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마 돌 interlude 번역 링크 : 1화 / 2화 / 3화 / 5 / 6화 / 7화 / 8화 / 9화 / 10화 / 11화 / 12화



======================


4화. 소중한 친구 (집필 : 카이)


테이블 위에 놓인 유리컵이 창문에서 들어오는 햇살을 받아, 선반 위로 수면의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축음기에서 흐르는 잔잔한 음악은 마치 가게 안 시간을 느슨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런 공기를 즐기듯 손님들은 커피나 홍차를 조용히 즐기고 있다.

그 방해가 되지 않도록 카페 흑묘정의 자율 인형들은 조용히 시중을 들고 있었다.


하이자쿠라 "응뮤뮤뮤~!"


아니, 그 중 한 명, 분홍색 기모노를 입은 소녀가 아무것도 없는 장소에서 발이 걸려 넘어지며 비명을 질렀다.

손에 든 쟁반과 그 위에 있던 백자 컵이 공중으로 뜬다.

하지만 그 쟁반과 컵을 받는 손이 있었다. 가볍게, 소리도 내지 않고.


하이자쿠라 "으규!"


하지만 발이 걸린 자율 인형은 격렬하게 바닥에 얼굴을 부딪쳤다.

쟁반과 컵을 받아든 검은 포니테일의, 푸른 화살깃 무늬 옷을 입은 소녀가 바닥에 자빠진 소녀를 쏘아본다.


카라스바 "하~이~자~쿠~라~"


하이자쿠라 "응뮤……, 카라스바 씨, 감사합니하."


카라스바 "너는, 어째서 그렇게 침착성이 없어!"


하이자쿠라 "졔송해혀~"


바닥에 쓰러진 채 울상인 얼굴을 카라스바에게 향한다.


카라스바 "자, 빨리 일어나. 이 메뉴는 내가 건넬게, 너는 얼굴을 닦고 지저분해진 옷을 깨끗하게 해서 와."


하이자쿠라 "녜~에……"


실패에 기가 죽었는지, 기운 없이 일어나서 터벅터벅 부엌 쪽으로 향한다.

주방에서는 우사 점장이 유리그릇에 아이스크림 얹기를 막 끝낸 무렵이었다.


우사미 "왜 그래, 하이자쿠라"


하이자쿠라 "우뮤........또 실패해 버렸어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주방에서 수도꼭지를 튼다.

물을 양손으로 받고 더러워진 얼굴을 찰싹찰싹 씻는다.


우사미 "하하하, 그건 유감이네"


우사 점장은 웃으면서 타올을 하이자쿠라에 건네준다.

얼굴에 남아 있는 물을 닦으며, 하이자쿠라는 플로어에서 접객 중인 카라스바를 보았다

소리도 내지 않으며 접시나 잔을 테이블에 놓고서, 공손히 인사를 남기고 손님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떠난다.

동시에 물이 빌 테이블이 있으면 즉각 따르러 간다.

다른 손님이 자리에서 뜰 때 짐이 있는지 확인하고, 손님이 이동하기보다 빠르게 계산대로 가서 손님을 기다린다.


하이자쿠라 "카라스바 씨는 대단해요. 어떻게 저리 완벽하게 일을 해낼 수 있을까요?"


우사미 "경험, 일까"


하이자쿠라 "누구보다도 빨리 와서 가게에서 작업을 하고, 누구보다도 늦게까지 일을 해요."


우사미 "......제대로 자고는 있을까?"


하이자쿠라 "우뮤......, 저희는 인형이라 잠을 안 자도 활동은 할 수 있지만......"


겟카 "하지만, 정기적으로 슬립 모드를 취하지 않으면, 점차 논리기관에 부담이 걸립니다."


빈 식기를 주방으로 돌려주러 온 겟카가 말한다.

식기를 설거지함에 옮기고, 겟카도 플로어에서 접객 중인 카라스바를 본다.


겟카 "저래 보여도, 카라스바도 옛날에는 종종 실패했습니다."


하이자쿠라 "전혀 상상할 수 없어요."


우사미 "그래도 지금은 훌륭한 리더지."


하이자쿠라 "네, 리더예요."


겟카 "카라스바도 다양하게 학습하고 있습니다."


세 사람은 일하는 카라스바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그 시선에 알아차린 카라스바가 성큼성큼 ----그러면서 발소리는 내지 않고, 부엌을 향해 온다.

표정은 미소 지은 채, 하지만 주방에 가까워지자 관자놀이에 빠직......하고 화내는 마크를 늘려가면서.


카라스바 "둘 다, 뭘 농땡이 부리고 있는 거야?"


목소리는 어디까지나 조용하지만, 웃는 얼굴에서 새어나오는 분노는 감출 수 없었다.


하이자쿠라 "우뮤, 뮤뮤......"


우사미 "어? 둘......어라? 겟카?"


어느새 겟카는 쟁반을 들고 플로어로 달아나고 있었다.


※ ※ ※


----밤.

아직 추위를 느낄만한 맑은 공기가, 초승달이 비추는 밤하늘을 아름답게 보여 주고 있었다.

흑묘정의 불빛도 꺼지고 모두가 조용히 잠들었을 때


하이자쿠라 "응뮤"


슬립모드인 하이자쿠라가 문득 눈을 뜨고 문 쪽을 바라본다.

희미한 소리가 났다. 누군가 복도를 걷고 있었던 모양이다.

방에 있는 시계를 보면 새벽 2시가 넘는다.


하이자쿠라 "이런 시간에 누굴까요......?"


침대에서 내려와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천천히 문을 연다.

어두운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한 방에서 불빛이 희미하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


하이자쿠라 "카라스바 씨......?"


아까 발소리는 아무래도 카라스바가 낸 것이라고 깨닫는다.


하이자쿠라 "혹시 카라스바 씨는 정말 잠을 안 자는 걸까요......"


낮에 우사 점장이 한 걱정을 떠올린다. 게다가 겟카가 말한 논리기관에 가해지는 부담도 머릿속에 떠오른다.

갑자기 불안해진 하이자쿠라는 허둥지둥하며 카라스바의 방 앞까지 나아갔다.


하이자쿠라 "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 맞다"


뭔가 생각해낸 듯, 하이자쿠라는 문 앞에서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다.

그리고----


하이자쿠라 "자장~자장~, 우리~아~가~ 잘도~자~네~"


방안을 향해 속삭이듯이 노래하기 시작했다.

덜커덕 문이 열렸다.


카라스바 "..........."


하이자쿠라 "잘...... 자...... 라......"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카라스바에게, 하이자쿠라는 가까스로 억지 미소를 지어 답한다.


카라스바 "이런 시간에 뭘 하는 거야?"


하이자쿠라 "그, 카라스바 씨가 잠들 수 있도록 노래를 불러...... 봤어요."


카라스바의 시선을 견디기 힘들어진 하이자쿠라의 목소리는 점점 가늘어져 간다.

하지만, 단단히 각오를 한 듯 카라스바의 얼굴을 곧바로 본다.


하이자쿠라 "카, 카라스바 씨! 밤에 제대로 자지 않으면 논리기관에 부담이 생겨요"


카라스바 "괜찮아.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을 끝내면 잘 거야"


하이자쿠라 "뮤...... 하지만 너무 혼자서 힘내고 계시지 않나요? 저, 저도 도움이 될게요."


카라스바 "정말......"


카라스바는 한숨을 내쉬었지만. 어이없다는 표정이 아니라 미소를 띠고 있었다.


카라스바 "들어와"


권유를 받고, 카라스바의 방으로 들어간다. 처음 들어선 방에 하이자쿠라는 감탄한 듯 벽과 천장을 둘러본다.

물건은 적지만 그렇다고 해서 살풍경도 아닌, 정리가 잘 된 카라스바다운 방이었다.


카라스바 "빤히 쳐다보지 마"


카라스바는 말하면서 컵에 김이 나는 달콤한 향의 음료를 따른다.


카라스바 "자, 뜨거워"


하이자쿠라 "아, 감사합니다. 이건......"


카라스바 "뜨거운 땅콩버터쉐이크야"


하이자쿠라 "걸쭉하고 농후하네요."


카라스바 "그게 좋지 않아? 밤에 마시면 또 특별해."


카라스바는 득의양양하게 웃더니 컵을 입으로 가져간다.

하이자쿠라도 두 손으로 컵을 들고 한 입 마신다.



하이자쿠라 "뜨거워효......뜨거운 게 입안에 계속 남아효"


카라스바 "천천히 마셔"


혓바닥을 내밀고 울먹이는 하이자쿠라를 바라보며 카라스바는 웃는다.

하이자쿠라는 탁상 위에 펼쳐져 있는 장부를 보았다.

거기에는 오늘의 매상이나, 달의 매입 등의 숫자가 나열되어 있었다.


하이자쿠라 "카라스바 씨는 뭐든지 할 수 있어 대단하네요. 저 같은 건, 실패만 해서......"


목소리가 가라앉는 하이자쿠라의 이마를, 카라스바가 손가락 끝으로 콕 찌른다.


하이자쿠라 "뮤-?"


카라스바 "초조할 것 없어. 나도 처음부터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던 게 아니니까"


하이자쿠라 "겟카 씨도, 그렇게 말했어요. 옛날에는 잔뜩 실패했다고."


카라스바 "그렇네,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만 앞서서 겉도는 적도 많았어. 그러면서 누군가에게 의지하기도 싫었지"


라고 쓴웃음을 지으면서 카라스바는 계속 말한다.


카라스바 "그렇지만, 어떤 친구가 가르쳐 줬어.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가 내 등을 밀어줬어"


하이자쿠라 "그건 정말 멋진 친구였네요"


카라스바 "그래. 정말 멋진 친구였어"


카라스바는 과거를 그리워하듯 눈을 감았다.


카라스바 "자, 그럼 하이자쿠라의 도움을 받아볼까? 장부 쓰는 방법을 천천히라도 좋으니 기억해 둬."


하이자쿠라 "네, 맡겨주세요. 저, 도움이 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