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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 흑묘정에 어서 오세요 / 하이자쿠라의 특제 메뉴판 / 향기로운 비밀 / 흑묘정의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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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기의 기초 (집필: 오카노 토야)
이른 아침의 흑묘정은 어딘가 썰렁한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황도를 두루 비추는 아침 해. 그 포근한 열기가 닿을 때까지 잠시 남은 유예. 돌계단은 아직 밤의 차가움을 간직하고 있다.
겟카는 양동이를 들고 막 퍼낸 우물물을 층계에 뿌리고 있었다. 돌계단의 회색빛이 금세 짙게 물들어 간다. 여름 한창 손님들에게 조금이나마 시원함을 주기 위해서 하던 일이 매일 아침의 습관이 되었다. 그렇지만 지금의 늦더위와 함께 앞으로 몇 주면 그칠 것이다.
레첼 "겟카 씨, 열심히 하시네요"
흑묘정 신입이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 모습을 비친다.
겟카 "무슨 일이십니까"
물을 뿌리던 손을 멈추지 않고 힐끗 시선을 돌린다.
레첼 "카라스바 씨에게 장보기 메모를 받아 왔답니다"
뒤에 감추고 있던 메모를 슬쩍 보인다.
매일 아침 장보기는 겟카의 몫이고, 그 자체는 친숙한 광경이다. 하지만 보통 장보기 메모는 한 장이나 두 장. 그러나 오늘은 그 갑절 아니 세 배는 되었다.
겟카 "어째서 이렇게나 많이?"
레첼 "무려, 단체손님 예약이 갑작스럽게 들어왔다네요"
겟카 "이 정도 양을 보자기에 다 넣을 수 있을지......"
양동이를 내려두고 메모를 확인하며 계산을 한다.
레첼 "그러면"
그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레첼이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레첼 "제가 도와드릴까요? 함께 장을 보며 운반을 도와드리겠답......"
겟카 "괜찮은 겁니다"
레첼 "어째서인가요"
겟카 "장보기는 제 역할입니다"
레첼 "모처럼 제가 도와드리겠다는데 말이죠."
겟카 "그럼 이만"
급히 물을 뿌리는 일을 마치고는, 겟카는 외출 준비를 위해 자리를 뜬다
※ ※ ※
겟카 "으우우우......"
야마노테성에 위치한, 줄지어 늘어진 시장의 일각
점원 "겟카 짱, 괜찮니?"
이미 빵빵하게 부푼 보따리를 매고, 양손에는 종이 봉투를 든 채 비틀비틀 균형을 잡고 있었다.
겟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점원 "노면 전차까지 잘 도달할 수 있으면 좋겠건만·····"
겟카 "다음으로, 햄과 소시지를 사야 하므로"
점원 "그 짐으로는 무리야."
겟카 "손님이 기다리는 것입니다...... 으우우우우......"
마치 주정뱅이처럼 휘청휘청 나아가는 겟카.
종이 봉투 내용물이 좌우로 흔들리자.....
겟카 "와, 와앗......!"
기우뚱하고 종이 봉투가 크게 기운다.
??? "어머"
그 순간, 그늘에서 무언가가 소리도 없이 휙 나타났다.
??? "위험해 보이네요"
그리 말하며 살며시 받쳐주는 누군가.
둘로 갈라 묶은 머리, 베레모에 망토.......
겟카 "레첼?"
틀림 없는 레첼의 모습이었다.
레첼 "겨우 따라잡았네요."
겟카 "어째서 여기에......"
무심코 안심하면서도, 금방 표정을 가다듬는다.
겟카 "카라스바가 부탁했는지?"
레첼 "아뇨, 제가 깜빡했나 봐요. 실은 건네는 걸 잊은 메모가 있어서요"
겟카 "더, 더 늘어나는 겁니까?"
그 말대로 레첼은 메모를 추가로 꺼낸다.
레첼 "괜찮다면, 거들어도 될까요?"
겟카 "하지만......"
레첼 "로벨리아제 인형의 손을 빌리기는 부끄럽다, 같은 말은 하지 않으시겠죠?"
미소를 짓는 레첼.
그와 대조적으로, 겟카는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말문이 막힌다.
레첼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그런 모습이 신경 쓰였는지 휙 집게손가락을 세운다.
레첼 "앞으로의 흑묘정을 위해, 장보기의 기초을 배우고 싶어요."
겟카 "그래서 저와 함께하겠다고?"
레첼 "네, 지도 부탁드려도 될까요?"
겟카 "......"
시선을 떨구고 잠시 머뭇거리는 겟카.
겟카 "알겠습니다"
이윽고 평소의 쿨한 표정으로 고개를 든다.
겟카 "그럼, 뒤쳐지지 않게 따라오는 겁니다."
레첼 "네~. 아, 운반 도와드릴게요......"
겟카에게 종이봉투를 하나 건네받고, 다음 가게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 ※ ※
겟카 "이른 아침의 시장은 혼잡해서, 신속한 이동을 위해서는 경로가 중요합니다."
장보기를 마친 두 사람.
양손에 짐을 안고 귀로에 오른다.
레첼 "가장 효율이 좋은 경로를 선택하시는군요."
겟카 "지도만을 의지해서는 안 됩니다. 인기 식재료는 매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레첼 "우선순위가 있군요. 공부가 되네요."
상황이 안정되면서, 겟카는 장보기에 있어서의 주의사항을 설명하고 있었다.
겟카 "또한, 때로는 길에 장애물이 있는 경우도"
레첼 "장애물이라니요?"
겟카 "예를 들면 통행 금지나 공사가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들로 인해 제대로 앞으로 나가지 못하기도 합니다."
레첼 "하지만 오늘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네요"
겟카 "......히익"
작게 비명을 지르며 겟카가 멈춰 선다.
레첼 "겟카 씨?"
겟카 "장애물입니다"
레첼 "아무 것도 없는...... 어머"
문득 시장 한구석으로 눈을 돌린다.
강아지가 물끄러미 이쪽으로 시선을 향하며 혀를 내밀고 있었다.
목줄도 채우지 않은 걸 보니 들개인 모양이다.
겟카 "눈을 마주치면 안 됩니다. 천천히 지나가는 겁니다."
꽉 짐을 움켜쥐며, 조심스럽게 걸어나간다.
바로 앞을 지나가려는 때...
멍!
겟카 "히익!"
시끄럽게 개가 짖자, 흠칫 몸을 떤다.
레첼 "겟카 씨, 침착하셔요"
겟카 "치치치, 침착한 겁니다"
레첼 "종이봉투에서 소시지가 튀어나와 있어요!"
겟카 "아, 아차인 겁니다!"
레첼 "아, 그렇게 허둥지둥하면......!"
마치 유혹하듯 삐져나와 흔들리는 소시지.
들개는 그것을 보고 눈을 반짝이며 꼬리를 붕붕 흔들고 있었다.
겟카 "큰일입니다......!"
강아지가 땅을 박차고 겟카를 향해 전력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겟카 "으으으으윽~~~......!"
결국 포기한 채, 눈을 꾹 감는 겟카.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작은 짐승이 달려드는 낌새가 없다.
겟카 "......어?"
레첼 "오~ 착해라 착해라"
살며시 들개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레첼.
강아지가 기분 좋은 듯이 울며 손길을 느끼고 있었다.
레첼 "저, 동물이 잘 따르는 편이라서요. 배가 고픈가 보네요"
나이프를 꺼내서 줄줄이 엮은 소시지를 조금 잘라낸다.
레첼 "안전한 통행을 위해 조금 빌리겠어요"
강아지의 입으로 가져가자 볼이 미이도록 맛있게 먹는 것이었다.
※ ※ ※
겟카 "방금 돌아왔습니다"
짤랑, 하고 도어벨이 울린다.
레첼 "임무 완료예요"
고난을 극복하고 무사히 흑묘정에 당도한다.
카라스바 "어서 와, 둘 다. 짐이 많아서 힘들었지?
곧 카라스바가 다가와 위로의 말을 건넨다.
레첼 "굉장히 공부가 됐어요"
카라스바 "장 본 거 받아갈게. ......어라?"
겟카에게서 종이봉투를 받아들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카라스바 "이 소시지, 웬일이지. 평소보다 양이 적은 것 같은데......"
레첼 "그건......"
입에서 설명이 분명하게 나오지 않는다.
겟카 "죄송합니다."
그러나 레첼이 대답하기도 전에 겟카가 입을 연다.
겟카 "제 부주의로 인해 개에게 먹히고 말았습니다."
카라스바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여분까지 샀으니까 괜찮아.
※ ※ ※
겟카 "그럼, 일하러 돌아가겠습니다"
주방에 무사히 식재료를 전달한 뒤 행주를 들고 홀에 돌아온다.
레첼 "겟카 씨!"
그 등 뒤를 레첼이 종종걸음으로 따라오고 있었다.
레첼 "감사, 하답니다"
살며시 귓가에 얼굴을 대고 감사의 말을 전한다.
겟카 "딱히, 감사 인사를 들을 만한 일이......"
레첼 "하지만, 저를 감싸 주셨어요"
겟카 "그건 뭐...... 최소한의 답례입니다"
시선을 돌리고, 수줍게 말을 더듬는다.
겟카 "장보기를 도와줘서...... 저야말로, 감사한 겁니다......"
(끝)
겟카 강아지 무서워하는구나... 신선하네
소설 보다보면 나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