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에 사람들이 정착하기 시작해 이제는 사람이 사라진 지상에서, 나는 개조한 중형 무인 병기를 타고 눈이 쌓인 땅을 나아갔다. 


'다음 봉인 도시까지 얼마나 걸릴까.'


거센 폭풍으로 휩쓸리는 눈발이 방호복의 안면 부위를 때렸다. 눈 때문에 시야가 좁아졌지만 그렇다고 방사능이 아직 짙게 남은 이곳에서 방호복을 벗을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대체 이 눈은 언제 그칠까?'


태어나고 지금까지 이 눈은 단 하루라도 그친적이 없었다. 요 몇년간 계속해서 내리는 양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었지만, 눈이 그치는 날은 내가 살아있을때 올 것 같지는 않았다.


생각에 잠기는 동안 몸 안쪽이 차가워졌다. 조금 손상된 환경 보호복의 사이로 눈이 새어들어온 모양이다. 여전히 익숙해질 수 없는 감각이지만, 이것이야말로 내가 아직은 살아있음을 증명해주는 감각이었다. 


'이런 기계 부품에서 온기를 느낄줄이야.'


그래도 버틸 수 없을땐 목에 걸린 방수 주머니를 살며시 쥐었다. 딱딱하면서도 따스한 기운. 이런 세상에서 더는 느낄 수 없는 온기였다.


'이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항상 하는 생각이지만 그때마다 내놓았던 답도 항상 같았다. 


'끝에 갈때까지 아무것도 모른다.'


무인기가 덜컹거리며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고장이라도 났나 싶어 무인기에서 내린 나는 눈보라에 감춰져 보이지 않았던 벽을 만져보고 미소를 지었다. 


"이번 봉인 도시에서는 무엇이 있을까?"  


무인기에 보관해둔 식량과 장비, 투영기를 꺼내 무장을 완료한 나는 벽을 더듬으며 봉인 도시의 입구를 찾아 걸어나갔다.



'처음부터 운이 좋은걸.'


무사히 봉인 도시에 침투해 소형 무인병기와 적당히 교전한 나는 하루가 끝나기전 탐색한 건물에서 온전한 술 몇병과 통조림을 찾아낼 수 있었고, 건물에 설치된 비상발전기와 난방기구가 아직 손상되지 않고 제대로 작동되는것을 확인했다.


'일단 한숨 돌렸군.'


비상발전기를 작동시키고, 입구에 무인 병기를 대비해 인계철선을 설치한 나는 장비를 내려놓은 뒤, 방호복의 머리부분을 벗고 거친 숨을 내쉬었다. 봉인 도시는 몇 군데 돌아보긴 했지만, 긴장되는건 변하지 않았다.


'일단 눈을 좀 붙이자.'


눈을 녹인 물을 담은 수통을 꺼내 목을 축인 나는 보존된 비스킷을 한 봉지 꺼내 씹었다. 눈에 젖은 우의를 말리기 위해 난방기 근처에 둔 나는 총을 언제든지 쏠 수 있게 근처에 둔 뒤, 잠시 눈을 붙였다.



어린 시절의 내가 보였다.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아 지하에서 추방되고, 단지 방호복만 입혀진채, 추위에 헤매다 기어들어간 어느 동굴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괜찮니?"


모든것을 포기하고 눈을 감으려는 그때 구원의 손길이 닥쳤다. 따스한 불이 차가워지는 몸을 데웠고, 몸을 일으키는 나를 지켜보는 방호복의 너머로 희끗희끗한 백발을 가진 남성의 얼굴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먹을 수 있겠니?"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남자는 내게 그릇을 하나 내밀었다. 불에 데운것인지, 안에 든 스프는 따스했다. 


"감사합니다."


"고마워할 필요는 없단다. 아이들은 미래의 희망이니까."


내 말에 남자는 고개를 젓더니 상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목소리에 나는 나를 버린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실은 네가 있던 마을에 일이 있어 갔었거든. 거기서 너를 버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둘러 나온것이란다."


목소리는 상냥했지만, 그 얼굴은 살짝 화가 난듯 했다. 어째서 화를 내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나를 위해 화를 내주는것 같아서 나는 마음이 따스해지는 것을 느꼈다.


"혹시 괜찮다면, 나를 따라오겠니?"


그의 말에 나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의 얼굴이 환해지는것을 보며 나는 뒤늦게 찾아온 졸음에 눈을 감았다.



잠에서 깨어난 나는 총을 집어들고 주변을 경계했다.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걸 확인한 나는 발전기를 끈 뒤 다시 우의를 입고 바깥으로 나왔다.  


'...'


돌아다니는 소형 무인병기의 이동 경로를 주의하며, 나는 여기에 처음 들어왔을때 봐두었던 공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누군가 왔다갔나?'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를 걸으면서, 나는 어제 조우한 병기 외에 다른 병기와 마주치지 않은점에 의구심이 들었다. 


'단순히 한파로 작동이 멈췄다기엔...'


봉인 도시를 돌아다니는 무인 병기가 한파에 얼마나 잘 견디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등에 매어둔 유탄발사기를 손에 들었다.


'맙소사.'


공장에 도착한 나는  반파된 공장과 무너진 병기에 눈이 쌓여 거대한 산을 이룬것을 보며 망연함을 느꼈다. 아무래도 내 쪽에서 보였던게 유일하게 온전하게 남아있는 부분이었던것 같았다.


'무인 병기의 수가 적은건 공장이 폭격당한것 때문일수도 있겠어.'


이렇게까지 무너졌으면 제대로 된 물건이 남아있을것 같지는 않았지만, 내게는 공장에 들어가야할 이유가 있었다.


'실수했다.'


공장안으로 들어온 나는 야투경을 착용하고 주변을 둘러보다 공장 안에 남아있는 무인병기가 움직이기 시작하는것을 확인하고 손에 든 총기를 발사했지만,  하필이면 그 때 내 손에 들려 있었던것이 유탄발사기라는것을 깨달았다.


발사된 유탄은 무인 병기에 맞아 멋지게 터졌고, 나는 서둘러 달렸지만, 폭발로 인해 튀는 돌덩이에 맞아 정신을 잃었다.



그 사람은 '별의 사람'으로 불렸지만, 나는 그를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선생님은 어떤 기계를 가지고 지하에 있는 사람들에게 별이라는것을 보여주곤 했고, 그 대가로 물품을 받곤 했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별을 보여준 후엔,  다른 지하로 가는 입구를 찾으려 지상을 돌아다니는 일이 반복되었고, 나는 선생님과 같이 다니며 선생님의 일을 배우게 되었다.


"이건 투영기라고 하는 물건이란다. 이렇게 조작하면 자, 무언가 나오지? 이게 별이라고 하는거란다."


지상을 떠돌고 천장 아래에서 밤을 보낼때, 선생님은 가끔 기계를 조작해 내게 별을 보여주곤 했다.  별을 보여주고 별에 대해 이야기할땐 선생님의 얼굴엔 기쁨이 가득했기 때문에 나는 그 당시에는 별에 대해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어도 선생님이 별을 보여주는걸 좋아하곤 했다.


"이건 투영기, 이건 별에 대해 적힌 책이란다. 그리고 이건 별의 사람의 증표란다."


어린 아이였던 내가 어느정도 키가 커질 무렵, 더이상 걷지 못할정도로 쇠약해진 선생님은 죽음을 앞두며 몇가지의 물건을 내게 건넸다. 투영기와 책 한권, 그리고 선생님이 늘 목에 걸고다니던 방수 주머니였다. 방수 주머니 안에는 칩이 들어있었는데, 예전의 나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지금의 나는 그것이 로봇의 메모리 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별의 사람이 해야하는 일이 무엇인지는 알겠니?"


"네, 선생님. 이 투영기로 사람들에게 별을 보여주고, 희망을 새기는게 우리가 해야할 일이죠."


내 말에 선생님은 미소를 짓더니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나는 선생님의 시신을 지상에 묻고 다시 길을 나섰다. 


선생님의 뒤를 이어 새로운 별의 사람이 된 나는 사람들에게 별을 보여주면서, 희망의 길이 퍼져나가는것을 보았다. 그러나 별을 보여주는것으로 받는 물품으로 살아가는것은 한계가 있었고, 지하에 사는 사람들의 사정도 서서히 악화되어감에 따라 나는 손에 투영기가 아닌 총을 드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있었다.


'...여러모로 무사하네.'


정신이 든 나는 상처보다도 목에 매달린 주머니를 확인했다. 손상 없이 무사한 칩을 보며, 나는 뒤늦게 뒷머리를 만져보았다. 돌덩이를 정통으로 얻어맞은 탓인지 피로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일단 안으로 나아가자...'


나는 우의를 펼처 상처부위를 지혈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리가 멍하고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이미 돌아갈 길은 막혔고, 원하는 것을 찾아내기 전까지 돌아갈 생각도 없었기에 이를 악문 뒤, 폭발에 휩쓸린 무인병기의 잔해를 밀쳐내며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게 아니야.'


윗층에서 쓸만한 부품과 탄약을 찾아냈지만, 이것이 내 진짜 목적은 아니었다. 물건을 백팩에 쑤셔넣고 더 안쪽으로, 더 위쪽으로 나아가던 나는 어느 상자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드디어 찾았다.'


걸려 넘어진 여파로 상자의 뚜껑이 열렸고, 안에 든 내용물을 확인한 나는 감격에 젖었다. 여태 찾아낸 공장의 대부분은 병기 투성이었지만, 모든 공장이 다 처음부터 병기를 생산하는 목적이었을리는 없었다. 전쟁 후 병기 공장으로 바뀌었다 해도, 민수형 로봇을 생산하던 공장에는 미처 출하되지 않은 생산품이 조금은 남아있을거라 생각했고 그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잠시 쉬어야겠어.'


다친 몸으로 상자에서 그것을 꺼내기엔 힘이 좀처럼 들어가지 않았다. 넘어진 상태 그대로 바닥에 누운 나는 어제의 탐색으로 얻은 통조림과 물로 식사를 끝내고 회복을 위해 잠을 청했다. 



생존을 위해 나는 봉인 도시에 들어가 무기와 식료, 기호품 또는 지식을 찾아냈고, 남는것은 지하에 가져가 별을 보여주며 다른것과 교환했다. 별의 사람에게 내려오는 물건이 로봇의 메모리칩이라는 사실이라던가, 더 정교한 투영기를 제작하거나 파괴된 무인병기를 개조하는 기술은 그런 과정에서 습득할 수 있었다. 


그렇게 살아가며, 나는 별을 보여주며 피워냈던 희망이 사그라드는 것을 보며 점차 지쳐갔다. 


사람들의 희망이 사그라드는것은, 어쩌면 별의 사람인 내 잘못인건 아닐까? 


이런 내가 미래에 다음 별의 사람을 계승할 사람을 찾아낼 수 있을까?


아마 그때부터였던것 같다. 내가 물려받은 메모리 칩을 사용하는데 집착하기 시작한 것은.



'후우...'


몸 상태가 어느정도 나아진 것을 확인한 나는 공장의 비상발전기와 충전 포트를 찾은 뒤, 비상 발전기를 가동시켰다. 환한 빛이 눈을 강타하는 바람에 야투경을 벗고 눈을 잠시 감은 나는 상자에서 18~20세 정도 되는 여성의 모습을 한 로봇을 꺼내 충전포트에 연결했다.


'...'


로봇의 배터리를 충전하면서, 나는 떨리는 손으로 메모리 칩을 삽입한뒤, 자리를 떴다. 


'일단 옥상까지 올라가볼까.'


충전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는 만큼, 그동안 비어있는 수통을 보충할 필요성을 느꼈다. 낡아 제대로 알아볼 수 없는 조직도를 참고하며, 나는 계단을 올랐다.



"..."


"..."


늦은 밤이 되었다. 옥상에서 눈을 녹여 수통을 채운 내가 다시 내려왔을때, 충전이 끝났는지 로봇이 깨어난채로 내 투영기를 만지작거리다 발소리에 내쪽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었고, 우리는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저기..."


"...왜?"


"혹시 이곳이 제 새로운 직장인가요?"


"글쎄. 여기는 공장이니, 적어도 네 직장은 아니겠지. 나는 새 기체를 찾아서 네 메모리 카드를 꽂은것 뿐이고."   


"그렇다면, 제 메모리 카드를 맡아주신 손님은 어떻게 됬나요?" 


내 대답에 로봇은 홀로그램 영상을 띄우며, 내게 물었다. 홀로그램에는 한 젊은 남자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희망찬 말을 하는 모습이 나왔다. 이 사람이 최초의 별의 사람이겠지.


"...네 메모리 카드는 긴 시간동안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내려왔어. '별의 사람'이라는 이름과 함께." 


내 대답에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모습은, 로봇이면서도 여타 인간과 별 다르지 않다고 나는 생각했다.


"죄송합니다. 염가판이었던 기존 기체에는 없었던 기능이라 저도 모르게 동작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기능이?"


"네. 그래서 저는 상위기종의 눈물을 흘리는 기능을 줄곧 동경하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울어보니 어때?"


"무척 슬픕니다."


"그렇구나."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호시노 유메미, 하나비시 백화점의 플라네타리움의 직원입니다. 제가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요?" 


"나는 보통 별의 사람으로 불린다만, 네 좋을대로 불러."


눈물을 슥슥 닦으며 말하는 유메미를 보며, 나는 그녀의 손에서 투영기를 가져왔다.


"역시 그건 투영기군요."


"그래. 작은 만큼 기능은 부족하겠지만, 이 세상에 이정도나마 별을 볼 수 있는건 흔치 않지."


"데네브, 베가, 알타이르."


유메미의 물음에 대답하며 나는 투영기를 작동시켰고, 여름의 성좌가 벽을 통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 모습을 보며  유메미는 내가 선생님에게 들었던 말을 같은 순서로 되뇌었다.


"여름의 대삼각형이지."


"별에 대해 잘 아시네요."


"그래. 별의 사람이니까."


"그게 손님의 일인가요?"


"그렇지. 사람들에게 이 투영기로 별을 보여주는게 내 일이야."


"제 일이랑 비슷한 일이네요."


"그런 셈이지. 동료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럼 호시노 씨라고 불러도 될까요?"


"그렇게 해. 그런데, 그 기체의 상태는 어때?"


"자가 검진 결과, 기체 부품이 일부 녹화되고 마모되어 교환이 필요합니다."


"심각해?"


"상당히 위험한 상황입니다."


"그러면 지금 정비하는게 낫겠어. 부품이야 찾아보면 나오겠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정비 메뉴얼을 요청하였지만, 실패하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이게도 메뉴얼은 상자 안에도 있군. 이걸 내가 해야되는건가?"


"엔지니어를 호출하였지만, 응답하지 않습니다."


"...하는 수 없군." 


충전이 완료된 시점에서, 그녀를 데리고 바깥으로 탈출하고 싶었지만, 기동에 위험할 정도면, 부품이 있는 이곳에서 정비를 하는게 낫다.


"이런 인간을 닮은 로봇의 정비는 처음이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다음날, 공장을 빠짐없이 뒤져 로봇 부품을 찾아온 나는 유메미에게 스캔을 부탁해서 조금 더 나은 상태의 부품을 선별한 뒤, 부품을 교체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계속 눈이 내리네요. 제가 플라네타리움에 있을땐 계속해서 비가 왔었어요."


"적어도 내가 태어났을때부터 계속 눈이 왔어."


다리의 부품을 새거로 교체하고 기름칠을 하면서, 유메미는 창문 바깥에 내리는 눈을 보며 나지막하게 말을 걸었다.


"호시노 씨, 언젠가 눈이 그칠날이 올까요?"


"조금씩 줄어들고는 있으니까, 언젠가는 오겠지. 그렇게 되면 더는 내 일은 필요하지 않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폐품상이라도 할까."


모두가 자유롭게 하늘에 수놓아진 별을 볼 수 있다면, 별의 사람의 임무는 끝난다. 섭섭하기도 하겠지만 그런 순간이 오면, 역시 기쁠것이다. 


"제가 메모리를 맡겼던 손님하고 같은 직업이네요."


"그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해줄수 있어?"


"손님께선 정말로 많은것을 도와주셨죠."


유메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녀의 정비를 서둘렀다.



다리를, 팔을, 몸통을 정비하면서, 나는 줄곧 유메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가 살아온 이야기는 나보다 더욱 인간적인것 투성이라 나는 때때로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곤 했다.


"정비는 다 끝났어. 나는 물을 회수할테니, 다음날에 같이 이곳을 떠나자. 그 사람의 말대로, 새로운 직장을 찾아줄게."


3일후, 늦은 밤까지 열중한 끝에 겨우 정비를 마치고, 마실 물을 회수하러 옥상에 올라온 나는 하늘에 내리던 눈이 멈춘것을 깨닫고 멍하게 위를 바라보았다. 


"호시노 씨?"


얼마나 멍하게 있었을까, 내가 너무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탓에 옥상까지 따라온 유메미의 목소리가 들리고나서야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눈이 그쳤어."


"이렇게 하늘이 맑았던 적은, 정말로 오랜만이네요."


내 말에 유메미는 하늘을 바라보더니, 역시나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게 진짜 별이구나."


구름 한 점 없는 검은 하늘에 촘촘히 박혀있는 별은, 뚜렷한 형태 없이도 반짝이는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었다.


'투영기로 본 별도 아름다웠는데, 실제로 보는 별은 더욱 아름다워.'


별을 바라보는 내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제 별의 사람의 임무는 끝났다. 사람은 이제 진짜 별을 볼 수 있게 되었고, 지하에 길을 만드는 대신 별빛이 수놓은 길을 이정표 삼아서 걸어나갈 수 있을것이다.


"...유메미."


"네, 호시노 씨."


"별에 대해 이야기 해줄래? 이제는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지만, 오랜만에 누가 별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것을 듣고 싶어."


내 말에, 유메미는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며 설명을 시작했다. 그런 유메미를 보며 나는 선생님을 떠올렸고, 살짝 눈물을 흘렸다. 



다음날, 무인 병기를 세워둔 벽 근처로 유메미를 데려가던 나는 처음에 침투했을때 교전한 소형 무인 병기의 잔해 근처에서 대기중인 시오마네키를 보았다. 


"유메미, 잠시 여기 있어줘."


그렇게 말하는 나를 보는 유메미의 눈동자는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드물게 흔들렸다.


"알겠습니다. 부디 조심하세요."


유메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시오마네키가 대기중인 곳 근처의 건물로 이동했다. 옥상에 자리를 잡은뒤, 잠시 숨을 고른 나는 유탄발사기를 장전한 뒤 조준경을 시오마네키에 맞춘뒤, 방아쇠를 당겼다. 


"젠장, 그럴줄 알았다."


첫번째 유탄이 시오마네키에 착탄했지만, 불발탄이었는지 맥없이 장갑에 튕겨나갔다. 하지만...


"미안하지만, 이건 연발이라서."


나는 연속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2발, 3발, 4발, 5발, 6발. 연속으로 쏘아진 유탄은 시오마네키에 적중해 큰 피해를 주었고, 시오마네키의 거체는 그 포를 쏘기도 전에 침묵했다.



시오마네키를 파괴한 나는 다시 유메미와 합류해, 봉인 도시의 벽을 통과했다. 세워뒀던 무인 병기는 눈으로 뒤덮여있었지만, 얼어있지는 않았다.


"이걸 타고 갈거야."


"어디로 가나요?"


"일단 은신처에 갔다가, 지하로 갈 생각이야."


무인 병기의 눈을 털어내며 충전 장치를 챙기고, 식료와 탄약을 보충한다음 모두에게 눈이 그쳤다고 말해줘야한다.


"모두에게 눈이 그쳤다고 말해주고, 밤하늘의 별을 보여줘야지. 플라네타리움은 지금으로서는 무리겠지만, 작은 투영기를 가지고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겠어."


"별의 사람의 일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물론 별의 사람의 임무는 끝났지만, 별의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유메미를 무인 병기에 태우고, 나는 병기를 조작해 지상을 다시 나아가기 시작했다.



별의 사람은 별의 꿈을 가지고 별빛의 길을 따라 지상을 나아간다. 그 모습은 마치 하늘의 별자리같을것이라 나는 생각했다.


"플라네타리움은 어떠신가요? 언제라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아름답고 무궁한 반짝임. 하늘 가득한 별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밤이 깊어지고, 다시 별이 반짝이는 하늘 아래서 유메미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최초의 별의 사람을 포함한 별의 사람의 증표를 이었던 사람들이 별빛 속에서 나를 향해 손을 내미는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