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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이른 봄의 커피 (집필 : 오카노 토야)


서리가 낀 유리 너머로 별이 깜박인다.

폐점 후 어딘가 편안한 정적에 둘러싸인 가게 안.

살짝 창문을 열자 새봄의 써늘한 공기가 불어왔다.

한겨울 찌르는 냉랭함이 아닌, 추운 날씨 속 어렴풋이 따스함이 깃들어 있는 이 시기 특유의 공기였다. 하늘은 아직 맑아 밤하늘을 반짝임으로 물들였다.


우사미 "......어이쿠"


물이 끓는 소리가 나며 증기가 밖으로 빠져나간다. 스토브 불을 끄고 주전자를 들어 올린다. 옆은 여과포 위에 듬뿍 얹은 원두. 살짝 끓인 물을 따르자 보글보글하며 간 콩이 부풀어 오르고 동시에 좋은 향기가 퍼진다.


우사미 "음, 이렇게 하면 될까"


컵 절반 정도에 커피를 넣고, 마찬가지로 스토브로 데운 우유를 같은 양 붓는다. 듬뿍 설탕을 넣으면 밀크 커피 완성이다.


우사미 "호키보시 씨, 맛 좀 봐줄 수 있을까요?"


주방에 있는 인형에게 말을 건다.


호키보시 "으~음......"


주방대 앞에서 멍하게 서서 어쩐지 건성이다, 손에는 카탈로그 같은 것을 들고 있다.


우사미 "호키보시 씨?"


호키보시 "앗...,,, 네, 죄송해요. 넋을 놓고 있었네요."


작게 말을 걸자 튕기듯이 고개를 든다.


우사미 "별일이네요."


호키보시 ”깜박 멍하니......, 밀크 커피 시음이었죠?“


두 손으로 컵을 받아든다.

호키보시 씨는 여기 카페 흑묘정의 인형이다. 주방원으로 음료수나 요리 레시피는 모두 그녀가 만들었다. 부지런한 그녀가 상세하게 조리법을 노트에 적어주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참조하면 마치 똑같아 보이는 요리를 만들 수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무슨 일에도 요령이 있듯이, 정말 똑같은 맛이 나지는 않는다.

고용된 몸이라고는 하지만, 이곳 흑묘정의 점장으로서 날마다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오늘은 커피를 내려보았다.


호키보시 "맛있네요!"


우사미 "정말요?"


호키보시 '네, 정말요!' 안 좋은 쓴맛도 없고 커피도 우유 맛에 가려지지 않네요, 굳이 말하자면......"


우사미 "말하자면?"


호키보시 "좀 달콤하네요~"


우사미 "웃...... 세 숟갈을 지켰다고 생각했는데"


호키보시 ”후훗, 숟갈 위로 너무 수북하게 쌓은 게 아닐까요?“


단 걸 좋아하는 취향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리에 반영된 걸까


호키보시 "하지만 정말 맛있다고 생각해요. 우사 점장님도 드세요,"


우사미 "아, 감사합니다."


컵을 돌려받는다. 연료 사정 때문에 인형은 인간과 똑같은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는 안 된다.


우사미 "홀짝홀짝...... 아, 맛있어......"


이거라면 가게에 내놓아도 창피하지는 않겠지. 얼마간 계속 내리는 법을 공부한 보람이 있다.


우사미 "그런데 호키보시 씨, 뭘 보고 계셨어요?"


호키보시 "실은~...... 요전날 드나드는 업자분께서 이런 카탈로그를 주셨어요."


우사미 "이것은...... 사이펀 커피?"


호키보시 "네, 무려 증기압을 이용해서 추출한다고 해요. 황국에서 이 상품이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하네요.”


우사미 "정말 신기한 형태네요"


호키보시 "맛도 좋고, 모양새도 있어서 손님도 주목하지 않을까 생각해서요"


우사미 "확실히......"


마치 실험기구와 같은 외관. 풍선같이 둥근 유리로 된 그 모습은 이목을 끌만해 보였다.


우사미 “한 개 정도 흑묘정에 둬도 좋겠네요”


호키보시 “저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문제는 가격이라서......”


우사미 “확실히...... 꽤 비싸네요.”


카탈로그로 봐선 가격이 상당히 나간다.


우사미 “저희 지금 매상으로 이건 조금”


호키보시 “그렇죠~. 재미있어 보인다고 생각했지만요......”


뺨에 손을 얹고 작게 한숨을 쉰다.


호키보시 “사이펀 커피, 궁금해요......”


그녀 나름대로 흑묘정의 명물을 만들려고 했을 것이다. 그 마음은 기쁘고 무슨 수를 쓰든 응해 주고 싶지만......


하이자쿠라 “우사 씨, 호키보시 씨!”


호키보시 "하이짱, 일하느라 수고했어요"


총총 튀는 발걸음으로 하이자쿠라가 다가왔다.


하이자쿠라 “아, 저, 이런 분실물이 있었는데 이건 돈일까요......!?”


한 장의 종이쪽지를 보여준다.


우사미 "아, 이건 신춘 복권 추첨권이네"


하이자쿠라 "뮤뮤, 복권......?"


우사미 “간단히 말하면 제비뽑기야. 상점가에서 10전만큼 쇼핑을 하면 받고...... 1등은 현금을 받는 모양이야.”


하이자쿠라 “현금......?”


우사미 "찾으러 올지 모르니까 계산대에 보관해 두자"


호키보시 "저기, 우사 점장님"


우사미 "네?"


호키보시 "그 도박에 걸죠"


우사미 "혹시 사이펀 커피요?"


호키보시 "물론이에요. 상점가에서 빵 50근, 인삼 무 연근 각각 200개 정도 사면 어느 정도 추첨권이......"


우사미 "그거 어떻게 보관해요?"


호키보시 “빵은 튀기면 오래갈 수 있고 야채는 초절임으로 하면 괜찮아요~. 또또 뭐 살 건......”


하이자쿠라 "우유는 어떨까요!"


호키보시 “그거예요~! 밀크 커피도 인기고, 백 병쯤 주문해버리죠!”


우사미 "냉장고에 들어가지 않는데요!"


호키보시 "병조림하면 괜찮아요"


우사미 "병조림......?"


호키보시 “네, 종군 중 만든 적이 있어요. 병을 끓이고 코르크로 밀봉하고.”


우사미 "목적과 수단이 역전되지 않았어요?"


호키보시 “추첨으로 현금을...... 사이펀 커피를 마련하죠!”


하이자쿠라 “잘 모르겠지만 마련하죠!”


※ ※ ※


며칠 후ㅡㅡ


우사미 "어서 오세요!!"


호키보시 “어서 오세요......!”


역시나 카라스바 씨에게 혼이 나서, 당분간 가게 앞에서 손님을 부르는 처지가 됐다.


우사미 “튀긴 빵이나 절임 샌드위치는 어떠세요?”


호키보시 "밀크커피와 세트예요~"


참 묘한 조합이지만 가끔씩 행인들 발길을 멈추게 한다.


통행객 "호오, 이건......?"


한 신사가 흥미를 가지고 쳐다본 것은 가게 앞 작은 책상 위에 장식한 최신예 추출 기계, 홍보도 할 겸 시연해 두고 있었다.


호키보시 “이쪽은 사이펀 커피로 매우 향기로운 한 잔을 내려줘요!"


호키보시 씨가 가슴을 펴고 자신만만하게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