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사항
이 글에서는 리틀 버스터즈 최대의 비밀인 '세계의 비밀'이 간접적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이는 게임 플레이 전에 미리 알아서는 안 되는 내용에도 해당이 됩니다.
리틀 버스터즈를 Refrain까지 클리어한 경험이 있다면 이 글을 읽으셔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지금 키보드의 백스페이스 키를 누르시거나, 웹 브라우저를 닫아 주세요.
* 원래는 3월 3일에 올라왔어야 하는 글이지만 한동안 바쁜 일이 많았던 관계로 3월 9일로 늦어졌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사실 또 하나의 엔딩이 있을 것이라는 건 Refrain을 클리어한 시점에서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이유야 뭐, 비슷한 패턴을 예전에 리틀 버스터즈가 아닌 다른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기 때문이죠.
엔딩 이후에 나왔던 '괜찮겠지, 이걸로?'라는 질문은 쿄스케가 리키에게 던지는 질문이지만,
실제로는 리틀 버스터즈의 제작진이 플레이어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 이것이 우리들이 만든 리틀 버스터즈의 결말입니다. 새드 엔딩이죠. 이걸 받아들일 수 있나요?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걸로 괜찮습니다.
하지만 이런 결말을 도저히 못 받아들이겠다면, 우리들이 만든 또 다른 엔딩, 해피 엔딩을 보여드리기로 하지요.'
그러니까 일종의 '멀티엔딩'인 셈이죠.
저는 슬픈 결말이든, 슬프지 않은 결말이든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에 '괜찮다'를 선택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도저히 이런 결말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그래서 '괜찮지 않다'는 선택이 가능하도록 만든 게 아닐까 싶습니다.
2. 그리하여, 친구들을 모두 잃은 현실을 바꾸고 싶었던 리키와 린은 함께 기적을 일으키고, 자신들이 만든 세계를 거쳐 다시 사고 현장으로.
중간에 나왔던 '에피소드 린'과 '에피소드 리키'는 모두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에피소드 리키'가 제 마음에 들었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무언가을 잃어간다는 것. 그것은 슬프고 괴로운 일이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만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건 소중하다는 것. 그래서 삶은 가치가 있다는 것. 태어나는 것은 멋진 일이라는 것.
요즘 세상에서 보기 힘든 '삶을 긍정하는 태도'가 보여서 보기에 참 좋았습니다.
3. 그리고 다시 돌아온 사고 현장.
엔딩을 바로 눈앞에 둔 시점에서 선택지가 여섯 번이나 연속으로 나오다니! 전혀 예상을 못 했습니다.
답을 하나라도 틀리면 배드엔딩일 게 뻔하니, 정답이 무엇일지를 신중하게 생각하면서 진행했습니다. 냉정하게, 그리고 침착하게.
그건 그렇고,
'3학년인 쿄스케는 수학여행을 안 갔을 텐데 왜 사고를 당한 거지? 뒤늦게 사고 현장에 왔다가 벼랑 아래로 굴러떨어졌나?'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여기서 의문이 풀리는군요. 친구들이랑 같이 놀고 싶어서 몰래 버스 안에 숨어 있었다고......
이거 참, 헛웃음이 나오는군요. 어이가 없다고 해야 할지, 역시 쿄스케는 쿄스케답다고 해야 할지.
역시 한 번에 정답을 모두 맞히는 것은 어려웠던지라, 마지막 선택지에서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시간을 다시 과거로 되돌려 2차 시도에서 전원 구조 성공.
4. 그리고 뒷이야기.
봄과 여름만 있고 가을과 겨울이 없는 세계에서 살던 리키와 린에게, 마침내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가을입니다.
자신이 오랫동안 미워했던 언니와 화해한 사이구사 하루카.
과거에 비해 웃음을 보이는 일이 많아진 니시조노 미오.
한때 도망치듯 떠났던 고향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된 노미 쿠드랴프카.
감정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는 듯한 쿠루가야 유이코.
현실에서도 린의 베스트 프렌드인 카미키타 코마리.
여전히 바보짓을 하면서 즐거워하는 미야자와 켄고와 이노하라 마사토.
......꿈만 같습니다. 분명히 현실인데, 꿈만 같습니다. 하지만 꿈이 아닙니다. 나츠메 린과 나오에 리키가 스스로의 힘으로 손에 넣은 '미래'입니다.
그리고......
나츠메 쿄스케.
정말이지, 이 사람은 끝까지 이런 식이군요. 현실에서도 창문으로 교실에 들어오는 기행이라니.
게다가 운전면허 따느라 학교에 돌아오는 게 늦었다고...... 역시 쿄스케는 마지막까지 쿄스케군요. 바카아니키.
이렇게 해서, 다시 10명이 모인 리틀 버스터즈 멤버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길고 길었던 리틀 버스터즈의 이야기는 모두 끝이 났습니다.
결국 이야기가 리키와 친구들이 함께 보내는 일상으로 되돌아왔다면, 그것은 원점 회귀인 걸까요?
친구들이 모두 돌아왔으니 리키가 반복되는 세계 속에서 성장한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었을까요?
저도 엔딩을 본 직후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쿄스케는, 리키와 린이 친구들을 모두 잃은 세상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두 사람을 강하게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러니까 친구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데에 너희들이 얻은 강인함을 활용하라는 것, 그것이 쿄스케의 원래 의도였겠죠.
'괜찮다'를 선택했을 때의 결말은 두 사람이 자신들의 강인함을 쿄스케가 생각했던 용도대로 사용하는 결말인 것이고.
하지만 '괜찮지 않다'를 선택했을 때의 두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리키와 린은 강해졌습니다. 친구들을 모두 잃은 잔혹한 현실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단지, 친구들이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이겠지요.
그래서 두 사람은 자신들의 강인함을 쿄스케가 생각했던 원래 용도대로 사용하지 않고, 친구들을 모두 살리는 기적을 일으키는 데에 사용했습니다.
이러한 '용도 외 사용'을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요. 둘을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버스 사고 현장에서 린과 리키가 친구들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두 사람이 강해진 덕분이었습니다.
만약 강해지기 전의 린과 리키, 그러니까 타인을 무서워하는 린과 친구들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는 리키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틀림없이 눈앞의 참상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하다가 폭발에 휘말려 다 같이 죽었을 겁니다. 린도, 리키도, 친구들도.
하지만 두 사람은 자신들이 얻은 강인함을 바탕으로 냉정 침착하게 행동할 수 있었고, 그 결과는 모두를 구하는 기적으로 이어졌습니다.
따라서 린과 리키가 반복되는 세계 속에서 성장한 것은 분명히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도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다시 한번,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우리들의 이야기. 그것은 '리틀 버스터즈'의 이야기.
틀림없이 조금 더, 계속되어 가겠지... 아득한 저편까지.
이제 리키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일상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언제까지나'가 아닌 '아득한 저편까지'라는 표현을 쓴 것이겠지요.
그렇지만 그 일상이 영원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친구들이 모두 살아있다는 것은 참 멋진 일입니다. 그래서 리틀 버스터즈의 이 엔딩은 해피 엔딩입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잃어버린 보물들을 되찾은 리키와 린, 두 사람과 친구들의 행복을 위해 축배를 듭시다.
저도 빨리 미연시판 해야 하는데 자꾸 해야지 해야지 말만 하고 정작 미루는군요... 올해가 가기 전에는 꼭 해봐야겠습니다..
감동 오열 기립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