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된날은 왜 이렇게 까지 방향을 잃게 되었는가?

우선 최대한 상대방의 의중을 존중해줘야 한다.

일부러 악의를 가지고 작품을 망치려고 작정했다거나

아무것도 모르는 무능한 아마추어들이 아니라면

결국 원안보다 회의과정에서 길을 잃었을 공산이 크다.


1. 마에다가 하고 싶었던 것 :

시작과 중간과정은 아무튼 모르겠으나 소중한 여름방학의 추억을 쌓아올린 다음 지능을 소실시켜서 무너뜨리겠다


2. 마에다와 제작진이 반성하고자 했던 것 :

급전개를 막고, 착실하게 복선을 쌓아서, 납득할 수 있는 전개를 보여주겠다


요약해서, 1과 2과 잘 조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작품이 망했다.

1+2를 시도하다가 실패한 결과가 바로 2,3,4,5화이다

2화 : 히나의 능력으로 이자나미의 마음에 들기 위해 소라의 촬영을 도와주면서 중요한 곡도 작곡한다

3화 : 히나의 능력으로 소라의 선배이면서, 어머니를 대신해 라멘가게를 운영하는 ???(이름기억안남)을 도와준다

4화 : 히나의 능력으로 미녀(미녀맞음?)변호사 히로인이 개최하는 마작대회를 제패한다.

5화 : 히나의 능력으로 죽은 이자나미의 어머니에 얽매어있는 이자나미와 그녀의 아버지의 마음을 위로해준다.

-- 히나의 능력이 구심점이 되는 에피소드는 여기서 끝이 난다. 그리고 이어서,


6화 : 2+3+4+5화에서 이어진 연으로 여름축제에 가고, 여름축제에서 아슈라의 과거를 극복하고, 요타가 히나를 생명의 위기에서 구해낸다.

7화 : 2+3+4+5+6화에서 이어지는 연으로 모두가 모여서 영화촬영을 개시한다.


8화 : 요타가 히나의 과거에 대해 알게 되고, 둘만의 여행을 떠나며, 히나의 아버지를 만난 다음 히나가 가지고 있던 과거의 병에 대해 알게된다.

9화 : 히나의 모든 정체가 밝혀진다. 세계멸망의 전말이 밝혀진다. 히나는 납치된다. 요타가 히나에게 고백한다. 두 명은 헤어진다.

10화 : 히나가 없는 시간이 흐른다. 히나를 필사적으로 찾고자 한다. 몇 달이 흐르고 실마리를 발견해 히나를 찾아내었다. 히나의 인격은 소실되었다.

11화 : 히나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 고민한다. 인격이 소실된 히나와의 관게를 새로 쌓아나간다. 사태는 다시 긴박하게 흐르기 시작한다.

12화 : 20분 안에 가능한 게 있을까? 망했다.



이렇게 이야기를 재구성해보면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더 명확하게 보인다.

히나와 보낸 즐거운 여름의 추억을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라,

2화부터 5화까지 80분이 오로지 히나의 능력과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초점이 맞추어져 있던 것이다.

그런데 히나의 능력과 정체는 뭐지? 딱히 중요한 내용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미 불치병 + 인공지능에 관련된 능력인건 1화에서 명백하게 보여지기 때문에,

그 뒤 4화에 걸쳐서 보여준 히나의 능력에 관한 것은 전부 불필요한 사족에 불과한 것이다.


마에다는 최초로 이 이야기를 구상했을 때,

양자컴퓨터와 히나의 정체에 대해서 대단한 극적인 반전 같은 것을 노리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에다가 하고 싶었던 건 히나와 보내는 떠들썩한 여름방학인 것이지,

인공지능의 정체에 관해서 얽혀있는 서스펜스를 하려던게 아니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12화 애니메이션 각본은 반드시 복선으로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근본적으로 이 작품의 이야기가 그러한 내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히나의 능력과 정체'가 이야기의 구심점으로 기능하고자 하는 희망을 가지고

전체 각본을 구상하였고,


그럼에도 실상 '히나의 능력과 정체'에 흥미로운 사실은 일절 없었기 때문에,

스즈키라는 밖의 인물이 그 전말을 추적하는 구성도 모두 무의미해지고,

설상가상으로 세계멸망이라는 가장 큰 도착점마저도 유치한 속임수로 전락하면서,

2+3+4+5 -> 6+7 -> 8+9로 이루어져있는 각본의 구성은 완전히 그 의미를 잃고 말았다.


마에다는 최초의 구상으로부터 이야기를 역산해서 만들어냈다고 하지만,

나의 사견으로는 역산을 하려는 시점에서 이미 작품은 마에다의 손을 떠나버렸다

39회나 몇 명의 사람들과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각본의 정합성을 맞추려고 할 때

원래 작품에서 하고자 했던 것이 더 이상 그자리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이 없었던걸까?

사실 이 작품의 실패에 관해서는 위에 언급한 구성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가령 11화에서 게임하는 장면들의 문제도 그 게임 소재 자체가 문제이기도 하고,

이야기 하자면 총체적 난국이라 할만큼 한도 끝도 없이 길어지기 때문에 이쯤에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