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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 흑묘정에 어서 오세요 / 하이자쿠라의 특제 메뉴판 / 장보기의 기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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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비밀 (집필 : 오카노 토야)
거기에 노타이셔츠나 유카타를 입고 짚신을 신으면 마무리로, 흑묘정에 오는 손님들은 그렇게까지 편한 옷차림으로 방문하지는 않지만, 내심 시원하게 입고 싶을 것이다. 황국은 온대기후로 알려져 있지만, 거짓말이 아닐까 싶다. 눅눅하게 피부에 달라붙는 듯한 습도와 원수를 보듯 내리쬐는 태양은 이 시기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레첼 "주문하시겠습니까?"
창밖은 오늘도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서둘러 더위를 피해 온 것으로 보이는 가족 손님에게, 냉수를 내며 말을 건다.
아빠 "카레라이스를 주문할게요"
엄마 "저도 카레라이스로"
아이 "나도 카레~!"
레첼 "카레라이스 3인분······이네요"
메모를 확인하면서 문득 소박한 의문이 떠오른다.
레첼 "여러분들도 같은 메뉴를 고르셨네요. 이 시기는 카레를 주문하는 손님들뿐이에요"
아빠 "여름 카레가 제맛이지. 청춘의 맛이야."
엄마 "그리운 맛이 드니까요"
아이 "카레가 제일 맛있어!"
레첼 "그러한가요······"
아이 "언니는 카레를 먹어본 적 없어?"
레첼 "저는 로벨리아제라서, 그런 물정에는 어둡답니다······"
※ ※ ※
레첼 "······라는 일이 있어서요"
완전히 날이 저물고 밤의 서늘함이 점차 돌층계의 열을 식힐 무렵,
폐점 준비를 마친 흑묘정에서 레첼이 불쑥 말했다.
카라스바 "확실히 이 시기에 카레가 인기가 많지?"
겟카 "매출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호키보시 "더울 때는 매운 음식이 먹고 싶으니까요~"
하이자쿠라 "카레 먹을 때, 손님 모두 굉장히 행복해 보여요!"
저마다 냉각수를 대신해 레몬 소다를 마시며, 흑묘정의 면면은 부드럽게 이야기를 나눈다.
레첼 "저, 카레를 먹어 본 적이 없어요"
하이자쿠라 "뮤!? 그런가요?"
레첼 "네. 그래서 왜 여러분들이 카레에 집념을 가지고 있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네요"
하이자쿠라 "듣고 보니, 그렇겠네요~"
레첼 "카레에 들어가는 조미료는 황국의 전통 요리와는 전혀 다르단 말이죠"
호키보시 "원래 열대지방에서 온 향신료 요리니까요~"
레첼 "게다가 직접 전해진 것도 아니고, 한 번 로벨리아를 비롯해 서방을 경유해서 황국에 전해진 것 같네요"
카라스바 "잘 알고 있네, 그 말대로 카레는 양식 기법의 레시피지"
레첼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까지 황국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거죠?"
겟카 "카레는 가장 인기있는 군대식입니다"
나지막하게 작은 입을 열고 겟카가 의문에 답한다.
겟카 "영양가도 풍부하고, 조리도 용이합니다"
호키보시 "그립네요~. 저도 취사 담당을 종종 도와 드렸어요"
하이자쿠라 "뮤뮤? 군인이 되면 카레를 먹을 수 있나요?"
카라스바 "매일은 아니야. 매주 금요일에 나오는 게 전통이야"
레첼 "그렇군요. 종군 중에 그 맛을 기억한 군인들이 귀향해서 퍼졌군요······ 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닌 것 같은······"
수긍하면서도, 아직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호키보시 "맞다, 레짱"
짝, 하고 호키보시가 손벽을 친다.
호키보시 "그렇게 궁금하다면, 시험 삼아 만들어 보는 게 어때요?"
레첼 "제가, 말인가요?"
호키보시 "레시피를 적어 줄게요"
레첼 "공교롭게도, 요리 경험은 없답니다"
카라스바 "그만큼 나이프를 잘 다루면 괜찮아. 내가 가르쳐 줄까"
레첼 "카라스바 씨가······말인가요?"
카라스바 "그래, 앞으로를 위해서라도, 기억해 두면 도움이 될 거야"
하이자쿠라 "레첼 씨가 만든 카레, 기대돼요!"
레첼 "언니까지·····"
겟카 "오늘 밤의 식사는 맡기겠습니다"
레첼 "······알겠어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 ※ ※
카라스바 "그럼, 우선 야채를 썰자"
레첼 "간단한 일이랍니다"
식칼을 집어든다.
빙글빙글빙글, 돌리고 잡아 쥐자, 칼에 전등불이 어지러이 반사된다.
카라스바 "위험하니까, 식칼을 가지고 놀지 마"
레첼 "으······알고 있답니다"
카라스바 "우선은 양파부터"
레첼 "제 솜씨, 보여 드리겠어요"
가볍게 공중에 내던진다.
레첼 "······핫!"
식칼이 한 번 번쩍이고, 둥글게 썰린 양파가 뒤따라 도마 위에 나뒹굴었다.
레첼 "간단하네요"
카라스바 "그렇게가 아니라, 다져야 돼"
레첼 "으······안 되나요?"
카라스바 "절대 안 돼. 이렇게 정성스럽게 가로세로로 칼집을 낸 뒤······"
식칼을 사용해 솜씨 좋게 양파를 다진다.
카라스바 "요리는 정성스럽게 하는 것이 중요해"
레첼 "번거롭네요~"
투덜대면서도 카라스바를 따라 식칼을 움직인다.
그렇게 양파와 인삼, 감자까지 다지며 준비를 마친다.
카라스바 "식재료를 볶는 동안 다시마를 이용해 육수를 우리자"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을 흔들 때, 옆에서 카라스바가 재빨리 냄비를 준비한다.
레첼 "육수, 인가요?"
카라스바 "그래, 물 대신 육수와 약간의 술을 함께 끓이면 굉장히 맛있어"
레첼 "양식에서는 다시마 육수를 사용하지 않지만요"
카라스바 "하지만, 그렇게 해야 황국풍으로 조리가 되는 거야."
레첼 "그렇군요······ 황국 사람의 입맛에 맞추고 있군요"
카라스바 "본고장의 카레는 향신료를 더 넣는 모양인데, 그렇게 하면 너무 매우니까"
레첼 "그렇군요, 알겠답니다"
조금씩 야채를 볶는 손에 힘이 담기는 것이 느껴진다.
레첼 "서방과 동방이 혼연일체가 되는 창의적인 조리······ 무엇보다도, 요리사의 끝없는 도전을 향한 열정, 이들이 어울려 카레를 이렇게 매력적으로 만드는군요."
카라스바 "조금 호들갑 같지만, 그렇지"
레첼 "저, 요리를 처음 해보지만, 그 즐거움을 알게 되었답니다!"
카라스바 "후훗······그 기세야. 풍미를 돋우기 위해 간장을 넣거나, 된장을 더하기도 해"
레첼 "카레는 자유로운 음식이군요."
매끈해진 야채가 프라이팬 위에서 춤춘다.
레첼 "그러면, 이 야채를 냄비에 넣고, 다음에 고기 표면을 익히고······"
카라스바 "좋아, 정말 맛있겠네"
호키보시가 준 요리 메모를 확인하면서, 점점 더 요리에 열중한다.
레첼 "이쯤에서 풍미를 더할 조미료를 넣죠. 술, 간장, 된장, 후추에 마늘, 생강, 내친김에 꿀도······"
카라스바 "잠, 잠깐 잠깐!"
레첼 "무슨 일이죠?"
카라스바 "풍미를 더할 거면 조금만 넣어야 돼. 그렇게는 너무 많아······!"
레첼 "걱정이 많네요. 제게 맡겨 주시죠"
레첼 "그래, 커피를 넣으면 쓴 맛도 더해지지 않을까요?"
카라스바 "레첼! 적당히······!"
※ ※ ※
레첼 "완성, 이랍니다"
카라스바 "어······이, 이건······"
작은 접시에 담아 카레를 시식한 카라스바가, 눈을 번쩍 뜨고 할 말을 잃는다.
카라스바 "······맛있어······"
레첼 "······후훗"
카라스바 "엉망진창인 조리법이라고 생각했는데······단맛과 감칠맛의 조화가 절묘하고, 심오한 풍미 속에, 조금씩 퍼지는 매운맛도 있어서······"
레첼 "아무래도, 감춰진 재능이 개화해 버린 것 같네요"
카라스바 "······이거라면"
레첼 "카라스바 씨?"
카라스바 "이 카레라면 황도 어느 가게에도 지지 않아! 얼른 새로운 명물로 내자! 틀림없이 엄청 번성할 거야!"
왠지 야망에 불타 주먹을 불끈 쥔다.
카라스바 "나 마스터한테 보고하고 올게. 그 사이에 레시피를 정리해 둬!"
레첼 "잠깐, 카라스바 씨······!"
메모와 만년필을 억지로 떠맡는다. 휙 몸을 돌리곤 머리를 흩날리며 사라진다.
레첼 "·········"
빙글빙글빙글, 손 위로 만년필을 돌린다.
레첼 "전부 적당히 넣었기 때문에, 다시는 재현할 수 없다······고 말하면, 어떻게 반응할까요?"
나지막이 중얼거리고, 살며시 메모와 함께 책상 한쪽에 내버려둔다.
레첼. "뭐, 하이자쿠라 언니께 대접할까요. 분명 기뻐해 주실 거예요♪"
세세한 것은 일단 뒤로 미루고, 향기로운 카레를 접시에 담았다.
(끝)
재능충이네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