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기준의 시각입니다. 어디까지나 이런 시각도 있다는 것으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10대 후반. 나름 공부 잘 한다 소리듣고 자랐다. 

수능을 보던 해,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할까 부산대에 진학할까 고민하다가 집안 꼴을 보니 돈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던 와중에 학교홍보로 찾아온 해양대 선배들. 군대 기간동안 돈을 모을 수 있고 초임 연봉이 6000만원, 취업률이 사실상 100%란다.

상담을 받아보고 나름대로 아는 사람을 통해 알아보니 거짓말이 아닌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웃을 일이지만...

선상 근무가 힘들지 않냐는 말에 군대 대신 한다고 생각하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다고 웃던 선배의 모습이 멋있었다.


그해 겨울, 교대, 해양대, 홍익대를 붙고 해양대에 들어갔다.


1학년 생활을 하면서 힘이 들었지만 진학에 대한 후회는 없었다. 그저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랄 뿐.

2학년이 되었을 때, 고등학교 친구들이 슬슬 군대에 갔다. 훈련소 가기 전에 술 한잔 하면서 나를 부러워하는 눈치가 좋았다.

그리고 3학년이 되어 실습을 갔다. 학점이고 토익이고 자격증이고, 훈련으로 바쁜 시간을 쪼개서 관리를 해두었기 때문에 걱정은 없었다.

소위 말하는 메이저 회사에 무난하게 들어갔고 실습생으로 올랐다.


배에 오르던 날까지 몰랐다. 진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줄은 몰랐다.

하루에 10시간 당직을 서고, 4시간 데이워크를 했다. 그리고 두시간씩 술을 마셨다.

실습생이 아무것도 모르는게 당연한데 이것도 모르냐고 몇 시간씩 욕을 듣는 일은 다반사였다.

밥은 교도소 밥보다 못했다. 선장이 부식비를 빼돌리고 있었으니...


하선한 날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울었다. 기뻐서가 아니라 이걸 앞으로 몇 년은 더 타야고 생각하니까 너무 무서워서.


그제서야 주변 상황이 보였다.

친구들하고 대화해보면 대화해볼수록...


군대 다녀온 녀석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2010년대의 군대는 선배들이 그렇게 풀어졌다고 욕하던 요즘 해대 1학년보다 편했다. 

편의점 시급은 어느새 7000원을 넘기고 있었다. 난 내가 삼짜달고 올라가서 몇 시간쯤 일할지 생각해봤다. 편의점 시급이랑 비슷하면 비슷했지 많진 않았다.

고교 시절 비슷한 성적이었던 친구들은 선배들의 취업이야기를 했다. 공과대라 그런가 다들 상여 이런 거 다 빼고 못해도 달에 300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걸 듣는데 이상하게 너무 억울했다.


나는 군대보다 힘든 학교를 나와서, 바다 위에서 오만 욕설 다 들어가면서

휴일도 없이 일하고 400을 받아가는데 얘들은 땅에서 휴일 다 챙겨가며 300을 받는구나. 내가 병신이었구나.


시간이 흘러서 다시 배에 올랐다. 회사와 병무청에선 승선근무예비역 인권을 말하는데 여전히 변한 게 없었다.

일은 일대로 하고 술시중 들다가 토하고 있는데 정신력이 약하다고 화내던 시니어들을 볼 때마다 체념만 생겼다.

선배들은 해대만큼 노력에 비해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어디 있느냐 한다. 얼마나 좋은 직장인지... 그러니 열의를 가져라...

하지만 나는 열의가 없다는 소리를 들어도 아무 생각이 들질 않는다. 그저 남은 시간동안 다치지 않고 내리고 싶을 뿐이다.

한편으론 입이 간질간질하다. 그렇게 좋은 배인데 당신들은 어째서 땅에 있습니까? 왜 타고 있어도 어떻게든 땅에 자리를 알아보려고 합니까?

그 마음을 가슴에 묻고 삼년시마이를 결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