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대를 졸업하고 특례만 마친후에 승선을 그만두었다. 선박기관사로 승선했었는데 대기업이었고 톤수도 5만톤이상 나름 적당한 사이즈도 타보고 큰배도 타보았다. 그만두고나서 육상에서 새로운 직장 잡기까지 2년정도 걸렸지만 배를 그만둔 순간부터 지금까지 후회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후련했다. 최근에 동기들 만나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보니 왜 내가 선박기관사를 그만두게되었을까 생각해보았다. 첫번째로 노후선때문에 힘들었던거 같다. 요즘에는 새배도 많지만 아직도 대형선사들도 15년~20년 된 선박들 많이들 운용하는데 솔직히 똥배타면 너무 힘들다. 일 끝나고 좀 쉬려고해도 쉴수가 없이 자꾸 일이 터진다. 두번째로 사람이 힘들었다. 사람이 힘든건 육상도 마찬가지인데 육상은 그래도 각자 가정이 있고 집에 돌아가야하니까 함께 회식을해도 적당히 마시고 또 금전적인 부분때문에 많이 마시지 못하는데 배는 그런거 없이 다들 외로우니까 한번 마시면 날밤새고 먹는다. 그리고 다음날은 물론 정상근무해야함. 회식문화 자체가 좀 안좋았던거 같다. 배는 24시간 계속 얼굴봐야하니까 그게 힘들었고 사생활보호가 안되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배안이다보니까 시니어들이 너무 함부로 대한다. 지들 맘대로 욕하고 기본적인 예의가 없다. 주니어 방에 함부로 들어오고 마치 지가 왕이나 된듯이 행동함. 이런게 힘들었다. 세번째로는 역시 바다에서 고립된 생활이 힘들었던거같다. 육상은 힘든일이 있어도 가족들이 있고 또 인맥이 있으니 어려운일은 서로 도우면서 해결해나갈 수가 있는데 배안은 무조건 혼자 해결해야한다. 요즘은 배안에서 인터넷이 된다고 들었는데 인터넷으로 도움 받는것도 한계가있다. 먹고싶은거 사고싶은거 즐기는거 문화생활하는 모든것이 사람 스트레스 푸는데 도움이 되는데 일단 승선하면 그런거 없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배가 된다. 내가 장기 승선해서 기관장이 된다해도 일은 편할지몰라도 그렇게 월 1000만원 받아서 뭘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년에 8,9개월 타고 3개월 쉬었다가 다시 승선하는데 그 텀이 너무 길다. 또 사람은 사회적동물이라서 여러사람들이 지향하는 곳을 바라보고 그들과 함께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그러면서 발전하는 동물이라 생각하는데 배를타면 돈은 많이 받지만 그런 어떤 성취감같은 면에서 공허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머랄까 내가 점점 돌대가리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 일어나면 기계처러 일하고 일끝나면 술먹거나 디빅스보는 삶의 반복. 배안에서 운동을 하려해도 여의치가 않다. 롤링에 피칭에 다치지 않으면 다행이다. 물론 지금까지 승선하는 동기들은 돈 많이 모아서 건물 짓는다는 친구도 있고, 집도 몇채씩 가지고 있는 동기도 있다. 그리고 인스타에 맨날 여행사진올리고 예쁜여친사진 올리고 자동차사진올리고 하는거보면 부럽다. 솔직히 많이 부럽다. 하지만 나도 선박기관사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그들의 고생도 잘 안다. 일기사 기관장이된다해서 손에 기름 안묻히는거 아니고, 어떤면에서는 주니어보다 더 힘든면이 있을것이다. 배타면 편하다? 이런말 나는 안 믿는다. 왜냐면 내가 승선하는 동안에 기관장도 뺑이치면서 일하는 모습도 많이보고 또 일과후에 그들이 즐기는게 고작 라면부스러기에 듣보잡맥주 수십캔씩 먹는게 전부니까. 인생에 있어서 돈이 엄청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해기사들의 라이프는 정말로 행복할까? 라는 질문에 나는 아직도 의구심을 갖는다. 그들의 월 1000만원 수입은 어쩌면 그들의 생명과 시간에 대한 보상이지 않을까.. 일이 힘들고 편하고와는 관계없이 격리된 환경에서 문명과는 괴리된채 8개월씩 승선하는데에 대한 보상말이다. 물론 동기들은 돈 잘벌고 나름 행복한척 하지만은...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느껴지는거 같다. 그 감출수 없는 외로움과 약간의 정신이상증세.. 그리고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사는거 같다. 돈을 잘벌기 때문에 남들이 하는 일과 고민에 별로 관심이 없는듯하다. 그래서 대화에 잘 끼지를 못하는것도 있다. 암튼 살다보니 내가 느낀게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