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도 끝이 다가올 무렵의 이야기입니다.


머지않아 이별해야만 하는 저를 위해 하이리 씨와 시즈쿠, 섬 사람들이 다양한 이벤트를 열어 주었습니다.


"츠무기, 오늘 밤은 불꽃놀이야. 카모메가 준비해준다나 봐"


"오~! 참 기대되네요~!"


저와 하이리 씨는 어젯밤에 한 미리 칠석의 뒷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카노 씨가 준비해 준 조릿대 같은 대나무에 아오 씨와 시로하 씨의 탄자쿠가 달려 있습니다.


뭐가 쓰여 있는 걸까요?



──수박바 먹고파


역시 시로하 씨. 한결같네요.



──찌찌 평화


시즈쿠도 한결같네요.



──탁구탁구탁구탁구탁구탁구탁구탁구탁구탁구탁구탁구


──탁구탁구탁구탁구탁구탁구탁구탁구탁구탁구탁구탁구


집념을 느꼈습니다.



──되도록이면 승부속옷일 때 해주세요


무슨 얘기일까요?



어제 도와준 사람들의 탄자쿠입니다.


만약 어제 카모메 씨와 노무라 씨가 있었다면 대체 뭐라고 썼을까요?


"……무규~"


"츠무기? 왜 그래?"


"하이리 씨, 오늘은 불꽃놀이 전까지 시간이 있을까요?"


"응. 밤에 모이기로 했으니까"


"그렇군요. 실은 좀 해보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을까요?"


"하고 싶은 것 찾기? 얼마 만이야, 물론 괜찮고말고"


"감사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좀 달라요"


제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 섬에서 사람들에게 호의를 받기만 한 채로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오늘, 이러기로 했습니다.



"은혜갚기? 재밌는 생각을 했구나, 츠무츠무"


"네! 여러분들이 하고 싶은 일들을 응원할게요!"


사람들에게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제일 먼저 저와 하이리 씨가 찾아온 곳은 카모메 씨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렇댄다"


"뭐든지 말씀해 주세요!"


"호오~, 그럼 빡센 걸 말해볼까~?"


카모메 씨는 손가락을 턱에 대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러더니.


"스쿼트!"


"스쿼트……말인가요? 앉았다가 섰다가 하는 그거요?"


"그래, 그래! 이 섬에 둥글게 원을 만들어서 스쿼트 하는 사람들이 있잖아?"


"사천왕 스쿼트 말이야?"


"그거, 그거! 그거 재밌어 보이던데 나 해보고 싶어!"


"알겠어요! 그럼 같이 할게요, 해봐요!"


"아~……근데, 사람이 부족하네?"


"오늘은 시즈쿠가 조금 늦는다고 말했으니 한 명 부족한걸"


"그럼 찾으러 갈까요? 막과자 가게에 가면 사람들이 여럿 있을 테니"


"아, 이왕이면 여자애를 두 명 찾자!"


"무규? 왜요?"


"여자사천왕 스쿼트야!"


"여자사천왕 스쿼트인가요! 뭐죠……? 왠지 마음이 설레는 단어예요……"


"하이리는 다른 사람들이랑 스쿼트를 한 적 있는 모양이니 이번엔 빠지라고 하고 여자들끼리 해보자"


"하이리 씨, 이번엔 빠져주실 수 있을까요?"


"아, 응. 난 사천왕 스쿼트에 별로 집착 안 하거든"


"츤데레구나?"


"츤데레 아냐"


저희는 남은 2신수를 찾아 막과자 가게로 향합니다.


"나는 갈매기니까 같은 조류인 주작일까?"


"확실히 그러네요. 잘 어울려요!"


"고마워~! 그럼 난 주작이라고 부르면 '주주!'라고 말하면서 스쿼트 하는 거네?"


"아니, 주작은 작작이야"


"하이리는 자잘한 걸 따지네"


"정식으로는 그렇다고"


그런 얘기를 하다 보니 막과자 가게에 도착했습니다.


"아……솜사탕 씨"


"아~, 세 사람. 어서 와"


시로하 씨가 가게를 보고 있는 아오 씨에게서 뭔가를 사고 있는 듯했습니다.


"시로하 씨는 먹을 걸 사러 오신 건가요?"


"그러려고 했는데 못 샀어……"


"뭘 사려고 했나요?"


"수박바입니다"


역시 수박바. 한결같네요. 멋져요.


"하지만 다 팔리고 없어……. 이 가게, 별게 다 있는 주제에 수박바의 입고만은 문제가 있어"


"그러게……. 소름 돋을 정도로 별게 다 있는데"


"그래서 세 사람은 뭘 사러 온 건데?"


"오늘은 사러 온 게 아니에요. 카모메 씨의 소원을 이뤄드리기 위해 왔어요!"


"소원?"


"응, 이루어지러 왔어!"


"인원수도 딱 맞고, 두 분께 부탁드리려고 하는데 카모메 씨는 어떠신가요?"


"음~……너희 둘, 잠깐 시간 돼?"


"엣……뭔데?"


카모메 씨가 두 분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빤히 쳐다봅니다.


"응! ……둘 다, 합격!"


"응시하지도 않았는데 뭔가에 합격했어?!"


"저기, 솜사탕 씨. 지금부터 뭐가 시작되는 거야?"


"여자사천왕 스쿼트예요"


"여자사천왕 스쿼트……?"


"난생 처음 듣는 단어인데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머릿속에 바로 그려지네……"


"그럼 바로 시작할까?"


카모메 씨는 캐리어를 옆에 두고 스쿼트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뭘 담당할지 정해야 해요. 이름을 고려하면 아오 씨는 청룡, 시로하 씨는 백호일까요?"


"저기……잠깐만, 솜사탕 씨"


"왜요?"


"왜요는 무슨. 어째선지 우리가 멋대로 휘말렸는데, 한다고 말한 적 없거든?"


"둘 다, 안 해줄 거야?"


"음……, 시로하는 이런 거에 엮이기 싫어하는 타입이니 어렵지 않을까? 안 그래, 시로하?"


시로하 씨는 약간 찡그리더니 언짢은 듯 입을 열었습니다.


"저기, 백호 같은 건, 시키지 말아줬으면 해……"


"안 되……나요?"


"안 됩니다"


"그런가요……아쉽네요"


"나는 현무의 손녀니까"


"무규?"





"그러니까 백호는 안 돼. 한다면 현무로……"


"시로하?!"


"게다가 인형옷 입으면 솜사탕 씨 쪽이 백호 같고"


"오~! 그러네요!"


"그러니 현무는 내가"


"시로하아?"


"그렇게 됐으니 청룡은 아오가"


"잠깐만, 시로하!"



"아이 참, 현무라고 불러야지. 안 그러면 스쿼트 안 할 거야?"


"그런 뜻으로 이름 부른 게 아니거든!"


시로하 씨가 현무를 맡게 되고 이걸로 3신수가 모였습니다.


"내키지 않는 건 나뿐?! 시로하가 제일 안 할 거 같은데"


"난 현무의 손녀니까"


"왜 제일 의욕이 넘치는 거야~~~!"


"청룡은 아오 말고는 생각할 수도 없어"


"응, 딱 어울려"


"하이리 씨도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나요?"


"어? 나? 뭐, 확실히……이 멤버라면 청룡은 아오겠지"


"너까지……"


"청룡♪ 청룡♪"


"아니, 글쎄……"


"청~룡~! 청~룡~!"


"그렇게 기대하셔도……"


"청, 룡. 청, 룡"


"하기 싫은 건 싫은 거니까……"


아오 씨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습니다.


"그래도 뭐 어쩔 수 없지! 그렇게까지 말하면 거절할 수 없잖아♪"


정말 근사한 미소로 답합니다.


"아자~~~!"


"잘됐네요, 카모메 씨"


"응, 츠무츠무 덕분이야!"


"그럼 시작할까?"


"잠깐 스톱! 가게 안에선 비좁으니까 밖에서 하자? 그러는 게 기분도 좋을 거야"


"……상대가 여자애라도 쉬운 여자구나"


"뭐라고 말했어?'


"아무 말도"


저희는 밖으로 나와 원을 만들었습니다.


"그럼 다 같이 '하나 둘' 하고 하는 거다~?"


"무규!"


"응"


"알았어"


"그럼, 하나 둘!"


""""사신상응!!"""""




"오늘 고마웠어~"


"네, 조심히 돌아가세요~"


"바래다주고 올게"


카모메 씨가 탄 캐리어를 하이리 씨가 밀고 갑니다.


여자사천왕 스쿼트가 너무 재밌어서 네 사람 다 분위기를 탄 바람에 다리가 후들후들거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이리 씨가 캐리어를 밀고 바래다준다고 합니다.


"아, 그런데 츠무기. 아까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건 뭔 얘기야?"


"네. 여러분에게 받은 게 많아서 저도 여러분께 뭔가를 해드리고 싶어졌어요"


"그랬구나"


"어? 그럼 우리 소원도 이루어주는 거야?"


"네, 그러려구요. 그러니 소원이 있으시거든 사양 말고 말씀해 주세요"


그렇게 말하자 두 사람은 곤란한 듯 서로의 눈을 쳐다봤다.


"우리는 괜찮으니까 솜사탕 씨는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쓰도록 해"


"맞아, 맞아. 갑자기 소원이라고 말해도 떠오르지도 않고"


자상하게 웃으며 그렇게 말해줬습니다.


하지만 이건 제가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그럼 탄자쿠에 적은 것들을 이뤄드리고 싶어요"


"탄자쿠……? 아, 어제 쓴 그거?"


"네, 여기 있어요. 시로하 씨는 '수박바 먹고파'고, 아오 씨는 '되도록이면 승부속옷일 때 해주세요'지요"


"아오……"


"아냐! 아니라구!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머리 터져서 이런 걸 써버렸을 뿐이야!"


"괜찮아. 최근엔 아오의 그런 면에도 익숙해졌으니까"


"으앙!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납득해버렸어!"


"그럼 일단 수박바부터 갈까요?"


"이야기 진행하는 거야?!"



"그럼 시로하 씨의 수박바가 먹고 싶다는 소원, 제가 이루어 드릴게요"


"하지만 재고가 없으니 그건 어렵다고 봐"


"이 가게, 어째선지 입고를 하나씩밖에 안 하거든"


"다른 가게는 없는데 어쩌려고?"


"맡겨만 주세요. 없다면 만들면 되는 거예요!"


"──!!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발상!"


시로하 씨가 놀라면서 눈을 초롱초롱 빛냅니다.


아무래도 기뻐해 주시는 모양입니다.



"어떻게 만들 거야? 레시피는……?"


굉장한 기세입니다.


"음. 우선, 수박을 수박바 형태로 잘라서 막대를 꽂아 얼리는 거예요"


"오호라~. 진짜 수박으로 만들게 되면 본격적인 맛이 나서 좋은 거 아냐?"


"솜사탕 씨!"


"네! 그런 방식이면 어떨까요?"


"솜사탕 씨는, 수박바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했어"


"무귯?!"


시로하 씨의 눈이 제 눈을 똑바로 바라봅니다.


"진짜 수박으로 만든 수박바는 가짜. 진짜 수박바는 가짜 수박맛이 나니까 좋은 거야"


"진짜 수박으론 안 되나요?"


"안 됩니다. 수박바는 가짜가 진짜 수박을 뛰어넘으려고 하는 점에서 미학을 찾을 수 있어"


"그렇군요……"


"가짜 수박인 진짜 수박바가 먹고 싶은 거지, 진짜 수박으로 만든 가짜 수박바는 원하지 않아"


"음……,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 헷갈리게 됐는데……"


아오 씨가 혼란에 빠졌습니다.


저도 알 수 없게 됐습니다.


하지만 시로하 씨가 수박바에 건 마음은 진짜라는 사실만은 압니다.


"그럼 저, 가짜 수박바를 만들어 보려고 해요"


"부탁합니다"


"아오 씨, 부탁이 있어요"


"응? 괜찮긴 한데 무슨 부탁?"


저는 아오 씨에게 멜론시럽 빙수와 딸기시럽 빙수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그걸 삼각형으로 수박바 형태로 만들어 막대를 꼽습니다.


"시로하 씨. 진짜 수박도 아니고 진짜 수박바도 아닌, 정말 가짜인 수박바예요"


시로하 씨에게 건넵니다.


"지금의 제가 만들 수 있는 최선이에요"


"네, 잘 먹겠습니다"



시로하 씨는 사각사각 수제 수박바를 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 먹고서.


"수박바는 아니지만 솜사탕 씨의 마음은 전해졌어"


좋았는지 별로였는지 두근두근거립니다.


"이건 이것대로 좋아. 맛있었어. 잘 먹었어"


"참 다행이에요!"


"진짜도 좋지만 이 가짜도 좋아……. 이쪽이 좋다는 사람도 있을 게 틀림없어"


"가짜도 좋다……라구요?"


"응"


어째선지 그 말은 제 마음에 쏙 들어왔습니다…….


"시로하 씨, 감사해요"


"응? 수박바 받은 건 난데?"


"네! 감사합니다!"


"풉……, 이상해"


그렇게 말하며 시로하 씨는 웃어 줬습니다.




시로하 씨가 수박바에 만족하고 돌아간 뒤, 저와 아오 씨는 벤치에 앉아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럼 아오 씨, '되도록이면 승부속옷일 때 부탁드려요'라는 소원 이루어드릴게요!"


"소원입니다, 그걸 잊어주세요"


아오 씨가 고개를 깊이 숙였습니다.


"그럼 뭘 할까요?"


"그럼 츠무기, 걸즈토크 할까?"


"그건 뭔가요?"


"음, 여자들끼리 과자 먹고 주스 마시면서 연애 이야기나 좋아하는 남자 얘기를 하는 거야"


"그렇군요! 그건 정말 부끄럽지만 아오 씨가 원한다면 함께할게요!"


"고마워. 그럼 이것저것 물어보도록 할까~?"


아오 씨는 들뜬 모습으로 저에게 막과자를 주었습니다.


"왠지 즐거워 보이네요"


"응, 그야 이런 거 처음인걸"


"무규? 시로하 씨나 노무라 씨와는 안 하나요?"


"생각 좀 해 봐. 그 두 사람이 관심 가는 남자 얘기 같은 걸 할 거 같아? 애초에 관심 가는 남자가 생길지조차 의문스럽지 않아?"


"노무라 씨는 미타니 씨에게 관심을 두는 것 같던데요"


"그건 다른 의미로 관심을 두는 것뿐이야. 사냥꾼과 먹잇감 같은 거지"


확실히, 도망치면 쏘고 숨으면 쏘고 당당히 나다니면 쏘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런고로 애인이 있는 츠무기와 그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거든. 그럼 바로. 고백은 어느 쪽에서 했어?"


"무규! 하, 하이리 씨가 했어요. 그때 전……수줍어서 도망치고 말았지만요"


"그, 그랬구나!"


부끄러워서 얼굴이 뜨거워져 왔습니다.


"그럼 그럼, 도망친 츠무기를 쫓아가서……뒤에서 껴안으며 '안 놓쳐' 같은 말을……"


"모, 못 들었어요"


"그, 그대로……'네, 이외의 대답을 말하는 입술은 내 입으로 막아주겠어' 같은 말을 하며 키스를……"


"키, 키스……"


"그래서 그대로……한 손으로 츠무기의 작은 손을 벽에 붙이고 남은 한 손으로……"


"아오 씨? 저기……"


"에엣……하지만 밖에서잖아? 첫경험이 야외라니……가, 가능해?"


걸즈토크일 터인데 아오 씨가 대화를 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강하게 밀어붙이는 적극성과 사랑이 있다면 승낙할지도……"


그 후, 저희는 이런저런 부끄러운 얘기를 나눴습니다.


하이리 씨 얘기와 이상적……아니, 망상 속 연애 이야기 등을 했습니다.


"시즈쿠와는 이런 얘기를 안 하나요?"


"음……, 그렇지. 이래저래 물어보고 싶지만 그런 걸 찔러봤다가 분란 일으키기도 싫고"


"찔러보면 분란이 일어나나요? ……혹시 시즈쿠도 하이리 씨를……이란 건가요?"


"아~, 아냐, 아냐. 그게 아니라 텐젠이 미즈오리 선배님을──"


거기까지 말하고 아오 씨는 말을 멈춥니다.


"실제론 어때? 미즈오리 선배님은 하이리와도 엄청 친하지? 학교 애들한테도 보여준 적 없는 표정을 꽤나 보여주는 것 같던데"


"그렇죠"


"미, 미즈오리 선배님……, 하이리를 좋아한다거나……"


"그, 그건 정말로 몰라요. 이따금 농담 삼아 바람이 어쩌고 하는 얘기는 하는데요"


"대놓고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면 아마 괜찮겠지만……음……어떨까?"


"최근엔 밤에 둘이서 함께 나가기도 하나 봐요"


"그건 이벤트 준비 때문 아니야? 미즈오리 선배님이 하이리를 좋아한다는 건, 있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츠무기를 배신할 거라곤 생각하기 어려운걸……"


"그, 그런가요. 그럼 다행이에요"


"둘이서 자리를 비울 때 어때 보여? 찰딱 달라붙어?"


"얼마 전에 잠깐 미행을 해봤는데 양초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꺅───! 내 예상보다도 하드한 걸 하고 있었어!!"


"무규?! 하, 하드하다니요?"


"야, 양초면……그게, 참……"


아오 씨의 얼굴이 새빨개졌습니다.


"아, 하지만 아니겠네. 그렇구나……, 5000개를 위해선가……. 하지만 츠무기에겐 비밀이고…….

그래도 이대로면 이상한 오해가 생길 거 같고……그것 때문에 어색해져서 파국을 맞이할 수도……"


"아오 씨, 뭔가를 알고 계신가요? 시즈쿠와 하이리 씨의 하드한 일이란 게 뭔가요?"


"음……그건 말할 수 없지만 틀림없이 두 사람은 하드한 일을 하는 게 아니고……그……"


"무슨 얘긴가요? 바람……피우는 걸까요? 양초는 뭐에 쓰는 거죠?"


"어떡하지! 나 지금 사면초가야!"


아오 씨의 얼굴이 새빨개졌다가 새하얘졌다가를 반복하고 있으니.






"다녀왔어. 카모메는 잘 바래다줬어"


"다녀오셨어요"


"그래서 아오는 왜 머리를 감싸쥐고 끙끙대고 있는 거야?"


"이런저런 일이 좀 있었어요"


"이런저런 일이 좀 있었나……"


"미안해! 만일의 경우엔 몸으로 갚을게~~~!"


아오 씨가 하이리 씨를 향해 필사적으로 고개를 숙입니다.


"……평소대로라서 안심되는구만"





그 후 저는 여러 사람들을 찾아갔습니다.


"소원이라……, 그래, 탁구 상대를 해주실까!"


"맡겨만 주세요!"


룰은 잘 몰랐지만 카노 씨가 '이럴 수가'라는 말을 몇 번이나 내뱉었습니다.




"그럼 노미키한테 들키지 않도록 저 길까지 유도해줄래? 알몸으로 이 길 걸어본 적 없거든~"


"잘 알겠어요!"


알몸인 미타니 씨를 데리고 여러 길을 산책했습니다.




"알몸 목격담은 있다만 어째선지 오늘은 그 바보가 안 보여. 쏘기 쉬운 위치로 불러내 주지 않겠어?"


"맡겨만 주세요!"


노무라 씨가 쏘기 쉽도록 미타니 씨를 꾀어냈습니다.





그 도중에 시즈쿠도 합류해서 저희는 셋이서 등대로 돌아왔습니다.


"얼추 다 돌았나?"


"아뇨, 아직 하이리 씨와 시즈쿠가 남아 있어요"


"괜찮아? 그럼 내 소원부터 이루어줬으면 해"


"어제 탄자쿠엔 뭐라고 적었어?"


"찌찌 평화"


"시즈쿠의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뒤섞인 듯한 소원이네"


평소처럼 셋이서 대화를 나눕니다.


"찌찌 평화는 저에겐 힘들 것 같아요. 다른 건 없나요?"


"음……, 평화가 힘들다면"


"힘든 건 찌찌겠지"


"……결혼식일까?"


"무규?"


"70년치 이벤트를 하고 있는데 츠무기와 하이리 군의 결혼식이 없어. 그러니 결혼식을 열자♪"


듣고 보니 결혼식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하이리 씨 쪽을 슬쩍 바라봅니다.


하이리 씨도 마찬가지로 제 쪽을 힐끔힐끔 보고 있습니다.


아마도 생각하는 건 같겠지요.


"부끄러워!"


"부끄러워요!"


"부끄럽지 않아. 그럼 시작할까?"


일축했습니다.


"드레스도 케이크도 없는데"


"상상으로 어떻게든 돼. 아……, 츠무기, 아무리 인생에 한 번뿐인 날이라지만 뽕을 너무 넣었어"


상상 돌입이 빠릅니다.


"상상이라……. ……장인어른, 장모님, 츠무기를 소중히 아끼겠습니다. ……으흑"


하이리 씨도 빠릅니다.


"저기……하지만……갑자기 그런 건"


"교회가 아니라 등대인 데다가 참석자는 나뿐이지만……맹세해줬으면 해, 앞으로 두 사람은 평생 함께라고"


"시즈쿠……"


"……응, 그래. 맹세할까……"


"응, 맹세해 두자"


"……"


그건 어쩐지 정말로 기쁘면서도 조금 쓸쓸해서, 하지만 역시…….


"오~! 그거 즐겁겠네요!"


역시, 즐거워요!



저희는 밖으로 나왔습니다.


등대 앞에는 하이리 씨가 있고, 조금 수줍어하며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시즈쿠 손에 이끌려 돌로 된 버진로드를 천천히 걸어나갑니다.


이곳에는 무엇 하나 진짜가 없습니다.


교회가 아니라 등대고, 걷는 길을 돌길이고, 드레스도 평상복이고, 곁에 있는 건 시즈쿠고…….


하지만, 오늘 시로하 씨가 말했었습니다.



──이 가짜 쪽이 좋다는 사람도 있을 게 틀림없어



그 마음, 지금이라면 되게 잘 이해됩니다.


진짜는 아니더라도 저는 이 결혼식이 참 좋습니다.



저는 시즈쿠에게 이끌려서 하이리 씨 곁에 이르렀습니다.


"그럼……하이리 군, 츠무기를 잘 부탁할게?"


"그래"


"응……, 나는 이걸로 만족. 응, 나머진 하이리 군에게 맡길게"


"시즈쿠?! 그건 좀 무리한 요구 아냐?"


"아, 그런 게 아니라. 음~……, 너무 감회에 젖어서"


"감회에 젖었나요"


"우리조차 그 정도는 아닌데"


"엣?!"


그런 말을 하며 셋이서 웃습니다.


"음, 그럼. 신랑은 기쁠 때나……슬플 때나……뭐더라"


"기억 안 나?"


"갑작스러웠는걸"


"하자고 말을 꺼낸 건 시즈쿠인데요?"


"미안해. 그럼 아무튼 간에 맹세하겠습니까?"


"음, 맹세합니다"


"네, 맹세합니다"


"후훗♪ 참 잘했어요"


무엇 하나 진짜가 없는 결혼식에서, 이것만은 분명한 진짜였습니다.


"남은 건 키스랑 반지 교환이네"


"키스는 할 수 있다 쳐도 반지 교환은 어쩌려고?"


"하, 하이리 씨는……키스할 수 있나요?!"


"아,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실현은 가능하다는 뜻으로"


"음……, 그럼 이렇게 할까?"


시즈쿠는 등대 옆에 놓인 어제 칠석 때의 탄자쿠를 가져왔습니다.


"이거, 좋아하는 걸 적으랬더니 츠무기가 하이리 군의 이름을 적은 탄자쿠야"


"부, 부끄러워요"


"그리고 이쪽은 반대로 하이리 군이 츠무기의 이름을 적은 탄자쿠"


"부끄러워……"


"이걸 여러 번 접어서 둥글게 말면……자, 완성"


시즈쿠는 탄자쿠를 반지 형태로 만들어 그걸 저희에게 건네 줬습니다.


멋진 반지입니다.


"고마워……시즈쿠"


"고맙긴 뭘, 내가 보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저희는 시즈쿠가 준 반지를 교환했습니다.


시즈쿠는 놀리지도 않고 쑥스러워하지도 않고 그저 평소처럼 웃으며 박수를 쳐줬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키스는 부끄러웠으므로 안 했습니다만…….


그런 다음, 불꽃놀이 준비가 다 됐다며 부르러 온 카모메 씨와 함께 다 같이 불꽃놀이를 즐겼습니다.


하이리 씨는 내일 일로 회의할 게 있는 모양이라 저는 혼자서 등대로 돌아왔습니다.


아무도 없는 등대는 조용해서 조금 쓸쓸합니다.


하지만……쓰무기 짱, 카토 씨, 등대지기 씨에게 귀여움을 받고,


하이리 씨랑 시즈쿠와 논 이 등대……


그런 곳을 쓸쓸하다고 여기고 싶지 않습니다.


더욱더 즐거운 추억들로 가득 채우고 싶습니다.


하이리 씨가 이곳에 돌아오는 걸 상상합니다.


"결혼식 후니까요, 어떤 표정으로 들어올까요?"


수줍어할까요? 아니면 평소대로일까요?


"저도 어떤 표정으로 맞이해야 좋을까요?"


발랄하게일까요? 아니면 침착하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기다리는 시간도 즐겁습니다.


파도 소리에 섞여 특징적인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올 여름, 즐거운 일과 기쁜 일을 가져다준 발소리입니다.


그리고 문이 열립니다.


"다녀오셨어요?"


"응, 다녀왔어"


멋쩍어서 둘이서 살짝 웃고 맙니다.


"그런데 츠무기, 내 소원은 안 이루어줄 거야?"


"무규! 잊을 뻔했어요, 뭐든지 말씀해 주세요"


"음…, 그러면……그게"


"네, 뭔가요?"


"저기, 키스할래?"


"네"


저는 까치발을 하고 하이리 씨의 입술에 키스를 합니다.


"……어? 키스까지 빠른 거 아냐?"


"무규? 뜸들이는 편이 좋나요?"


"그, 그런 건 아닌데, 너무 시원스레 하는 거 같아서"


"저희 결혼했으니까 키스는 당연하잖아요"


"그, 그런가……. 그렇지"


그렇게 말하면서 하이리 씨는 얼굴을 붉혔습니다.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저도…….


"거짓말이에요! 전혀 당연하지 않아요! 엄청 부끄러웠어요!"


"그, 그렇지?! 엄청 자연스레 해와서 깜짝 놀랐지 뭐야!"


제 얼굴은 엄청 뜨거워졌습니다.


"저기, 그럼……이번엔 내 쪽에서 할게"


"더 하게요?!"


"응, 결혼했으니까"


"하지만 한 직후이고, 부끄러우니까요"


부끄러워서 조금 뒤로 물러난 제 손을 하이리 씨가 잡았습니다.


"이, 이건……'안 놓쳐'라는 건가요?"


"응? 그게 뭔데?"


"아오 씨한테서 들었어요"


"잘 모르겠는데. 음……, 그래도 난 츠무기랑 키스하고 싶어"


"그, 그건 '네, 이외의 대답을 말하는 입술은 내 입으로 막아주겠어'인가요?"


"그것도 아오?"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저는 '네'라고 대답할 테니 안심해 주세요" 


살짝 부끄러울 뿐, 하이리 씨와 함께 하는 것에 싫은 것 따윈 없습니다.


저는 살포시 눈을 감습니다.


입술에 따스한 것이 닿았습니다.


그리고 그게 떨어지고 눈 앞에는 새빨개진 하이리 씨의 얼굴이 있었습니다.


"좋아해, 츠무기"


"정말 좋아해요, 하이리 씨"


그렇게 말하며 저희는 몇 번이고 입술을 포갭니다.


수줍어서 웃고, 즐거워서 웃고, 기뻐서 웃으며……. 


줄곧, 계속…….


"하이리 씨, 내일도 잘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