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버스터즈! 다섯 번째 루트로 쿠루가야 유이코와 니시조노 미오 중 어느 쪽을 먼저로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미오 쪽을 선택.

미오 루트를 먼저 클리어했습니다.


1. 리틀 버스터즈는 가벼운 분위기에서 시작하지만 개별 루트로 진입하면 분위기가 심각해진다는 사실은 학습효과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고,

Key는 게임에 비현실적인 요소를 쓰기도 한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상황.

만약 이 두 가지를 모르는 채로 미오 루트를 플레이했다면 정신적인 대미지를 많이 받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 니시조노 미오는 사실 리틀 버스터즈 안에서도 그다지 관심이 가는 캐릭터가 아니었습니다.

고독한 문학소녀 캐릭터는 너무 흔한 인물상이어서 개성이 없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죠.

'미도리'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미오는 존재감 없는 그저 그런 캐릭터로 제 기억에 남았을 겁니다, 아마도.

루트가 캐릭터를 살렸다고나 할까요.


3. 역시 미도리를 빼놓고 미오 루트를 논할 수는 없겠죠.

처음 미도리가 나타났을 땐 '미오의 생이별한 여동생인가?'라는 생각을 했고,

방파제에서 맞닥뜨렸을 땐 '미오를 무슨 영원의 세계로 끌고 가기라도 하려는 건가!'라고 생각했고,

학교에 출현한 뒤로는 '그림자 주제에 본체는 얻다 처박아두고 본체 행세를 하고 있어?!'라고 생각했으며,

미도리가 리키의 기억을 농락하는 걸 보고는 속이 다 뒤집어졌습니다. 아우......

후타키 카나타가 사람 혈압을 올리는 데에 천재였다면, 미도리는 사람 속을 뒤집어놓는 데 천재인 듯.


4. 미오 루트의 선택지는 단 두 개뿐이었고 그마저도 정답이 빤히 보이는 선택지였던지라 난이도는 최하.

첫 번째 선택지는 '배드엔딩을 보고 싶으신 분은 보세요'라는 의도로 마련해둔 것 같았고, 두 번째는 완전히 '기출문제'......

여태까지 미도리가 제 속을 뒤집어놨던 걸 생각해 '악의'를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정답이 뭔지 알면서도 오답을 선택할 수는 없었기에 얌전히 '선의' 쪽을 골랐습니다.

역시 리키에겐, '악의'보다는 '선의'가 더 어울리는 단어겠죠.


5. 마지막에 리키가 보인 행동은 용기라기보다는 무모함에 더 가까웠던 것 같지만, 그 상황의 리키는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겠죠.

평소의 리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에 오히려 매력이 느껴졌습니다. 알면 알수록 매력이 있는 주인공이네요.


영원의 세계로 떠나버리는 소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버리는 소녀.

자신을 잊어달라고 말하는 소녀.

......뭔가 이전의 Key 게임에 나왔던 소재들을 이것저것 섞은 것 같지만 싫지 않은 느낌.

미오 루트의 이야기에 대한 느낌은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제 남은 루트의 플레이 순서는 정해졌으니, 저는 이대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도록 하겠습니다.


여담 1: 실제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기억을 조작하는 것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고 합니다.

아이에게 미아가 될 뻔했다는 이야기를 지어내서 말해주면 아이는 진짜로 자기가 미아가 될 뻔한 일이 있었다고 믿어버린다든가......

그리고 동조 실험이라고 해서, 길이가 다른 막대를 갖다놔도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길이가 같다'고 말하면

마지막 한 사람도 '길이가 같다'라고 말해버린다는 실험 결과도 있죠.

그런데도 리키는 미도리와 미오가 다르다는 사실을 끝끝내 잊어버리지 않았으니, 리키는 굉장히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인 것 같습니다.


여담 2: 리틀 버스터즈 멤버들의 학교 근처에 바다가 있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군요. 의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