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우에:나스 씨 세계관 관련으로 또 한가지 여쭙고 싶습니다만 예전 콤프티크에서 Tactics의 ONE(xi)에서 강한 영향을 받았다고 말씀하셨었죠. 저는 지금도 그게 신기한데, 기적이나 초월성이란 중요한 테마에 대한 사고방식이 나스 씨와 마에다 준(xii) 씨랑은 반대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느꼈거든요.


나스:아, 그렇죠. 확실히 테마는 반대가 되겠지요.


사카우에:마에다 씨가 그리는 기적이라는 건 무조건적으로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겁니다. 개인 레벨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상이 있는 국면에 초월적인 존재가 개입해서 모든 것을 구제로 이끄는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나스 씨는 기적을 이룰터인 성배를 사악한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물건으로 묘사합니다.


나스:key작품의 기적은 전능하며 이야기가 갈구하는 장치란 기분이 듭니다. 고통받은 자에게 그 고통을 넘어설 만큼의 행복을, 이라는. 반면, 저는 고통과 행복을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로 할 수 없습니다. 단순히 집필자의 방향성 문제인 거겠죠. 월희나 Fate나 어딘가에선 구할 수 없는 것, 이룰 수 없는 것이 생깁니다. 그런 큰 가치관의 차이가 아닐까요. 그와는 별개로 마에다 씨가 쓰는 일상 이야기는 재밌습니다. 그 개그 센스는 틀림없는 인류의 보물이죠. 하지만 제가 ONE에서 가장 감명을 받은 건 게임으로서의 패키지 부분입니다. 당시 저는 PC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어드벤쳐 게임의 체험이 제절초(xii)에서 멈춰있었습니다. 그러다가 PS판 ONE이 나왔을 적의 패미통 리뷰에서 「SF로서는 평범할지도 모르지만 빛나는 면모가 있다」라는 문장을 읽었거든요. 거기다 히로인 중 한명인 나나세 루미의 성우가 요코야마 치사(xiv) 씨였죠. "치사 씨인가. 살 수밖에 없구만." 하고 생각했습니다 (웃음) 그렇게 실제로 플레이해보니 제절초 포맷이면서 미소녀 게임으로서도 완성이 되어있었죠. 청천벽력이었습니다. 이런 게 OK라면 나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타케우치:하지만 PS판 밖엔 안 했지.


나스:그래, 그거 가지고 타케우치 군하고 논쟁이 일어났거든요. "PS판 하고 있어? 똥이네, ONE은 PC판만이 진실. 나머지는 흑역사." 이랬거든요. 그래서 PC판을 보여달라고 했더니 텍스트 박스 형식에다 보이스가 없다는 엄청난 차이가 있더라고요. 해서 "무슨 소릴 하는 건가 자네는. 후쿠야마 사치야말로 진실의 빛." 이라며 종교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아, 아무래도 좋지요, 이런 이야기. 실례했습니다 (웃음)


무라카미:ONE과의 만남은 상당 부분이 우연으로 이루어진 거군요. 시스템 면에서 충격을 받았단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으실지.


나스:일단 사토무라 아카네의 스토리가 감명 깊었죠. 아무리 기다려도 그리는 사람이 오지 않는단 장면의 텍스트 표시가 문장적으로 아름다웠어요. 거기서 느낀 게 비주얼 노벨은 문자의 밸런스와 연출의 타이밍까지 합해서 하나의 그림이 성립하는 물건이라는 점입니다. 단지 문장을 흘려보내는 것만이 아니기에 아름답다. 한 화면마다 유저가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맛볼 수 있을 만한, 그런 밸런스를 고려하지 해야 한다고 깨달았습니다. 월희 시절엔 스스로 스크립트도 짰는데 당시 연출엔 그런 의식도 들어가있습니다. 붉은 문자를 넣거나 화면 아랫부분에만 문자를 출력하는 방식은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크리에이터 나름대로 온 힘을 쥐어짜 낸 연출이었죠. Fate에 접어들고서부턴 엄청난 영상 센스를 지닌 남자가 들어온 덕에 제 시대는 끝나버렸습니다만 (웃음) 그때부턴 문자를 어떻게 표시할 것인가에 대한 승부를 할 필요가 없어져서 순수하게 그림에 맞는 텍스트를 쓰는 것만을 최우선사항으로 삼고 있습니다. 만, 틈만 나면 문자표기에 대한 기교도 섞어가고 있습니다.

~~~~~~~~~
사카우에:이번 회 이 잡지의 타이틀에 미소녀 게임이란 단어를 쓰지 않고 비주얼 노벨이란 용어를 쓴 것도 그런 게 이유인데, 미소녀 게임이라고 해버리면 그 순간에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를 공략하는 게임이란 이미지가 딱 굳어버립니다. 하지만 막상 요즘 나오는 미소녀 게임은 여자애와의 연애나 소녀의 구제란 요소가 옅은 것도 많습니다. 최근의 빅 타이틀이라 하면 key의 Rewrite도 전 연령대상인데다 섹슈얼한 부분도 거의 등장하질 않고 있죠.


나스:섹슈얼한 부분의 유무는 그 이야기에 필요한가 아닌가로 생각해야 하니 딱히 문제가 아닙니다만, 이번 Rewrite는 게임 부분의 진화가 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가지고 ADV가 게임으로 성립하는가. 선택지나 멀티엔딩만이 아닌 화면을 통해서 그림과 글을 출력한단 면에서 진화가 정체됐어요. 다른 메이커라면 상관없지만 key는 업계를 대표하는 톱 메이커입니다. 선봉장이 시스템의 향상을 꾀하지 않으면 뒤따르는 자들도 멈춰버릴 수밖엔 없거든요. 비주얼 노벨의 불황 이유 중 하나는 연출 면이 한계에 다다랐단 점입니다. 한가지 포맷을 10년 이상씩이나 사용하면 그야 다들 질리지요. 이건 비평을 하는 사람에겐 쓴소리로 들릴 수 있겠습니다만 비주얼 노벨을 논할 때엔 시나리오만으로 판단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시스템, 연출, CG, 음악에서부터 나아가선 판매전략이나 패키징까지 합해서 하나의 게임이기 때문에. 전체를 보아야 합니다. 시나리오만을 논할 거면 소설을 가지고 하면 될 일입니다. 일개 소비자가 아닌 비평하는 측의 인간이라면, "게임이나 만들고 보고 비평해라."란 멍청한 소리까진 안 하겠지만 이 상품은 어떠한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인가 정도는 배워 줬으면 합니다. 제작자를 위해서가 아닌 이제부터 제작자를 지망하는 차세대를 위해서.


사카우에:명심해야 할 이야기네요.


무라카미:옳으신 말씀입니다. Rewrite에 대해 좀 더 말해보자면 단적으로 말해 굉장히 아까운 작품이란 생각입니다. 작품 내에 맵피란 휴대전화를 쓴 기능이 등장하는데 그걸 전혀 제대로 살리지 못했어요. 예를 들어 Steins;Gate나 『THE IDOLM@STER』처럼 휴대전화를 잘 살려 시스템 속에 녹여내 새로운 플레이 감을 내려는 조류가 있는 와중에 그걸 회피해버린 점이 안타깝죠. 시나리오 중시형 게임일수록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플랫폼에 대한 공부가 필요할 텐데요. 물론 기술적인 곤란이야 있겠습니다만.


사카우에:비주얼 노벨에 사람들이 열광한 가장 큰 이유가 게임 특유의 시스템이나 연출을 써 소설과는 다른 쾌락을 낳는단 점을 꼽을 수 있겠는데, 거기서 갱신이 멈춰버리면 그럼 삽화 딸린 소설로 낼 것이지 왜 게임으로 내느냔 소릴 듣게 되겠죠.


나스:분기하는 이야기 측면에서 게임성을 낼지, 게임이란 포맷으로밖엔 맛볼 수 없는 이야기를 연출할지. ADV를 제작할 때 제작자가 그 중 어느 쪽 노선을 탈지 정해야 합니다. 게임이란 포맷을 취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파고들어 가보면 게임에 자유도는 존재하질 않아요. 단지 그 장르에서 뿐이 맛볼 수 없는 만족감이 있을 뿐입니다. 이야기가 루프물로 돌아갑니다만, 소설이나 애니메이션에선 허용될 수 없는 Try&Error란 재미 면에서 루프물은 우수하거든요. 같은 장면인데도 미묘하게 다른…그런 연출은 게임이 아니면 어려워요. 소설에선 기본적으로 할 수 없다고 해야 하나, 페이지 낭비일 뿐이죠. 유일한 결점은 루프물은 여러 번 시도할수 없다는 점. 각 메이커에서 단 한 번밖엔 쓸 수 없는 물건이에요. 두 번 해버리면 이 메이커는 또 이거냐 하는 인상을 주니까요. 그렇게 결정을 하고 나면 다음엔 게임으로서의 가치를 어디서 추구할지를 생각합니다. Steins;Gate처럼 우리들 일상에 있어서의 문명의 진화란 기믹을 쓴 작품으로 만들어갈지 아니면 스퀘어 에닉스 게임처럼 전체적인 퀄리티를 향상하는 방향으로 갈지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전자처럼 지금의 현실에 맞춘 게임성을 살리기 위해선 시나리오도 거기에 핀트를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이번 테마는 인터넷이나 휴대전화입니다, 하는 식으로 결정 나 있으면 시나리오의 방향성도 보여오지요. 2005년의 「가장 끝자락의 이마」가 바로 그런 테마를 다룬 작품입니다만 그건 훌륭히 시대성을 포착한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머신 인터페이스상에서 즐기는 노벨, 이라는.

ㅡㅡㅡㅡㅡㅡ
내가 생각하던 나스 장점이자 단점이 50 다 되가는 아줌마 프로 라이터인데도 아직도 10대 시절 동인 감성 못 벗어났다는 건데
그런 점이 되게 잘 드러난 거 같은 인터뷰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