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편 스포는 당연히 있고 RB 스포는 있긴 한데 RB 스포가 시작되는 구간에 표시 해 뒀으니 오리지널만 깬 사람은 거기까지만 읽어도 좋음
밑에 글 답변 정도로만 쓰려다가 쓰다 보니 애매하게 길어졌는데 본격적인 리뷰글 쓸 분량까진 아니라 그냥 짧은 해설글 느낌으로 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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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 루트의 시로하와 우미의 이별신 마지막에 우미가 본 기억. 이건 도대체 언제의 기억이냐, 실제로 있었던 일은 맞느냐는 의문이 자주 보인다.
일단 팬북에 있는 단서부터 정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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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감촉을…… 그 온기를, 나는 기억한다
시로하의 자장가를 들으며, 아득히 오래된 갓난아기일 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우미. 엄마의 품에 안겨, 눈부신 하늘 아래서 기분 좋게 자고 있는 광경. 이런 따스한 기억도 사라져 무로 되돌아간다……. 최후의 순간, 우미는 엄마에게 작별의 말을 남기고 사라져간다.
타카하라 우미: 정말정말 어릴 적, 이렇게 따스하게 품에 안겨 있었던 적이 있었어. 분명 내가 가진 가장 처음의 기억. 끝에, 정말 끝에 와서 떠올릴 수 있었어. 나, 행복했어, 엄마,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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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CG 해설에서는 확실히 이 기억이 실제로 있었던 일인 것처럼 서술돼 있다.
알카 이후의 루트에서의 묘사로는 분명 시로하는 출산 중 사망이니까 우미에게 이런 기억이 있을 수 없다.
가능한 추론 중 하나는 '가장 처음, 그러니까 우미가 실제로 나고 자란 세계에서는 시로하가 우미의 출산 중에는 죽지 않았다'가 될 수 있다.
사실 시로하의 능력이 미래예지가 아닌 루프했던 기억을 어렴풋이 떠올리는 것임을 생각하면 아직 죽음을 경험하지 않은 처음 세계의 시로하가 우미에 대한 기억이 없을 테고, 그러면 시로하가 무리하다가 몸을 망쳐서 출산 중에 죽었을 일도 없다.
그러니까 시로하는 처음 세계에서는 출산 중에 죽지 않은 대신 (아마 우미가 갓난아기였을 때) 다른 이유로 죽었고 이 기억은 그 사이에 있었던 기억이다, 그리고 알카 루트를 겪으면서 우미에 대한 기억이 생긴 것 때문에 시로하가 무리하다가 출산 중에 죽는 무한루프가 성립된 것이다...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사실 전에 이런 취지의 해설글도 쓴 적도 있는데 여기서 문제가 뭐냐면
'우미를 낳다 죽은 어머니, 시로하'
'시로하의 기일 = 우미의 생일'
이렇게 같은 책 안에서 시로하는 원래부터 우미를 낳다 죽은 게 맞다는 쐐기를 박아 버린다.
그럼 저 기억은 언제 기억인가의 문제 이전에 시로하가 처음 세계에서 루프를 하기도 전부터 미래의 일을 알고 있었다는 게 된다는 타임 패러독스 문제가 터지는데.. 일단은 그게 맞다고 할 수밖에 없다.
뱀발이지만 사실 팬북의 내용을 100% 신뢰하기는 힘든 점이 있다.
칠영나비 항목을 보면 '미련이나 후회를 남긴 죽은 사람의 기억이 남겨진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해 나비의 형체로 세상에 머문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칠영나비 = 죽은 사람 기억'설은 세계관 내에서도 통설처럼 다뤄지지만 막상 나루세 가까지 안 가도 본편 아오나 카모메 루트에서 이게 틀렸다는 것을 찾을 수 있고, RB 추가 루트인 노미키, 시즈쿠 루트에서는 대놓고 틀렸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건 팬북에서 설정오류를 냈다기보단 의도적으로 세계관 속 잘못된 통설을 적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즉, 이거 가지고 이번 주제와 관련한 팬북의 정보를 부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팬북 말고도 본편에 이미 결정적인 증거가 있는데 바로 시로하의 편지다.
시로하가 자기의 죽음을 예감하고 우미에게 쓴 편지를 처음 세계에서 루프해온 우미가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즉 처음 세계의 시로하도 알카 에필로그에서의 시로하와 똑같은 일을 했다는 게 된다.
무엇보다 처음 세계에서 시로하가 능력과 무관하게 죽은 거라면 능력을 없애도 시로하와 하이리가 다시 이어지고 우미를 무사히 낳아서 기르는 완전한 해피엔딩은 불가능해지게 된다.
어쨌든 패러독스 문제는 일단 시로하가 능력을 쓸 때마다 지나는 시간의 틈새가 과거와 미래라는 시간 개념이 없는 장소라는 점으로 좀 명쾌하진 않지만 납득하고 넘어가야 할 듯하다. 시간 개념이 없기 때문에 여기를 지날 때 미래의 칠영나비의 영향을 받아 미래의 일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히토미도 훨씬 미래의 일이고 자신이 실제로 그때까지 남아 경험한 일도 아니었던 우미의 행보까지 미리 알고 쿄코에게 말했다는 점에서 시로하도 이와 비슷한 케이스로 볼 수도 있다. 나루세가 능력이 미래예지가 아니라 하는데도 이 해석대로라면 루프해서 얻은 기억과 무관한 미래예지도 가능한 것처럼 보이긴 하다.
이제 문제는 그렇다면 우미가 본 그 기억은 대체 무엇이냐인데..
※ 여기서부터 RB 에필로그 스포
RB 에필로그는 포켓 이후에 시로하와 하이리가 문제 없이 우미를 낳고 기른 행복한 미래다.
결국 시로하가 죽은 이유가 처음부터 능력 때문이 맞았고, 처음 세계에서 능력으로 인한 무리한 출산 외 다른 이유로 죽지 않았다는 게 증명된다.
여기서부터는 순전한 추측으로 방금 전 논의의 연장선인데, 우미가 본 기억이 과거에 있을 수 없는 기억임이 분명하다면, 사실 아직 경험하지 않은 미래, 즉 능력을 잃은 시로하가 건강하게 우미를 낳은 포켓 에필로그 이후의 기억이라고 본다.
이게 맞는다면 포켓 루트의 이별 장면을 보는 관점도 바뀌는데, 시로하의 능력을 우미가 포기하게 만든 순간 시로하와 하이리가 만들 행복한 미래는 확정되었고, 이때 우미가 소멸하는 것은 그 행복한 미래에 있을 우미로 다시금 태어나기 위한 것이며, 마지막 순간 우미가 본 기억은 그 미래의 단편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해설글에 쓸 이야기는 끝이지만, 이대로 맺기엔 너무 휑해서 리뷰 같아지긴 해도 몇 줄 덧붙인다.
우미가 시로하에게 전해준 메시지이자 이 작품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메시지는 과거의 추억에 얽매이는 대신 충실한 현재를 보낸다면, 과거의 추억을 주머니에 담긴 '눈부심'으로 간직한 채 행복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미가 그대로 소멸되어서는 이 메시지가 조금 무색해진다.
미래로 날갯짓하라고 시로하가 지어준 이름과 달리 우미 역시 그동안 과거를 되풀이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지만, 사이가 어긋났던 아버지, 만나고 싶었던 어머니와의 여름방학을 통해 과거를 딛고 충실한 현재를 보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우미도 이제 행복한 미래를 살아갈 자격이 있다.
혹자는 사족이라 할지 모르지만, 우미가 미래로 나아가는 것을 보여준 RB의 에필로그는 서머 포켓이라는 작품을 완성시켰다고 본다.
밑에글 쓴 본인인데 RB는 아직 안해서 스포글은 넘겻는데 RB를 해봐야겟네.. 그 전까진 다읽엇는데 짧은질문인데 길게 설명 잘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