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근에 수능을 갓친 고3입니다.



새벽에 잠이 안와서 그냥 제 이야기를 한번 남겨볼까 해서 컴퓨터를 키게 되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시절 구체적인 진로계획 없이 살았습니다. 남들이 나중에 커서 뭐할꺼냐고 물어보면 날마다 다른 대답을 하였습니다



공부는 학교에서 꽤 하는 편이었습니다.


고1때는 평범한 정도였지만, 고2 때부터는 전교 5등안에 들 정도로 공부하였고, 모의고사도 최상위 대학은 무리였지만 중위권 대학 정도는 갈 정도로 시험을 봤습니다.



공부할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꿈이 없는 제가 공부했던 이유는 그저 친구들에게 뒤쳐지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남들이 저를 '꿈도 없으면서 공부도 못하는 찌질이'정도로 평가할까봐 두려워서 공부를 했던 것 같습니다. 



고3이 되어서 공군사관학교를 준비하는 친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를 통해 사관학교 시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저는 수능에 대한 준비 차원으로 해군사관학교 시험을 보게 되었고 운 좋게 통과하였습니다. 


가족들을 비롯한 선생님, 친구, 친척분들 할 것없이 모두 해군사관학교 시험에 합격하였다고 하니깐(비록 최종 합격이 아닌 1,2차 시험 합격이었지만) 모두 저에 대한 칭찬을 입이 마르도록 하였습니다. 평생동안 그렇게 큰 관심과 기대를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주변의 관심은 저를 들뜨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 들뜸 때문에 전혀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해군사관학교를 진지하게 준비하기 시작하였고, 그 기간 동안 해군사관학교에 미쳐있었습니다.


해군사관학교에 대해 여러모로 조사하게 되면서 해운업계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한국해양대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대망의 수능 당일 평소 받던 등급보다 2등급씩 낮게 받을 정도로 저는 수능을 말아먹었습니다.


너무나도 낮은 수능점수로 인하여 해군사관학교 최종 선발에서 뽑히지 못하였고, 저는 크게 실망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재수를 하여 해군사관학교에 지원할까 생각해보았지만 스스로에게 '재수까지 해가며 해군사관학교를 가려는 이유가 뭐야?'라고 질문해보았을 때, 답하지 못하는 저 자신을 보고 해군사관학교는 깔끔하게 포기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해군사관학교를 포기하고 진지하게 제 진로에 대해 고민해보았습니다. 여러 직업들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해군사관학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알게되었던 해운업계 종사자들(기관사, 항해사)이 하는 일들이 너무나 재밌어 보였고, 비록 육지에는 잘 가지 못하지만 전세계를 무대로 일한다는 것이 너무나 멋져보였습니다. 또한 집이 넉넉하지 못하여서 <값싼 등록금+군면제+높은 연봉+확실한 취업> 이 4가지들이 주는 메리트가 너무나도 탐스러워 보였기 때문에 한국해양대학교 기관과에 진학하려합니다. 어찌보면 너무 갑작스럽게 정한 결정같지만 저는 제 천직을 만난 기분입니다. 





저는 제 적성이 해기사에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데 주변 사람들은 아니라고 합니다. 


부모님은 저를 겉으로는 응원해주시지만 속으로는 재수를 하여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하길 원하시는 눈치입니다. 


선생님들 또한 해양대학교에 다니다가 자퇴한 선배 얘기를 해주시면서 저에게 해양대학교에 가지 말라고 합니다. 


친구들 또한 공부 잘하던 놈이 수능 말아먹고 재수하기 싫어서 성적 맞춰 국공립 대학 가는 줄로만 알고 있어 속상합니다. 



이제부터 정말 보란듯이 열심히 살아보려 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제 삶이 행복하지 않았던 이유는 대학에 대한 욕심도 없었고, 진로에 대한 고민도 없어서 매사에 의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기관사라는 목표가 생겼고, 10년 20년 후에 제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몇년후에 현장에서 선배님들을 뵙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