갈까에 대해서 말해주고 싶더라구요.

 

승선을 앞둔 예비 3기사 또는 이제 갓 한배를 경험한 3기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은데

 

 

처음 승선을 하게되면 기관장 또는 1기사에게서 실무에 관한 학습이 시작되는게 보통이죠.

 

다른 분들의 예를 설명하기보다는 제 경우의 예를 들어서 설명하는 편이 좋겠네요. 제가 그랬다는 거니까 딴지걸지 마시길... 딴지 거는 분들을 너무 많이 봐서리..ㅎㅎ

 

저같은 경우에는 초임 3기사를 만나는 것을 그다지 좋아라하지는 않았죠. 알다시피 초임의 경우 실무지식이 거의 백지상태에서 알람처리를 못해서

 

3기사 당직시 저녁이고 새벽이던간에 수시로 내려와야함은 물론이거니와 빨리 레벨업을 시켜서 나도 좀 편히 살자하는 마음에 승선 첫 두달가량은 석식후

 

저녁 7시반에 무조건 콘트롤 룸에 내려오라고 했습니다. 7시반부터 9시까지는 무조건 공부시간

 

주입식 교육을 강요하기 보다는 스스로 흥미를 느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돕는데 주력했던 기억이 납니다.

 

3기사 담당기기에는 보일러, 냉동기, 에어컨, 펌프, 엘리베이터 및 램프를 비롯한 전기기기는 물론 스팀, 청수 등의 파이프 라인들...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선종만 언급하겠습니다.)

 

냉동기, 에어컨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각 파트별 이름을 알고있는지 확인 후에 콘트롤룸으로 돌아와서 냉매의 흐름을 설명해주고, 냉매 선도(습증기 선도) 몇장을

 

카피해서 압축기-응축기-팽창밸브-증발기의 순으로 선을 그어서 그려보도록 시켰죠. 그리고 선을 지날때마다 냉매 상태가 어떻게 변화되는지 뚫어져라 잘

 

보라면서... 자습의 시간을 주고나서 하루 이틀뒤에 몇가지 상황을 가정해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들어봅니다.

 

횡여 그 답이 틀렸어도 나무라지 않았고, 현장으로 가서 만지고싶은거 맘껏 건드려보라고 했죠. 다만.. 기기가 박살나면 안되니까.. 만지기 전에 무엇을 할지를 미리

 

알려만 달라고 부탁?? 했죠.ㅎㅎ 물론 삼기사가 완전 엉망으로 만진다해도 원상복귀시킬 자신이 없으면.. 함부로 만지라는 말은 못했겠죠.ㅎㅎ

 

해보고싶은거.. 맘껏 해보게 냅두고.. 그러면 어떤 상황이 발생하는지 직접 경험하게 만들었죠.

 

한참을 만지다가 지가 알아서 이거 만지면 이런 상황이 만들어질 것 같다며... 제게 질문과 답변을 알려줍니다. 그건 자신이 생겼다는 뜻이죠.

 

냉동기, 에어컨을 그런식으로 마스터 시키고... 물론 두어번 알람 처리를 못해서 헬프해줘야 할 일이 생기기도 했지만 그정도면 합격!!

 

다음은 전기에 대해서 공부할 시간

 

우선은.. SPARE 창고에 데리고 가서.. MSBD & GSP SPARE BOX를 열어놓고 제일 맘에드는 콘탁터와 릴레이를 골라보라고 시켰죠.

 

콘트롤 룸으로 들어와 분해에 필요한 공구와 테스터기를 가져오라고...

 

분해 시작.. 알아서 분해해보라고.. 분해를 마친뒤에 어떤게 A접점이고, B접점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라고.. 또 OCR은 바이메탈에 의해서 어떤 원리로

 

작동되고 복귀되는지 상상해보라고... 내부 구조를 확인했으면 다시 조립시킨 뒤.. 테스트 판넬로 가서 A,B접점의 움직임을 직접 확인.

 

다음날은 "자기 유지 회로"만들기... 자기 유지 회로를 이면지에 한번 그려보라고 시킨 뒤에... 회로 구성에 필요한 콘탁터, 램프, 푸쉬버튼스위치, 전선, 램프

 

등을 알아서 챙겨온 뒤에 2시간 내에 만들 것.. 아참 중간에 잠깐 시간내서 1기사님한테 손수 커피 대접 필수..ㅎㅎㅎ

 

자기유지회로 하나를 스스로 완성했을 때 자신감이 붙게되어 실력이 일취월장하게 됩니다.

 

간단한 시퀀스 회로(만만한 펌프부터...)를 5분간 쳐다본 뒤 내게 설명해보라고 시키고...

 

배에 있는 모든 펌프의 시퀀스 회로를 마스터 하는데는 이틀이면 충분하겠죠. 실제 내밑에 있던 모든 삼기사들이 이틀만에 펌프 스퀀스회로를 마스터 했으니깐

 

다음은... 형광등 발라스트 가져오라고.. 분해해서 맘껏 연구해보라고 자율학습 ^^

 

다음날부터는 형광등 나간거 없나만 쳐다보고 다니더라구요. 신나게 수리하고...

 

 

펌프 전기도면도 마스터 했으니... 이제는 파이프라인 공부

 

해수, 청수, 스팀, 윤활유, 연료유, 에어 등등.. 각각의 파이프 라인은 왜 존재하는지 생각을 말해보라고

 

궁금해하는 파이프 라인부터 시작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필요성을 익혔으니... 실제 어케 사용되는지에 대해서 파이프라인을 볼 것

 

궁금한 부분에 대한 질문?? 왜 밸브를 그자리에 설치했는지에 대해서 터득하게 만들고... 어떤기기에 사용되는 파이프 라인인지

 

 

각 파이프 라인에 대한 이해가 끝나면... 보일러

 

아 귀찮다. 이기사 내려와라..

 

삼기사의 이기사를 향한 질문공세 시작... 이기사가 당황..

 

평소 이기사가 당직시 보일러에 약했던 면이 있어서 둘이서 머리 맞대고 공부좀 하라고 불렀음.

 

덕분에 일주일이 못되어 이기사, 삼기사 모두 보일러 마스터

 

로컬 또는 시퀀스도면을 보다가 이해 안가는 부분... 또는 기기에 부착된 벨브나 기기(DPT, Controller 등)의 작동 원리에 대한 이해 여부를 확인

 

 

청정기 알람시 대처 방법

 

리셋시키면 되는게 아니라..  기기의 원리를 알아야만 근본적인 대처가 가능하므로.. 공부해서 설명할 것.

 

물론.. 설명중에 틀린 부분이 있어도 아무런 야단도 안쳤죠. 모르는게 당연하니까.. 그만큼 추측할 수 있다는 것도 기특하구만..ㅎㅎ

 

틀린 부분은 이기사가 바로잡을 것.. 이기사가 틀리면 야단침.. ㅎㅎ

 

등등.. 그런식으로 두달 또는 세달가량을 가르치면.. 정말 어느배에 내놔도 손색없는 훌륭한 삼기사가 되더라구요.

 

 

처음에는 가르치는게 재밌기도 했지만, 삼기사가 빨리 레벨업이 되어야 두다리 쭉뻗고 쉴수 있을테니 시작되었던 공부인데

 

언제부턴가 내가 승선하는 배마다 내이름을 들어봤다며 선기장님들이 칭찬을 하시더라구요.

 

내밑을 지나간 3기사들이 모두들 내이름을 광고한 덕분이죠. ㅎㅎ 다행히도 그넘들이 가는배마다 칭찬을 들었기에 망정이지..

 

 

방금 드린 말씀

 

이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삼기사 교육을 시키는건 상급자인 내가 편하기 위함이며, 또 방금 말한대로 내가 힘하나도 안들이고 승선하자마자 칭찬에

 

기관장의 노터치는 덤이고, 회사에도 알려져서 수시로 러브콜을 받게되어 공무감독으로 발령받아 육상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으니까요.

 

이번 경우는 반대의 경우인데

 

실력이 형편없는 2기사로부터 열공하겠다고 가르침을 달라는 부탁을 받은적도 여러번 있었지만, 거절했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두달 세달 네달을 가르쳐봐야.. 너는 2기사중에 중간밖에 못간다고.. 바닥에 있는 너를 중간까지 만들기위해 내시간을

 

허비하는건 그다지 매력이 없다고 거절했죠. 열심히 열공해서 다음배에서 만난다면.. 실력 평가후에 해주겠다고 사절

 

 

좀 뜬금없는 소리같지만, 기본은 갖춰서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의미는 각자 생각하시고...

 

 

두서없이 글을 적다보니 30~40분이 훌쩍 지나간 듯 한데..

 

양 해대 재학생 및 졸업생들에게는 아주 민감한 사안이지만 짧게 언급하고자 합니다.

 

한해대, 목해대를 비롯해서 해고, 연수원

 

출신에 대해서 차별이 분명히 있습니다. 학벌과 인맥을 무시 못하는 한국 사회에서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을 하는 거겠죠.

 

그럼 무조건 한해대 출신이 우대를 받느냐?? 그건 아니죠.

 

아시다시피 대체로 국내 대형선사(현대, 한진, SK, PANOCEAN, 대한해운, 글로비스 등)의 해기사 출신의 고위 임원기준 90% 이상이

 

한해대 출신입니다만, 지금은 사라졌나?? C& 상선을 비롯한 중견선사의 경우 목해대 출신이 90% 이상을 차지해서 한해대 출신이 홀대를

 

받기도 했고, 또 받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학벌이나 인맥이 사라질 날이 언제일지는 모르겠으나... (생략)

 

 

그래도 제일 중요한건 자기 능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언어, 지식, 인간성, 사회적응도, 인맥, 성격 등등 모든것이 능력의 척도가 될 수 있겠죠.

 

단지 현재 선배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해서 언제까지나 영원할 수는 없는 법

 

예를 들어서 육상직에 감독이 필요할 경우 대부분의 선사에서는 1항기사중에 똑똑한 친구를 콜하는 방법을 가장 선호하며, 마땅한 사람이 없을 경우에는

 

주위에 괜찮은 인물이 있냐며 추천을 받고, 최후의 수단으로 SEANET에 구인광고를 올리게 됩니다.

 

현 기득권을 유지한 출신의 똑독한 1항기사를 우선적으로 찾지만, 생각하는 레벨이 아닌 경우에는 타학교 출신을 콜업하게되죠.

 

다음 단계인 추천에서는 절대 출신을 따지지 않습니다. 내가 추천한 사람은 내가 일종의 신원 보증인과 같은 입장이 되어야하는데, 당연히 실력이 우수하고

 

성격에 모가나지 않은 인성을 가진 인물을 추천하게되는거죠. 실제로 제 주변에는 타대학 출신으로 친분이 두터운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네요. ㅎㅎ

 

아무튼 하고싶은 말은 이게 아니었는데

 

 

비단 해기사를 떠나서 모든 사회인은 실력이 자산입니다.

 

실력을 키우라는 말을 해주고싶네요. 그리고 맡은 바 자신의 직무에 충실하다보면 어느날 내가 모르는 사이에 기회가 찾아옵니다.

 

말씀드린대로 기회가 찾아와도 멍하니 쳐다보며 아쉬워하는 사람들 많이 봤습니다.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죠.

 

제가 승선중에 참 많이도 봤는데

 

자신이 알고있는 지식을 나눠주는 것을 무슨 큰 것을 잃어버리기라도 하는 냥.. 절대 가르쳐주려하지 않는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자신은 능력자라 자화자찬 할지 몰라도.. 그렇게 능력자라면 왜 그 자리에 있어야할까요?

 

자신의 것을 그리고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것을 나눠주면 기쁨도 나누면 반이 된다고.. 서로 좋게 지낼수 있고, 또 생각지도 못한 내 피아르도

 

될수 있는 것을.. 그리고 하나더

 

내가 가르쳐서 키운 내 밑의 부하직원은 스스로 노력해서 상당한 경지에 올라서더라도 절대 자신에게 지도해준 사람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웬지 맘속으로는 항상 나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해서일까 아니면 고마워서일까 모르지만 말이죠.

 

학맥은 그렇다치고.. 인맥은 내것을 나눠주는데서 시작되는게 아닐까싶네요.

 

 

참 말하기 어려운 부분을 글로 적어서 본의 아니게 여러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기게 되는게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하네요.

 

하고싶은 말은.. 뭐 잘나면 얼마나 더 잘났다고 출신 들먹거리며 아웅다웅하느냐 그러지좀 말라는 말을 하고싶었는데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정말 꼭 맞는 말입니다.

 

솔까... 단지 여러가지 재능중에 공부하는 재능을 좀 더 타고나거나 좋은 환경에서 자랐기에 어느 학교를 가느냐의 차이쯤이지

 

다른 무궁한 재능은 서로 모르니까... 너무 왈가불가 하지 맙시다. 보기 안좋으니까

 

이렇게 글을 적는다해도 없어지지 않을껄 알면서도 적어봅니다. 조금이나마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다음에 시간되면 좀 더 심사숙고해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익명이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공간이라지만...

 

아무튼 한 우물에서 공생해야하는 우리끼리 잘 지낼수 있는 그날을 고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