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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 흑묘정에 어서 오세요 / 하이자쿠라의 특제 메뉴판 / 향기로운 비밀 / 장보기의 기초 / 흑묘정의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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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노래와 춤을 추면 (집필 : 오카노 토야)
레첼이 격자창에 손을 대고 슬그머니 연다. 습기를 머금은 주방 공기에 살며시 서늘한 바람이 섞인다. 늦더위가 끝나가는 듯했다.
레첼 "역시"
작은 손을 처마 끝에 내밀며 납득한 모습으로 말한다.
레첼 "내리기 시작하네요"
우사미 "가을비네. 어쩐지 시원하다고 생각했어"
준비 작업을 멈추고 밖을 내다본다. 해질녘 하늘은 잔뜩 찌푸린 납빛 구름으로 덮였다. 아침부터 충충한 날씨였는데 드디어 쏟아지는 것 같다.
하이자쿠라 "뮤우~......비가 오면 손님이 뜸해지네요"
내 뒤에서 설거지를 하던 하이자쿠라가, 행주로 물기를 제거하면서 레첼 뒤에서 날씨를 살핀다.
우사미 "오늘 밤은 한가할지도 모르겠네"
레첼 "어쩔 수 없으니, 같이 노래나 부를까요?"
하이자쿠라 "노래, 인가요?"
레첼 "멈추지 않는 장마에~♪ 녹아내리는 거리~♪“
망토를 가련하게 휘날리며 한 차례 빙글 회전하고 노래를 부른다.
레첼 "자, 언니도 함께하시죠"
하이자쿠라 "뮤뮤뮤, 저는 노래를 못해서~"
레첼 "그런 거 신경 안 쓴답니다. 같이 소리를 내요"
하이자쿠라 "그, 그러면......"
마음을 먹은 듯 작은 손을 움켜잡는다.
레첼 "하나 둘♪"
하이자쿠라 “뭄 추 지~······· 운 눈 중 마 에~·······♪”
평소의 귀여운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탁성
마치 지옥 밑바닥에서 들릴 소리가 울려 퍼진다.
우사미 "어, 비가 마구 쏟아지기 시작하네"
하이자쿠라 "뮤뮷~! 하늘이 울고 있어요!"
레첼 "장대비가 쏟아지네요." 태풍이라도 온 걸까요?
하이자쿠라 "에취! ......제 노래가 거부당하고 있어요!"
눈가를 모조리 적시고 엉엉 우는 하이자쿠라.
우사미 "하지만......"
흘끗 레첼을 쳐다본다.
작게 끄덕인다. 그녀도 똑같이 느낀 것 같다.
우사미 "노래 잘 부르지 않았어?"
하이자쿠라 "뮤!"
레첼 "네, 언니, 정말 전위적이고 멋진 노래였답니다!"
하이자쿠라 "뮤뮤!"
확실히 엄청난 목소리지만 그래도 이전에 들었을 때보다 [노래]가 된, 그런 기분이 든다.
하이자쿠라 "정, 정말일까요~......?"
레첼 "언니, 리듬을 맞춰보시면 어떨까요?"
하이자쿠라 "리듬, 이라고 하면......"
레첼 "자, 이렇게. 하나, 둘, 셋, 넷"
손뼉을 치며 4박자 리듬을 잡기 시작한다.
하이자쿠라 "이렇게요? 하나, 둘, 셋, 넷......"
레첼 "머리로 리듬을 더 의식하는 편이 좋겠어요"
어떻게든 따라가려고 하지만 아무래도 흐트러지는 모양이다.
우사미 "하이자쿠라, 잠깐 괜찮아?"
뒤로 돌아서 살짝 그 손을 잡는다. 꼭 작은 몸을 뒤에서 끌어안은 모습이다.
우사미 "하나, 둘, 셋, 넷"
하이자쿠라 "그, 그렇군요~......"
레첼 "우사 씨! 하이자쿠라 언니께, 그런 가르침을 빙자한 접촉을......!"
우사미 "제일 알기 쉬우리라 생각해서"
레첼 "그렇게 말하면서 부드러운 머리 향기를 만끽하겠죠! 용서 못해요!"
쓱, 나와 하이자쿠라 사이로 들어온다.
레첼 "엣헴...... 대신해서 제가 하나하나 가르쳐 드리겠어요"
하이자쿠라 "네, 네에에...... 잘 부탁드려요"
어색하지만 다시 손으로 박자를 맞춘다.
이럴 때 하이자쿠라는 열심히 모든 것을 기억하려고 한다. 그 무구함이 왠지 흐뭇하다.
레첼 "......킁킁...... 벚꽃 향기......"
교사 쪽은 약간 불순한 동기가 섞였지만
카라스바 "잠깐, 주문 들어왔어"
부츠 소리가 울리더니 카라스바 씨가 얼굴을 살짝 내비친다.
우사미 "앗... 죄, 죄송합니다"
카라스바 "우사 씨...... 레첼, 거기에 하이자쿠라. 뭔 농땡이를 부리고 있어?"
레첼 "아니요, 이건 새로운 서빙 퍼포먼스랍니다"
그만하면 되는데 레첼은 뭐라고 항변한다.
하이자쿠라 "......레첼 씨, 여기서는 솔직하게 사과하는 편이~......"
레첼 "......괜찮아요, 제게 맡겨주세요···"
붙어 있는 상태로, 소곤소곤 이야기한다.
레첼 “황국에는 2인 하오리라는 문화가 있어요. 거기서 언니의 귀여움을 앞세우고 제가 뒤에서 응대를 서포트하는 꼴이죠.”
(주 : 연회 등지에서 재미를 위해서 하는 놀이. 두 사람이 같은 방향을 향하고 한 사람이 소매에 손을 내고 다른 사람이 얼굴만 낸다. 이 상태에서 음식을 먹거나 물건을 집는 등의 행위를 한다.)
카라스바 "흐응...... 그럼 한번 해 봐. 레몬 스프리처 하나야"
레첼 "간단하네요. 우선 이 와인부터 준비하고......"
하이자쿠라 “뮤뮤뮤! 병을 빙글빙글 돌리면 위험해요!”
레첼 "이어 레몬을 짜고!"
우사미 "으악! 눈에 들어갔어!"
하이자쿠라 "이상한 데 만지지 말아주세요!"
레첼 "언니! 얌전히 계셔주세요!!"
카라스바 “.........”
우사미 “......헉”
눈물을 닦고 나니, 거기에는 조용하게 분노로 떠는 카라스바 씨의 얼굴.
카라스바 "레첼...... 우사 씨...... 그리고...... 하~이~자~쿠~라~!"
※ ※ ※
하이자쿠라 "우뮤뮤, 혼나고 말았어요......"
폐점 후, 카라스바 씨에게 지시 받아 잔업으로 주방을 청소하고 있었다.
레첼 "언니께서는 나쁘지 않아요, 책임은 모두 이 레첼과 우사 씨에게 있답니다"
우사미 “나도?”
레첼 "스킨십이 너무 지나쳐서 질투가 났어요"
우사미 "그, 그래...... 뭐, 제대로 말렸어야 했는데"
하이자쿠라 "그, 그렇지만, 그!’
대걸레를 잡으면서 하이자쿠라가 큰 소리로 말한다.
하이자쿠라 "두 분 덕분에, 조금 연습할 수 있었어요! 정말...... 기뻤어요!"
조금 쑥스러운 듯이, 그렇게 웃고 있었다.
호키보시 “청소, 끝났나요~?”
하이자쿠라 "네, 넷! 완벽해요!"
카라스바 씨가 왔다......고 생각했는데, 얼굴을 내민 것은 호키보시 씨다.
우사미 "어라, 왜......?"
호키보시 "특별 강사로요. 자, 모두 이리 오세요"
하이자쿠라 “뮤?”
재촉을 받아 우리 셋은 플로어 쪽으로 걸어간다.
겟카 "레코드 준비, 된 것입니다."
축음기 앞에는 아담한 모습이 있다.
레첼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호키보시 "카라짱에게 연락이 와서, 셋에게 춤을 가르쳐 달래"
우사미 “춤?”
호키보시 “리듬감을 잡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면서요? 그럼 춤이 좋지 않겠냐고 해서.”
하이자쿠라 "카라스바 씨가 그렇게 조언해 주셨나요?"
호키보시 "스스로 알려주는 게 어때?라고 물었지만, 좀 쑥스러운가 봐요~"
플로어 입구를 힐끗 쳐다본다.
장부를 확인하고 있는 카라스바 씨. 시선이 마주치자 뺨을 물들이고, 바로 시선을 떨어뜨린다.
겟카 "재생하는 겁니다"
레코드가 돌기 시작하자 느긋한 노래가 울려 퍼진다.
호키보시 "그럼 하이짱의 상대는......"
레첼 "저요 저요! 제게 맡겨 주세요!"
호키보시 "그럼 두 분, 잘 부탁해요~"
하이자쿠라와 레첼은 단상에 올라 손을 맞잡는다.
레첼 "언니와 댄스...... 꿈만 같아요"
하이자쿠라 "열, 열심히 할게요..."
호키보시 "그럼, 스텝을 확인할게요"
어색하면서도 춤을 추는 두 사람.
카라스바 “......우사 씨도”
정신을 차려보니 옆에 카라스바 씨가 서 있었다.
카라스바 "이어서 하이자쿠라와 춤출래?"
우사미 "저는 괜찮아요. 또 나중에"
카라스바 “그래?”
우사미 "언젠가 꼭, 다시 노래할 수 있을 거예요"
카라스바 “......그렇, 네”
즐거운 듯이 레코드에 맞춰 춤추는 하이자쿠라.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렇게 믿을 수 있었다.
눈물날거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