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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 흑묘정에 어서 오세요 / 향기로운 비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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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자쿠라의 특제 메뉴판 (집필 : 오카노 토야)


전등 스위치를 끄는 시원한 소리.

촛불에 입김을 불어 끄듯, 깜박하고 처마 끝의 불이 꺼진다.

실내에 수납된 입간판이 조용히 잠들어 있다. 언저리에는 검은 고양이 샤노가 둥글게 누워 하품을 크게 쏟아내고 있었다.


호키보시 "여러분, 티타임이에요"


폐점 후의 흑묘정은, 굉장히 노곤한 분위기였다.


레첼 "오늘의 디저트는 시폰 케이크랍니다"


인원수만큼의 홍차를 옮기는 호키보시.

그 뒤를 따라 레첼이 다과를 가져온다.


호키보시 "너무 많이 만들어 버렸나 봐요~"


겟카 "주말이니 미리 만들어 두는 것도 필요합니다"


호키보시 "내일까지 먹을 수 있었다면, 정말 좋았겠지만요"


하이자쿠라 "뮤뮤...... 그렇다면, 제가 나설 차례군요!"


껑충하고 제법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일어서는 하이자쿠라.


하이자쿠라 "내일까지 다 먹어야 하는 과자...... 저 도움이 될게요!"


거기에 짝짝하고 손뼉 소리가 울려 퍼진다.


카라스바 "아직 일은 끝나지 않았어"


카라스바가 카운터 건너편에 서 있었다.


하이자쿠라 "하지만 청소는 이미 끝냈는데요~"


카라스바 "그래, 모두들 덕분에 꽤 빨리 끝났어. 그러니까 남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지"


하이자쿠라 "그래서 다 같이 차와 과자를 잔뜩......"


카라스바 "예고는 하지 않았지만, 접객 시험을 보자"


하이자쿠라 "뮤웃!"


불시의 제안에 그만 이상한 비명을 외치며 저도 모르게 나자빠진다.


레첼 "언니? 괜찮으신가요?"


하이자쿠라 「우우...... 왠지 몸이......」


레첼 "큰일이에요, 긴급 수리를 위해 데려가야 해요"


영차, 하고 팔을 어깨에 걸친 채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한다.


카라스바 "서툰 연기는 그만하고"


물론 카라스바에게 통할 리 없었다.


하이자쿠라 "하지만, 당장 그런 말을 들어도~......"


카라스바 "이런 건 불시라서 의미가 있어. 그럼, 우선은 하이자쿠라부터"


하이자쿠라 "네에에......"


카라스바 "내가 입구에서 들어올 테니까, 손님이라고 생각하고 접객해 줄래?"


떨떠름하게 메뉴판을 들고 계산대 옆에 선다.


호키보시 "하이짱 파이팅이에요~"


겟카 "건투를 비는 겁니다"


호키보시와 겟카는 홍차를 손에 들고, 흐뭇하게 그 모습을 바라본다.

짤랑하는 종소리, 카라스바가 문을 가볍게 여닫는 소리를 낸다.


카라스바 "실례합니다~"


그리고 지금 손님 입장이 되어 점원을 부른다.


하이자쿠라 "어서 오세요, 흑묘정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자리로 안내해 드릴게요!"


레첼 "언니, 역시 훌륭하세요!"


다소 엉거주춤하지만, 익숙한 동작으로 자리에 안내한다.


하이자쿠라 "주문은 결정하셨나요!"


카라스바 "그렇지......"


팔랑팔랑 손에 든 메뉴를 한 번 둘러보고는,


카라스바 "가볍게 식사를 하고 싶은데, 추천 메뉴가 뭘까요?"


하이자쿠라 "뮷! ......그, 그것은, 손님이 내키시는 대로예요!"


카라스바 "그걸 몰라서 물어보는 거잖아요"


하이자쿠라 "그, 그렇게 말씀하셔도......"


예상치 못한 사태에 순간 혼란에 빠진다.


레첼 "......언니, 그, 이렇게 희고 세모난......"


근처에 있는 레첼이 작은 목소리로 속닥속닥 힌트를 보낸다.


하이자쿠라 "맞아요, 손님!"


짝하고 손뼉을 치며


하이자쿠라 "주먹밥은 어떠세요!"


카라스바 "여기는 찻집이라고 들었는데?"


제안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매정하게 거절당한다.


레첼 "......아니랍니다, 그, 오이와 참치가 든......!"


하이자쿠라 "그렇군요, 그쪽이군요! 손님!"


다시 응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하이자쿠라 "오이 초밥(갓파마키)은 어떠세요"


카라스바 "밥에서 벗어나서요"


하이자쿠라 "뮷! 참치 초밥 쪽이 좋으신가요!"


레첼 "언니, 다른 방향이에요!"


카라스바 "그보다, 아까부터 들리고 있는데!?"


레첼 "퇴각하겠어요!"


소리도 내지 않고 도망가는 레첼.


카라스바 "하이자쿠라, 레첼이 말하고 싶었던 건 샌드위치야"


하이자쿠라 "죄송해요~......"


머리를 싸매는 하이자쿠라.

호키보시와 겟카도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카라스바 "조금 더 연습해 둬. 적어도 메뉴판에 있는 것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하이자쿠라 "뮤뮤...... 메뉴판에 있는 것......"


물끄러미 메뉴를 바라본다.


하이자쿠라 "맞아요!"


카라스바 "무슨 일이야?"


하이자쿠라 "메뉴에 그림을 그리면 어떨까요?"


카라스바 "그림이라니......"


하이자쿠라 "글자뿐이니까 그림을 더하면 알기 쉬울 거예요!"


호키보시 "좋네요~ 주문할 때 맛이나 양을 상상하기 쉬워지겠네요"


카라스바 "그건 그렇지만......"


하이자쿠라 "저. 그려볼게요!“


카라스바 "......괜찮겠어?"


하이자쿠라 "맡겨주세요!"


비품 선반을 열고 종이와 크레용을 꺼내온다.


하이자쿠라 "멋진 메뉴판을 만들어 보일게요!"


그렇게 말하며 쭉쭉 그리기 시작했다.


※ ※ ※


다른 인형 전원의 접객 시험도 끝났을 무렵.......


하이자쿠라 "완성했어요!"


가위와 풀도 사용한 하이자쿠라 특제 메뉴판이 완성돼 있었다.


카라스바 "상당히 컬러풀하네. 안쪽은......?"


하이자쿠라 "네, 소개할게요!"


자신만만하게 페이지를 넘긴다.


하이자쿠라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갓파 사부타로가 살고 있었습니다"


카라스바 "그림책이 됐잖니!"


하이자쿠라 "뮤! 듣고 보니!"


호키보시 "이래서는 메뉴를 알 수가 없네요~"


겟카 "쓸데가 없습니다"


하이자쿠라 "뮤뮤뮤~......"


머리를 싸매고 반성하는 모습에 카라스바는 한숨을 내쉰다.


카라스바 "정말, 메뉴판을 이렇게 만들고는......"


※ ※ ※


카라스바 "......라고 생각했는데"


며칠 뒤 흑묘정.

그곳에서는 하이자쿠라의 목소리가 드높이 울리고 있었다.


하이자쿠라 "남자는 강가에서 잠시 쉬며 주먹밥을 먹으려다 화들짝 놀랐어요! 강물 속에서 물갈퀴 손이 뻗어 나왔거든요.“


하이자쿠라는 특제 메뉴판을 들고 아이에게 갓파 이야기를 읽어주고 있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송구스럽기만 한 어머니. 어린 아이를 데리고 흑묘정에 온 것까지는 좋았지만, 낯선 분위기에 당황했는지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카라스바 "아니요, 이렇게 도움이 되는 것도 인형이 해야 할 일이니까요"



하이자쿠라가 아이를 달래기 위해 특제 메뉴판을 그림책 대신 읽어주기로 한 뒤,

즉각 효과가 나타나서 아이는 완전히 울음을 그치고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카라스바 "......저 아이의 공로구나"


빙긋 웃음이 스친다.

가게 안에는 즐거운 하이자쿠라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