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버스터즈!의 일곱 번째 루트, 린 루트 II를 마침내 클리어했습니다.

여섯 번째 루트 클리어로부터 50일, 플레이 시간으로는 59시간만이군요. 정말 길었습니다.


리틀 버스터즈! - 린 루트 클리어(?) (스포일러 있음)

↑ 린 루트 I 클리어 감상. 이 글을 읽기 전에 먼저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1. 역시, 예상했던 대로 린을 교환학생으로 보내는 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습니다.

린을 좋아하지만 린이 좀 더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린을 보내는 리키.

저는 예상했죠. 린 루트 II의 줄거리는 앞으로 이럴 것이라고.

- 리키는 린이 없는 학교에서 린을 그리워하면서 기다리고

- 린은 교환학생으로 간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고

- 마침내 린의 마지막 미션은 성공.

- 그리고 계절은 겨울, 눈 내리는 교정에서 린을 기다리고 있던 리키는 린과 재회.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일이 이렇게 될 거였다면 린과 리키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쿄스케가 주는 미션들을 수행해왔던 것일까요.


2. 린 이야기는 린 루트 I 클리어 감상문에서 이미 했으니 쿄스케 이야기를 한번 해보죠.

사실 린 루트 I을 클리어한 이후 저는 아래 세 인물이 아마 동일인물일 것이라고 짐작을 하고 있었습니다.

① 나츠메 린의 오빠

② 고양이를 통해 린에게 미션이 적힌 쪽지들을 주는 사람

③ 배드엔딩에서 리키를 과거로 되돌려보내는 신(?)

결국 ①번과 ②번은 동일인물임이 밝혀졌군요. 이제 남은 건 ③번인데, 이쪽도 제 예상이 맞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건 몇 년 전에 어떤 블로그에서 봤던 '계획대로' 짤방인데요.

그땐 그냥 흔히 있는 데스노트 패러디 중 하나로 보고 넘어갔는데, 지금 다시 보니 참 섬뜩하네요.

아닌 게 아니라 달밤에 고양이 안고 있는 쿄스케 모습은 "내가 키라다."라는 대사가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은 분위기였음......


3. "린을 데리고 도망치고 싶어." / "그 앞엔 어둠밖에 없어."

도망갈 것인가 말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선택지.

저는 성인이기 때문에 켄고의 말이 옳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리키의 심정이 어떨지를 생각하면......

쿄스케가 린에 대해 '엄한 아버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린이 친구 없는 곳에서 혼자서 고통받고 있는데도, 그런 린을 두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리키가 괴로워하고 있는데도,

쿄스케가 린을 홀로 내버려두고 있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아는 '나오에 리키'는 부조리를 참지 않는 소년입니다.

누군가가 자기 잘못이 아닌 이유로 고통받고 있다면 그것을 결코 그냥 받아들이지 않는 소년입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니 리키에게 '도망가지 말라'고 할 수가 없겠더군요.

그래서 쿄스케 엿먹으라는 심정으로, 일부러 '도망간다'를 선택해서 배드엔딩을 보기로 했습니다.

......어? 배드엔딩이 안 나오잖아??


4. '초짜 뱃사공 두 명이 흔들리는 조각배 위에서 노를 저으며......'

리키와 린의 도피생활을 보는 느낌은 제가 린 루트 I 클리어 감상문에서 적었던 그대로였습니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조각배 위에서 불안하게 노를 젓는 소년과 소녀, 딱 그 느낌.

누구의 도움도 바랄 수 없는 세상. 그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리키의 모습.

리틀 버스터즈 플레이가 200시간을 넘어갔지만 리키가 이렇게까지 안쓰러웠던 적이 없었습니다.

리키와 린의 처지를 이해해줄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아아.


5. 결국 둘의 도피생활은, 예상했던 일이지만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고, 이제 또다시 린을 잃고, 자신의 약함을 탓하며 자기혐오에 빠져버린 리키의 독백에, 마음이 아렸습니다.


마지막 선택지로 '이제부터는 강하게 살아간다'와 '도망친다' 중 하나를 고르라는 선택지가 나왔지만, 제가 고를 수 있는 답은 하나밖에 없었죠.

마음씨 곱고, 다정하고, 정의롭고,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나오에 리키를 좋아하는 제가,

스스로를 책망하며 미워하고 있는 리키를 어떻게 그냥 둘 수가 있겠습니까.


'너 자신을 너무 미워하지 마. 이제부터 강해지면 돼. 너라면 할 수 있어.'라고, 리키에게 이야기하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