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글/니이지마 유우



『곧 토리시로 섬, 토리시로 섬 어항에 도착합니다.』

머리 위로 방송이 흐른다.

토리시로 섬은 이제 코앞이었다.

작년 여름, 그 섬을 떠난 후 딱 1년이 지났다.

가끔 주고받는 편지는 시로하가 모두를 대표해서 써주는 모양이었다.


시로하가 보낸 편지는 오로지 사무적이고 쌀쌀맞아 보였으나,

한편으로는 어젯밤 먹은 저녁 메뉴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둥, 두서없는 내용이었다.

뭐, 내가 보낸 편지 역시 무난한 일상 이야기 투성이라 별거 없었지만.

그래도 끊기지 않고 우리는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것만으로 나는 만족스러웠다.

이 1년 간. 수영부에 복귀해서 공백기간을 메우고자 필사적이었다. 게다가 공부도.

바쁜 나날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러는 사이에 계절은 한바퀴 돌아 여름이 되었다.

문득 토리시로 섬을 떠올릴 때가 있었다.


수영부 휴식 시간. 풀사이드에서 태양을 올려다보며 그 섬에 있는 듯한 감각이 들 때가 종종 있었다.

돌아가고 싶다……아니, 가보고 싶다고, 강하게 느낄 때가 있었다.

그만큼 먼 거리도 아니다. 억지로 시간을 내면 가을에, 겨울에 그 섬을 방문할 수는 있었을 테지.

하지만 결국은 이렇게 1년 후의 여름에 방문하게 된 것이다.


아무튼 이제 곧 토리시로 섬이다.

항구는 이제 코앞이다.

그리운 친구들과 만날 수 있다는 마음과 동시에 불안감도 들었다.

나는 어떤 낯짝으로 그녀를……시로하를 만나면 좋을까?

섬을 떠날 때, 터무니없는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도망치듯 떠나버렸다(실제로는 배 고장으로 인해 회항했었지만).

1년 만에 만나서 어떤 표정으로 말을 하면 좋을지 아직 각오를 다지지 못했다.

"안녕, 시로하. 잘 지냈어?"

너무 친근하게 구는 듯한…….

"만나고 싶었다고 시로하아아아!"

고려할 가치도 없다. 100% 시로하는 달아날 테지.

"아아, 시로하구나. 오랜만."

너무 무정해 보이나. '너도 있었냐?'라고 하는 듯한 쌀쌀함이 느껴진다.

"잠깐 괜찮슈?"

"안녕, 오랜만."

나는 무심코 망상을 질질 끈 채 되돌아본다.

할머니가 멀뚱히 나를 보고 있었다.

"오랜만, 인고?"

"아, 아뇨. 어디선가 만난 적 있던 거 같아서요. 하지만 아마도 처음 뵀을 테죠."

"흠. 그거는 그건고? 그……뭐시냐, 헤자푸?"

"그랬던가요."

이 광경도 헤자푸다…….


착항한 배에서 내려온다.

누군가가 마중을 나와주진 않았을까 희미하게 기대하고 있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항구에 있는 건 다른 승객을 마중 나온 사람들과 고양이뿐이었다.

나는 한동안 항구를 바라본 후, 걷기 시작했다.

……일단 쿄코 씨 댁으로 가자.





나는 주택가로 이어지는 길을 걸어 나간다.

……이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1년 전, 이렇게 매미 소리와 햇빛을 뚫고 보스턴백을 들고 걷고 있었다.

그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상상도 못 한 채.

그렇게 예기치 못한 만남과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

하고, 활기찬 목소리가 나를 불러세운다.

누구 목소리인지는 바로 알아챘다.

"안녕, 오랜……"

인사를 하려다가 나는 말문이 막혔다.

"누, 누구신지……?"

굉장히 수상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 녀석은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후드를 깊숙하게 뒤집어 쓴 채, 커다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그 탓에 얼굴은 거의 알 수 없었지만 방금 전 목소리는 틀림없이……

"나야, 미타니 료이치야!"

"료이치?! 아니, 목소리는 그렇지만……진짜 료이치야?"

"그래. 나라고."

"아니, 왜 옷을……입고 있냐? 더군다나 긴 소매……"

"이보쇼, 하이리. 너 변태냐? 밖에서 옷을 입는 건 당연하잖아."

"당연하긴 한데 당연하지 않다고 할까. 대체 왜?"

"그야 여름햇살은 피부에 안 좋잖아. 무엇보다 알몸이면 창피하기도 하고."

나는 그 이상 따지기를 그만두었다. 료이치가 하는 일에 일일이 따지고 들었다간 끝이 없다.

료이치의 내면에서 일시적인 붐 같은 게 온 거겠지.

"잘 왔어, 하이리."

"그래. 오랜만이야. 텐젠은 역시 산에 틀어박혀 특훈 중?"

산 위의 폐옥과 거기에 놓여진 탁구대를 나는 그리운 듯 떠올리고 있었다. 또 가보고 싶었다.

"……아니, 집에 있지 않을까?"

"집? 그런가. 그래서 뭐 하고 있는데?"

"글쎄. 오늘도 게임 아닐까? 가볼까?"

"아, 응. 게임? 오늘도?"

"그 녀석 집이라면 바로 저기야. 가보자고."





"텐젠, 들어간다~!"

료이치는 자물쇠가 잠겨 있지 않은 현관에 들어가서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간다.

"실례합니다~……."

텐젠의 방으로 짐작되는 곳은, 낮임에도 불구하고 커튼이 쳐져 어두운 방이었다.

그 안에서 TV 화면만이 공허하게 빛나고 있었다.

TV 앞에 웅크린 듯 앉아 있던 텐젠이 뒤돌아봤다.

"뭐냐……. 료이치냐."

생기를 잃은 눈빛이었다.

"타카하라잖아……. 오랜만인걸."

"아, 안녕. 뭐 하는 거야?"

"뭐 하긴, 보다시피지. 미안하지만 지금 한창 좋을 때거든."

화면 안에선 도트 그림의 탁구 선수가 좌우 수평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기계 같은 움직임으로 라켓을 휘두르고 있었다.

"후……후후. 또 이겼군. 이걸로 20연승이다. 후후……"

"재, 재밌냐?"

"재밌다고. 게임에서라면 노력은 배신하지 않으니까.

들인 시간만큼 나는 강해질 수 있어……. 후, 후후……. 또 스트레이트 승리군. 후후후"

"야, 오늘 하이리 환영회라고. 와라."

"그래, 알고 있다……. 스매시!!! 또 이겼군!! 와하하하!!"





부랴부랴 텐젠의 집에서 나왔다.

그 방엔 뭔가 어두운 기운 같은 게 서려 있었다.

"텐젠에게 무슨 일이 있었어? 초등학생한테 처참하게 패하기라도?"

"글쎄. 딱히 아무 일도 없었을걸."

"그, 그래……. 뭐, 사정이 있겠지. 나는 일단 쿄코 씨 댁에 짐을 두고 올게."

"그래. 오늘 밤엔 환영회를 열 거니까. 단골 가게에 6시에 오도록 해."

"고마워. 다른 애들과 만나는 게 기대되네."


……료이치와 헤어지고 그리운 카토 가에 도착해서 초인종을 울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쿄코 씨가 현관에 나왔다.

"하이리 군, 잘 다녀왔니."

1년 전과 전혀 변함없이 밝은 미소였다.

"잘 다녀왔니, 라는 건 좀 이상했나?"

"아뇨……, 다녀왔습니다."

"응."





다다미 냄새. 마루에 놓인 선풍기와 거기서 불어오는 바람.

거실은 1년 전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

"쿄코 씨는 여전해 보여서 다행이에요."

"내가?? 왜?"

"아니, 다른 녀석들이……많이 변했다 싶어서."

"그러니? 하긴 1년은 기니까. 많은 게 변했어도 이상할 것 없지.

"그렇, 지요."

아니, 그렇다 쳐도 극단적인데…….

"나도 조금은 변했을걸? 무려 1년이 지났으니까."

"그럴까요? 굳이 변했다고 한다면 오히려 회춘하신 듯한."

"하, 하이리 군도 참. 여전히 말은 잘한다니까. 과자 먹으렴."

"감사합니다. 쿄코 씨는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응. 섬에 있는 도서관에서 일하던 분이 갑작스레 관두셔서 말이야. 지금은 그쪽을 돕고 있어."

"그랬군요……. 아, 저녁부터 애들과 모이기로 했는데 그 전에 섬 좀 둘러보고 올게요."

"하이리 군은 기운이 넘치네~. 잘 다녀오렴."





──부우우우웅.

1년 만이라도 커브는 경쾌하게 달려주었다.

자전거보다 조금 빠른 정도의 속도로 울퉁불퉁한 논두렁길을 달려나간다.

──철탑이 보인다. 막과자 가게 앞에서 나는 일단 커브를 세운다.

노미키는 오늘도 저기서 감시를 하고 있을까? ……하지만 사람 그림자가 안 보이네.

일단 나는 손을 흔들어 보았다.

"야, 뭐 하는 거냐, 타카하라."

그러자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이 목소리는…….

"어?? 노미키? 있었냐……. 근데 뭘 하는 거야?"

노미키는 가게 앞에서 흔히 말하는 건달 자세로 앉아 있었다.

"후우, 못 해먹겠구만."

노미키는 나른한 표정으로 입에 무언가를 물고 있다.

"잠깐. 그거, 담배……아니, 라무네 과자구나."

"푸하앗. 맛있구만. 아~, 뭐 좀 재밌는 사건 안 터지나. 난투라든가. 타카하라가 사는 곳엔 매일 터지지?"

"그런 곳엔 안 살아……. 어떻게 된 거야, 노미키."

"어떻게 되고 자시고. 아~, 난투하고 싶다~."

"노노노노, 노미키?!"

"어머, 타카하라 님 아니세요?"

님? 아니세요?

"평안하시온지. 여전하신 듯하니 다행이네요."

아오는 그렇게 말하며 우아하게 인사했다. 어째선지 양산을 쓰고 있었다.

"아, 아오는 꽤나……뭐랄까……우아해졌네………."

"그러한지요? 오호호. 듣자 하니 저녁부터 환영회가 열린다고…. 기대하고 있겠사와요. 그럼 나중에 뵙지요."

"나도 갈까. 수고."

노미키와 아오는 함께 떠나갔다.

나는 아연실색하고 있었다.

역시 이상하다. 이 섬에서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

혹은 내 머리가 이상해진 건가.

"도령! 도령 아닌가!"

"네? 뭐죠? 저요? 도령?"

굵은 목소리가 들려와 뒤돌아본다.

거기엔 산채 같은 거체가 우뚝 서 있었다.

"앗, 코바토 씨?! 뭡니까, 도령은? 저 말하는 거예요?"

"그래그래. 잘 왔다. 시로하와는 만나줬는가? 아직인가? 그건 좋지 않지. 시로하도 도령과 만나고 싶어 할 테니."

"저, 저기……코바토 씨?"

"뭘 쑥스러워 하는가. 자네는 내게 있어선 손자 같은 사내 아닌가. 자, 이쪽으로 오게. 옛날처럼 비행기 태워줌세."

"옛날이라니 뭔 소리예요?! 그, 그만……!"

"자, 높다 높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헥……, 헥……."

끔찍한 꼴을 당했다. 코바토 씨까지 이상하게 됐을 줄이야.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그렇지. 아직 만나지 않은 상대가 있다.

설마, 시로하까지 이상해진 건…….

"하이리."

"?!"

그건 틀림없이 시로하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나는 뒤돌아볼 용기가 없었다.

그곳에 있는 건 정말로 내가 알던 시로하일까?

이 섬은,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1년 전과 너무나도 달라져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각오를 다지고 뒤돌아봤다.

시로하가 서 있었다. 시로하는 분명하지만.

"후……"

시로하가 당돌하게 웃었다. 성큼성큼 내 눈앞까지 거리를 좁혀온다.

그리고 들여다보곤 다시 웃었다.

처음 보는 소악마 같은 웃음이었다.

"오? 뭐야, 키가 컸잖아? 요 성장기 녀석 같으니~"

시로하가 가느다란 팔의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찔러온다.

나는 여러 의미로 떨었다.

시로하도, 역시 이상했다.

"야, 야, 우울한 낯짝 집어치워. 올만에 재회했자나. 신나게 가자구, 신나게.

파티피플~! 예스~! 위~러브~토리시로~! 하고"

이상하다. 본격적으로 이상하다.

"나루세 시로하, 맞지?"

"그러는 너는, 하이리지? 오랜천이잖아! 아니, 오랜만인가. 푸풉.

그래서 요즘 어때? 수영하고 있는 느낌?"

"수, 수영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거 잘됐네. 이쪽도 많이 노력해서 여러 가지로……"

"뭘 노력하고 있다고?"

"그러니까……그걸……해서…………"

뭐지. 갑자기 시로하는 고개를 숙여버렸다.

그리고 어깨가 와들와들 떨리기 시작했다.

"와와와와와와. 역시 무리야아아아아아아아!"

"?! 시로하! 정신 차려. 무슨 일이 있었어?"

내 머릿속엔 여러 가능성이 떠돌았다. 섬에 퍼진 이상한 전염병.

미쳐가는 섬사람들…….

"나, 나……좀, 이상하지! 이런 거"

"그건 보면 알겠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여, 여기엔, 사정이 있어……실은……실은……"

"시로하가 한계를 맞이했다! 서둘러!"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료이치?

"어쩔 수 없지! 정체 공개다."

텐젠에 노미키에 아오. 근처 수풀에서 여러 면면들이 튀어나왔다.

노미키가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거기에 큼지막하게 적혀 있는 건,

『서프라이즈 대성공』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서프라이즈……? 대성공? 이게 뭐야?"

"얘기하자면 길어져. 먼저 가게에 들어가자고. 자세한 건 먹으면서 얘기하자."





"다시 한번, 잘 다녀왔어!"

"건배~!"

"성격반전 서프라이즈……? 뭐하잔 거야?"

료이치가 털어놓은 이야기를 나는 그저 어이없다는 듯 듣고 있었다.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 너희를 위한 거였다고."

"너희라니?"

"너랑 시로하 말이야."

"네가 온다는 걸 알게 되고 나서 시로하가 긴장한 모습을 너한테 꼭 보여주고 싶었다고."

"완전히 석화했었지."

료이치는 뭔가를 떠올리는 듯 허공을 바라봤다.


──회상──


"하, 하이리 공이 찾아온다?"

"그래. 오랜만에 만날 수 있다고. 근데 하이리 공은 뭔데?"

"나는……난……무리."

"시로하?! 뭐가 무리인데? 하지만 너희 그……서로 고백까지 해서……"

"?! 어버버버버"

"시로하!!"

"어버버버버버버버버"

"어버버?! 시로하가 입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어!"


──회상 종료──


"이건 네가 와도 절대로 한마디도 말 못하겠구나 싶어서 모두에게 상담했어. 그랬더니 노미키가……"


──회상──


"흠, 그렇다면 성격 반전 서프라이즈를 해보자."

"성격반전 서프라이즈? 그게 뭔데?"

"1년 만에 찾아온 섬. 거기에 살던 옛 친구들은 완전히 변모해 있었다…….

각자가 정반대 성격을 가장해서 타카하라 하이리를 놀래켜주는 거다."

"하지만 정반대라고 해도 말이지……. 라켓을 반대로 쥐면 되나?"

"예를 들어 료이치는……부끄럼쟁이가 된다. 텐젠은 게으름뱅이. 그리고 시로하는, 그거지, 수다쟁이가 된다!"

"뭐어어어? 내가, 수다쟁이?"

"그런 컨셉이지. 그러면 타카하라와도 평소보다 더 말할 수 있게 돼. 괜찮아, 연기 지도는 내가 해주지."

"(작은 목소리)그렇군……. 머리 좀 굴렸구나, 노미키. 놀이의 일환으로 시로하와 하이리의 재회를 원만하게 시켜주자는 거로군."

"(작은 목소리)이 정도는 하지 않으면 저 둘은 아무런 진전도 없을 테니 말이다."

"……서프라이즈라고 생각하면 할 수 있어. 서프라이즈라고 생각하면, 나는 수다맨이 될 수 있어.

수다맨이 될 수 있어……. 서프라이즈니까……."


──회상 종료──


"그래서 그렇게 된 거였나. 참 터무니없네……. 코바토 씨까지 끌어들여선."

나는 어처구니없어 했다.

"아니, 코바토 씨를 끌어들이지 않았더라면 네가 그대로 섬에 찾아왔을 때 생명이 위험했다고."

텐젠이 신묘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뭐? 무슨 얘긴데?"

"네가 온다는 걸 알고 나서 코바토 씨, 트레이닝을 시작했거든.

'기다려지는구만……. 듬뿍 환영해주마.' 같은 말을 하면서 씩 웃더라고. 닭을 비틀면서."

"무, 무섭네……. 무슨 짓을 당할 예정이었던 걸까……."

"즐겨줘서 다행이군."

노미키는 기뻐 보였다.

"악몽을 꾸는 기분이었어."

"아~. 이제야 개운하네. 옷 입고 있는 거, 엄청 답답했거든."

료이치가 알몸을 만끽하고 있었다.

"생각해 봤는데, 료이치는 겨울엔 어쩌고 있는 거야? 설마 알몸……"

"그럴 리가 없잖아! 복대 정도는 두른다고!"

"복대뿐인 거냐."

"뿐이라니 너 인마, 복대, 따뜻하다고."

"그렇겠지만 배 말고는 춥잖아."

"젖꼭지에도 반창고 잘 붙여서 방한대책은 완벽하다고."

"뭐가 방한?! 너무 역겹잖아!"

"텐젠도 연기 잘하더라. 엄청 분위기 있던데?"

"연기? 아아……. 그런데 게임이란 건 의외로 재밌더군. 스매시를 꽂을 때의 소리와 연출. 중독됐지 뭐냐……후후."

"헤어나올 수 없게 되기 전에 넌 산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어.

근데 말이야! 내 설정은 뭔데? 우아한 숙녀라니. 그러면 평소의 난 뭐냐구, 노미키."

아오가 화내고 있었다.

"아오의 설정도 노미키가 생각한 거야?"

나는 료이치 같은 애가 꾀부린 건 줄 알았다.

"그래. 노미키가 우리 설정을 전부 정해서……의상이니 뭐니 꼼꼼하게 지정했어."

"노미키, 굉장했어. 꺼려하는 시로하에게 의욕을 불어넣고 최종적으로는 코바토 씨까지 끌어들여서."

"하기로 한 이상 완벽하게 해내고 싶으니까."

노미키가 태연스러운 얼굴로 주스를 마시면서 대답한다.

"참고 삼아 묻는 건데……내가 반전되면 어떻게 돼?"

"하이리가? 하이리는……음……. ……재수없는 녀석이 될까."

"어……? 그건 무슨"

"후. 아무것도 아냐."

……여하튼 마음이 놓였다. 1년 만에 모인 친구들의 모습은 무엇 하나 변함없었다.

아니, 분명 변하지 않았을 리는 없다. 각자에게 각자의 1년 간이 있었을 터다.

덧붙여서 시로하는 거의 내내 구석에서 요리를 먹고 있을 뿐이었다. 묵묵히.





2시간 정도 각자의 근황을 보고한 후 나의 환영회는 순식간에 끝났다.

가게에서 줄지어 나오자 밖은 깜깜해져 있었다.

온하늘에 별이 빛나고 있었다.

"한동안 머무는 거지?"

"그래."

"이것저것 생각해 놨거든. 올해도 즐겨보자고, 하이리."

료이치가 엄지를 척 세운다.

"특훈 메뉴는 곰곰이 생각해뒀다."

텐젠이 라켓을 휘두른다.

"사, 살살 부탁해."

"바보. 너무 이 녀석을 끌고 다니며 방해하지 마."

"방해라니 무슨 방해?"

"바보야?? 자, 가버려, 가버려."

아오가 료이치와 텐젠의 등을 밀며 저쪽으로 쫓아낸다.

"어, 야, 야."

……어느샌가 나와 시로하만 남겨졌다.

한동안 우리는 말없이 서 있었다.

어쩐지 작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듯한.

환영회 후 이렇게 마주보고…….

나는 주변을 둘러보는 시늉을 하며 슬쩍 시로하를 봤다.

거의 달라지지 않은……것처럼 보인다. 아니, 머리 모양이 살짝.

머리를 자른 걸까. 하긴 자르겠지. 게다가…….

"?!"

슬쩍 이쪽을 본 시로하와 눈이 마주쳤다.

우리는 서로 당황하며 고개를 돌렸다.

………….

신비한 분위기였다.

"저기…………, 미, 미안해."

"응?"

"서프라이즈……. 깜짝 놀랐지?"

"그, 그래. 솔직히 많이 놀랐어."

"나……작년 일을 반성해서……"

"반성?"

"거의, 제대로 대화 못 해서. 민폐를 끼쳤다고 할가."

"아냐, 뭘……"

"좀 더 제대로 대화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서프라이즈를 제안받았을 때 노력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하지만 그냥 이상한 사람이 돼버려서……미안해……."

"그렇지 않아!"

나는 앞으로 몸을 내밀며 소리쳤다.

"그렇지 않아. 나는 저……, 말주변이 없달까, 소통장애인 시로하도……"

"소, 소통장애라고 하지 마."

"미안. 아무튼 그거야. 있는 그대로의 네가 좋아."

"어?"

"……저, 기. 그러니까……요컨대……"

"아, 맞다! 가봐야 해!"

시로하는 갑자기 떠올렸다는 듯이 고개를 들었다.

틀림없이 볼일이 있는 척 도망치는 건가 했더니…….

"이쪽."

시로하는 내 팔을 잡고 달려갔다.

"어?!"

어, 어?? 굉장히 동요한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걸까.





시로하에게 이끌려 간 곳은 바닷가였다.

"……여길 봐."

"응."

밤의 바닷가에 무수한 푸른 빛이 떠 있었다.

바다반딧불이었다.

언젠가 시로하가 보여줬던 환상적인 광경이다.

"한 번 더, 봐줬으면 해서."

"응. 고마워."

그 후 우리는 특별한 대화를 나누지 않고 바닷가를 어슬렁거렸다.

1년 만에 만났으니 쌓인 얘기도 많을 테지만.

그저 묵묵히 거닐었다.

하지만 이걸로 괜찮다.

굳이 의식할 필요는 없다.

시로하는 이렇게 자연스레 함께 있다.

포근한 마음이 들게 된다.

그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곤 해도. 그렇다곤 해도다.

확실히 해둘 점은 있다.

남자로서. 해야 할 말이 있다.

"저, 저기!"

"네, 넵!"

내 흥분한 목소리에 시로하가 흠칫 고개를 들었다.

"작년에 섬을 떠날 때……저……"

"으, 응."

"내가, 뭐랄까, 그……"

큭……. 본론으로 들어가기가 어렵다.

그때는 떠날 때였다 보니 기세에 몸을 맡겨 말했었지만.

굉장히 부끄러운 대사잖아.

하지만 1년 지나서 왠지 흐지부지해진 것 같고.

다시 제대로 말해야 할 테지.

"작년에 이 섬에서 지내고……"

"……응."

"그래서……그, 말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때의 용기여, 되살아나라. 나는 각오를 다지고 입을 연다.

"당신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라고."

"?!"

"당신이라는 건 즉, 시로하를 가리키는 거니까……즉……"

"기억하고 있어!"

"그, 그래. 그럼……다행이야. 저기, 그래서……대답……"

"나, 나는…………그때, 말했다고 생각하는데……즉, 나……나도……나도…………"

…….

"보였다."

"어? 보였다니, 뭐가?"

"미래가."

"어?! 그건 혹시, 그때 그……뭐가 보였는데?"

"하이리가……앞으로 엎어져서……"

"내가? 앞으로 엎어져?!"

"그래서 내 위에……"

"시로하의 위에?!"

"위험해."

"위, 험해……?! 아니, 어떤 식으로 엎어져서 위에 올라타서 뭐가 위험한 건데?!"

"도저히 말 못 해."

"도저히 말 못 해?! 너무나도 불길한데!"

"여기에 있으면 안 돼, 얼른 돌아가."

"뭐어? 하지만 나, 오늘 온 직후인데."

"안 되니까."

"하지만 난 시로하에게……"

"나한테 상관 마."

"그렇게 말씀하셔도."

조금 전의 대답도 듣지 못했고.

"나한테 상관 마! 섬에서 얼른 나가!"

시로하가 달려나간다.

"자, 잠깐 기다려줘──!"

"도스코이!"

"에엥? 야, 시로하~~"

"도스코이───!!"


두 번째 여름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