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개월 후 >
후... 드디어 하선한다.
한항차로 시작했던 승선이 13개월 만에 끝났다.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고 9개월이 넘어가면서 부터는 매일 새벽 당직 후 해무감독에게 카톡을 보냈고 결국
13개월 만에 하선하게 되었다.
" 야 2기사야 그 피노 2기사한테 인수인계 잘하고 "
오션폴리텍 56살 쭈꾸미 1기사가 오늘도 시비 걸듯 좆같은 어투로 말했다. 저 새끼는 내가 공무감독인줄 모르는건지.... ㅋㅋ 저 놈이랑 같이타면서 일은 조또
못하면서 술먹고 꼬장만 부릴줄 알고 내가 한국해양대학교 출신인걸 알고 난 뒤부터는 사소한 꼬투리라도 잡히면
" 아 한해대에서는 학교에서 이런거 안가르치나? " 하면서 ㄱㅈㄹ을 한다.
너는 내가 공무감독으로 돌아가면 최소 14개월 승선 후에 2주 쉬고 가장 똥배로 승선 시킬꺼니까 기.대.하.고.있.어.라
" 헤이 세컨! 아 엠 뉴 세컨 엔지니어! "
" 아 오케이! 에브리띵 이즈 오케이! 유 노 하우투두 디스? 잇츠 베리 이지. 아이 두 올 메인터넌스 잡. 돈 워리 "
" 세컨, 아이 헤브 퀘시전 &$%^%$&@#$@%$#@%@%$#@ "
피노 2기사가 병신같은 발음으로 영어로 씨부리고 있는데 무슨말인지 몰라서 그냥 끄덕끄덕 하고 오케이 오케이 몇번 하더니 피노 2기사도 이내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그냥 기계를 보러 갔다.
" 그러고 보니 2번 발전기 injection 노즐이랑 청정기 bowl 소제 안했는데 그냥 했다고 구라쳐야겠다. "
뭐 이제 내가 다시는 배 탈일은 없기 때문에 그냥 남은 일들은 새로운 2기사에게 주기로 했다. 들어보니 2기사만 몇년 했다는데 알아서 잘 하겠지
' 하 드디어 하선이구나 '
내가 들고 왔던 캐리어를 그물로 내리고 갱웨이를 내려가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 집 >
" 마누라! 나왔어! "
" 어.... 어 왔어? 고생했어..... "
마누라가 반갑게 맞아준다. 나 배나갈때만 하더라도 아직 기어다니던 애기는 이제 혼자서 걸어다닌다.
애기를 안으려고 하자 애기가 오랜만에 아빠를 봐서 그런지 울음을 터트린다.
" 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 "
" 아이 당신은 왜 오자마자 애기를 울리고 그래! "
" 아이 미안해 아니 근데 내가 13개월만에 왔는데 반응이 그게 뭐야! "
" &$^@@%@$#!^$#@%@$%!@% "
마누라와 가볍게 말다툼이 있은 후 샤워를 하려고 속옷 서랍을 여는데 못보던 마누라 속옷들이 있었다.
' 아니 이 여자는 내가 배에 있을 때 속옷만 사 모았나, 무슨 망사팬티에 티팬티에 어휴..... 아! 나한테 서프라이즈 하려고 그런건가? ㅎㅎ"
싱글벙글 샤워를 하고 오랜만에 가족끼리 외식을 하려고 아파트 문을 나서는데 옆집 사는 남자가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 빠빠 아빠빠 아빠 "
애기가 옆집 남자를 보더니 생글생글 웃는다. 내 아들이지만 사람 낮을 안가리는거 같아 흐뭇하다.
"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
마누라와 옆집남자가 가볍게 고개숙여 인사하더니 남자가 빠르게 집에 들어갔다. 근데 남자가 입고 있는 바지가 내가 예전에 큰돈 주고 샀던 명품 바지랑
똑같은거다.
" 훗 내가 알기로는 9급 공무원 하는걸로 알고 있는데 월급 200 조금 넘게 받으면서 무리하기는 ㅋㅋㅋ "
간단하게 외식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부장에게 전화를 해서 언제부터 다시 출근하는지 물어봐야겠다.
때르르르릉~ 때르르르르릉~
" 네 XX해운 공무팀 부장 ZZZ 입니다. "
" 아 부장님 안녕하십니까 공무감독 000 입니다. "
" 어....... 0 2기사... 아니 0감독 오랜만이야 근데 무슨일이야? "
" 아 부장님 다른게 아니라 제가 오늘부로 하선했는데 언제부터 다시 회사 출근하면 되는지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
" 어.... 0 감독 그래도 꽤 오래 승선한걸로 알고있는데 일단은 한달정도는 푹 쉬고 중간에 상급안전재교육 받고 있어라 기다리고 있으면 내가 언제 출근해야 하는지 알려주꾸마 "
" 네 부장님 그러면 한달 정도 쉬고 뵙겠습니다. "
아싸! 한달 휴가다! 한달동안 친구들도 보고 술도 먹고 좀 푹 쉬다가 출근해야겠다. ㅎㅎ 마누라랑 여행도 갔다와야겠다.
" 여보, 부장님한테 물어봤는데 일단 한달정도는 푹 쉬고 난 뒤에 다시 육상 출근하래! "
" ........ "
" 여보 왜 반응이 뜨뜻미지근해? "
" 여보.... 그냥 배 타면 안돼? "
" 으응?????? 왜??? "
이 여자가 뭘 잘못먹었나? 갑자기 왜 그러지?
" 사실... 자기랑 결혼하고 나서 나도 우리 애기 본다고 직장 그만두고 자기 공무감독하면 이것저것 때면 한달에 300 겨우 들고올까말까한데 배 타면 그래도 480은 받는데다가 거기다가 1기사 진급하면 월급 600 넘는다며... 안그래도 우리 애기 이제 크면 유치원도 보내고 이곳저곳 돈 나갈때가 많은데 자기가 우리 애기 좀 클때까지만 배 타면 애기 좀 자라서 초등학교 다니면 그 때는 내가 다시 일하러 갈수도 있으니까 그때까지만 타면 안될까? "
아니 배를 다시 타라고? 이 여자가 배 타는게 쉬운줄 아는걸까? 아직 배 내린지 하루도 안된사람한테 다시 배를타라니!
" 아니 여보 나 배타는게 싫어서 공무감독하는데 다시 배 타라는게 말이되는소리야? "
" 아니 여보... 이기적으로 자기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가족들 입장도 생각해봐, 솔직히 지금 우리가족 3명 자기만 보고 사는건데 사실 300 벌어서는 우리 가족 살기 힘든거 당신이 잘 알자나 자기만 눈 딱감고 희생하면 우리 가족이 편하게 지낼 수 있는데 자기 너무 이기적이다 정말..... "
그러고서는 아내 눈에 눈물이 고이더니 울기 시작하고 아이도 엄마가 우니까 따라 울기 시작했다
" 하............ "
< 3주 뒤 >
때르르르르르릉~ 때르르르르르르르릉~~~~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 휴 이제 다시 회사로 복직하는구나.... '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들뜬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 네 공무감독 000 전화 받았습니다. "
" 어....... 000 2기사님 휴대폰 아닌가요? "
내가 모르는 해무감독인가? 나는 공무감독인데?
" 아... 저는 000 공무감독입니다만....... ? "
" 아 000 2기사님 아니 이제는 1기사님이네요 ㅎㅎ 1기사님 안그래도 부산신항에서 승선 스케쥴 잡혀서 알려드리려고 전화 했습니다. "
" 네?? 승선스케쥴이요? 아니 그게 무슨 말이세요? "
" 아...... 저는 000 2기사님 1기사로 진급하셔서 부산신항에서 3일 뒤에 승선하는걸로 들었습니다.... "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부장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 네 XX해운 공무팀 부장 MMM 입니다 "
뭐지? 왜 ZZZ 부장이 안 받고 새로운 부장이 받는거지? 무슨 일이지?
" 아.... 저 안녕하십니까 일전에 승선했다가 하선해서 다시 복직 기다리는 공무감독 000 입니다. 다른게 아니라 XX해운 공무팀 부장 ZZZ님께 전화
걸었는데 혹시 ZZZ 부장님 언제 다시 오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
" 아 그 ZZZ 부장은 지금 한달 정도 1기사 땜빵하려고 승선중입니다. "
뭐지? ZZZ 부장도 배를 타러 간건가? 뭔가 쌔한데.......
" 아 그러면... 저는 언제 다시 회사로 복직하면 되나요? "
" 아 나는 잘 몰라요, 그거는 ZZZ 부장 하선하면 상의하세요 혹시 해무팀에서 연락을 안 주던가요? "
" 아 안그래도 해무팀에서 저보고 1기사로 승선을 하라고 해서.... "
" 아 그래요? 나는 잘 모르니까 해무팀 말대로 일단 1기사로 승선 해야 겠네요 저는 바빠서 이만 끊습니다. "
이게 무슨 개같은 소린가? 다시 승선이라니? 지금 꿈인건가 싶어 볼을 꼬집어봐도 분명한 현실이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회사를 그만두려고 아내에게 이야기를 하니
" 어머 여보 잘됬다! 안그래도 1기사로 올라가면 월급 600 넘잖아! 우리 여보가 능력이 좋으니까 바로 1기사 진급하는거봐 ㅎㅎ 여보 좀 힘들더라도
배 타고 오면 우리 애기랑 나랑 둘이서 열심히 자기 기다리고 있을께 ㅎㅎ 자기 우리 애기 딱 초등학교 들어갈때 까지만 배 타자 "
" 아니... 나 회사 그만둘꺼야... 어떻게 공무감독이었던 나보고 또 배를 타라고? 그럴수는 없어 "
" 여보! 지금 자기 회사 그만두면 뭐 할건데! 안그래도 자기 지금 한달 가까이 놀아서 생활비도 다 떨어져가! 그리고 우리 돈 모아서 집도 사고 해야지
어떻게 자기 생각만해! 지금 그만두고 다시 일자리 알아보면 우리가족 손가락만 빨고 잇으라고? 난 절대로 그렇게 못해 안해! "
" ........... 하.......... "
< 3일 뒤 부산 신항 >
하...... 또 배라니.... 이번에는 1기사로 올라가는거지만 마음이 심란하다.....
이번에 2기사도 같이 교대된다고 해서 누가 오는가 했더니 저번에 내 자리 대신해서 들어갔던 YYY 감독이다.. 불쌍한 자식.....
까똑!
안녕하십니까 000 1기사님 해무감독 AAA 입니다.
배는 아마 오후 4시 정도에 도착할거고 원래 승선하기로 했던 2항사가 2시하고 도망가버려서 급하게 해무감독이었던 XXX 감독도 같이 승선한다고
지금 부산 중앙동에서 출발했습니다.
이번에는 한 8개월 정도 탄다고 생각하시면 되고 안전운항 하시고 나중에 뵙겠습니다.
FIN
감사합니다.
와 뱃놈 마누라 불륜에 재승선까지 집어넣을수 있는거 다 집어넣네 ㄷㄷㄷㅇ
와 ㅋㅋ존나 재밌다진짜 ㅋㅋㅋㅋ - dc App
한배에 감독만 3명이 올라가노 ㅋㅋㅋㅋ 1,2기사에 2항사라니 ㅈㄴ꼬숩다 ㅎㅎ 픽션인것같지? 이거 모선사에서 실제있었던일이다
이건쫌슬프네.. 내게 인간의 마음이남아있었구나
와 … 이거보면 결혼 안하고 싶다 ;; ㅅㅂ 개비참하노
실제로 있던일을 각색한거냐..? 존나무섭네
심지어 코로나전에 비슷한경험 있었음. 지금은 더 심함 ㅋㅋㅋ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했네
시발 스플래시 데미지 ㅈ되네 십련들아 ㅠㅠ 내인생에 결혼은 없다
야이씨 갑자가 선원들까지 때리면 우짜노 ㅋㅋㅋ 그래도 감독들 경기일으키는 글은 추천
그와중에 1기사는 13개월 지났는데도 못내리고 그대로누ㅋㅋㅋㅋㅋ
샹년....
시발 공감이 300은 무슨 10년전 이야기하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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