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인터뷰를 마치고 통선을 타고 배로 올라갔다.

ECR로 들어가니 47년생 2기사, 45년생 3기사, 50년생 남방, 평균 나이대가 적어도 70은 되어 보이는 노땅들이 나를 반긴다.


"1기사입니다"


"마 니 해대나왔나?"


45년생 3기사는 사정없이 말을 까며 나에게 물음을 던졌다. 쭈글한 이마 관자놀이에 활짝핀 검버섯 주름 사이에서 올라오는 욕창썩은내는 온 배를 물들였다.


"해고출신입니더"


나는 대답하였다. 그들의 물음은 나를 기만하려는 것 일지라...


"맻기고? 그래도 배 타러 왔네 아이다 젊은아가 머 알고왔겟나 돈마이준다캐가 왔겠지 요새 아 덜은 이래가꼬..."


늙은 성대에서 나오는 비아냥대는 목소리는 담배연기와 함께 내 귓구멍속으로 들어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젊은 사람을 고깝게 보는 시선이 나를 에워싸고 있었고 관리가 되지 않은 발전기에서 나는 태핏소리는 비명처럼 불규칙적으로 울렸다.

아니나 다를까 불안하던 발전기 소리는 서서히 멈춰가고 그 순간 알람이 퍼지더니 블랙아웃이 되어버렸다.


"뭡니까 이거"


나는 2기사에게 물었다.


"발전기가 안좋아가꼬 원래 이란다"


비상발전기가 돌아가고 불이 들어오자 2기사의 눈이 보였다. 그의 눈에서는 무언가 숨기고 있는것이 보였다.


"노즐바디 정비 조립품, 필러게이지, 인스트럭션들고 발전기로 내려오세요"


나는 그들에게 말했지만 그들은 미동도 없었다.


"내가 그거 할 짬밥이가"


2기사는 주머니애 손을 넣고 담배를 꼬나물은채 망발을 내뱉었다.

나는 애국해기사, 그깟 비아냥으로 굴복하지 않는다. 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들도 한때는 열정에 가득찬 바다사나이, 마도로스였겠지.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만든것일까? 그들의 의욕은 어디로 증발해 버린 것일까?


없어진 각종 수당, 작업비, 당직만 서면 나오는 월급... 그렇다. 우리는 사회주의가 몰락한 이유를 눈앞에서 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열정... 제가 다시 붙여드리겠습니다. 따라오십쇼"


그들은 마지못해 나를 따라나섰다. 비상발전기만 돌아가 조용한 기관실. 나는 공구를 담은 버캣을 들고 앞으로 걸어가며 그들에게 말했다.


"바다, 그리고 남자... 서로 떼 놓을 수 없는 두 존재입니다. 뜨거운 엔진을 식혀주는 CFW와 같이 뜨거운 남자의 불타오르는 열정을 그 가슴을 식혀주는건 차가운 바다밖에 없겠죠... 당신들도 무언가를 식히려 다시 바다로 나온것...아닙니까?"


그러자 뒷쪽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조용한 기관실에 메아리 쳤다.


"눈물이란, 삶의 윤활유죠.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투명한 액체.. 누군가의 눈에서 L.O가 새는군요. 닦으세요"


나는 챙겨온 뒤로 우엣스를 넘겼다.


"나이가 어떻게 되길래... 도대체..."


남방은 우엣스로 눈물을 훔치고 나에게 무름을 던졌다.


"4살입니다"


나의 터무니 없는 소리에 그들은 어이 없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들에게 나는 다시 대답을 이어갔다.


"바다 4나이라서요"


눈물젖은 우엣스는 하나 둘씩 늘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