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애니 3부작으로 분량 조절에 서툴다거나 애니 각본 제작에 미숙하다고 치부하기에는
조금 더 근본적으로 마에다의 옛날 각본에서 보여지던 번뜩임이 사라진 측면이 크다
나는 마에다의 초기 작품들이 그렇게 감동적인 형태로 성립될 수 있었던 가장 주요한 요소가
이야기의 기저에 자리잡고 있는 비현실적인 세계관, 공상을 담아내고 있는 생사관에 있다고 생각한다
저주 비극 윤회 운명 사후세계 만남 이별 죽음 기적 이런 요소들이
어딘지 손에 잡히지 않을 듯한 신비로움을 띈 채로
설득력을 가지고 보이밋츠걸 이야기를 지탱해주기 때문에 감동적이었던거지
그 위에 얹어져있는 감동적인 플롯의 틀만 가져와서
히나가 보육원 선생 대신 요타를 선택하는 장면 만들어 넣는다고
미스즈의 이야기가 재현되지는 않았다
신이된날이 무너진 가장 큰 요인이 바로 거기에 있다
이야기를 감동적이게 만드는 틀은 마에다가 과거에 정립시켰고
그걸 그대로 가져와서 쓰기만 해도 감동적인 작품이 될거라 생각했지만
정작 AIR의 기저에 있던 세계관 대신 양자컴퓨터와 미심쩍은 질병으로 대체해버리니까
세계를 각별하고 중요한 무언가로 성립시키고 있던 요소들이 사라져 버리고 만거다
거기서부터 어긋나니까 그 위에서 뭘 해도 과거 작품의 느낌은 나지 않아
그리고 아래 글에서도 지적되었지만 작중 소녀에 대한 애착 관계 형성 실패 엉성한 비극은
역시 늘어난 등장인물과 다양한 장르적 요소가 가미된 어수선한 플롯 탓이 크다
특헤 엔젤비트와 샬롯이 그랬지
신이된날이 위의 이유로 실패했다면 엔젤비트와 샬롯은 그탓에 실패했다
사실 나는 마에다가 최근 작품들에서 삐끗하고 있는게
마에다가 애니메이션 각본을 만들 재능이 없거나
분량 조절을 못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다음 번은 마에다가 다시 엄청난 이야기를 들고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어쩌면 이제 더 이상은 대단한 작품이 나오지 않을거라는 안타까움 양쪽을 모두 느낀다
더 이상 마에다는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없는건가 하는 불안과
마에다는 작가가 생에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들을 전부 쏟아낸 건가 하는 납득감을 함께 느낀다
사실 AIR와 클라나드 생각하면 놀라울 일도 아니다
그 정도의 작품을 만들어 냈다면, 그 이상의 작품이 이십년 동안 연달아 나온다는 게 기적을 넘어서는 일이다
더 이상 만들어내지 않더라도 마에다가 만들었던 이야기는 완벽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건
엔젤비트와 샬롯이 각본에 결함이 있는 것처럼 보여지더라도
분명 마에다 과거 작품에서 다음으로 나아가는 편린 같은 아이디어들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감동적인 이야기는 감동적인 세계관이 아니면 성립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슬픈 일들은 픽션이 아니더라도 현실에서 지겹게 일어난다
내가 마에다 작품에서 보고 싶은건 아름다움이 가미된 세계에서 일어나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단순히 플롯 구성에 필요한 기술적인 측면은 더 보완할 수 있고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고 개선될 수 있다고 믿는다
마에다가 신이었던건 그 플롯을 감동적이고 아름다운것으로 지탱하는 세계관의 창작에 기인한다.
그런 점에서 아직 마에다가 그 시절의 번뜩임을 가지고 있다면
키팬들 마에다팬들 모두가 기다리던 다음 작품이 정말로 나올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헤번레를 기다려보자...
언제나 응원한다 마에다
개인적으로는 샬롯이 후반부만 다듬어도 수작급 나왔을것 같아서 제일 아쉬움
진짜 뭔가 하나만 고쳤어도 잘 마무리 됐을거 같은 요소들이 많았지 샬롯은 그 맹인 보컬과의 관계나 루프 시점에서 리셋되는 히로인과의 관계라든가
나도 엔샬신 중에 샬롯이 젤 아쉬움
개인적으로 신날에서 비현실적인 세계를 벗어나려는 시도 자체는 마음에 듬. 그게 먹혀들었다면 나츠나기에서 '하느님 기적은 우리가 일으킬게' 하는 가사에서 다들 지렸을거라 생각함. 그냥 완성도가 압도적으로 부족했음. 물론 따지고보면 마에다 플롯을 판타지 없이 풀어내는 건 쉽게 상상이 안되긴 함 익숙하지 않은 무기라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