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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묘정의 유령 (집필: 오카노 토야)



하이자쿠라 "유령이에요, 유령!"

늦더위도 끝나고 밤의 고요함 속 가을바람의 향기가 섞이기 시작했을 무렵,

폐점 후 흑묘정 홀에서는 홀로 열변을 토하는 모습이 있었다.


호키보시 "하이짱,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주방 청소를 마친 호키보시는, 수건에 손을 닦으며 홀로 얼굴을 내민다.


하이자쿠라 "앗, 호키보시 씨, 들어주세요!"


레첼 "언니가 너무 무서운 일을 겪었다네요. 제가 대신할 수만 있어도......"


레첼이 과장된 몸짓으로 눈물을 닦고 있었다.


하이자쿠라 "저 말이죠, 주방에서 유령을 봤거든요!"


호키보시 "......유령?"


하이자쿠라 "네! 호키보시 씨도 본 적 있으세요?"


호키보시 "공교롭게도, 저는 본 적이 없네요"


겟카 "유령...... 비과학적입니다"


하이자쿠라 "하지만, 진짜 있었어요~"


겟카는 그 말을 믿을 수 없다며,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호키보시 "도대체 어떤 유령이었나요?"


하이자쿠라 "네! 초목들도 잠드는 고요한 밤......“

(※: 草木も眠る丑三: 축시의 3/4에 해당하는 새벽 2시부터 2시 30분. 요괴가 활동하는 시간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호키보시 "새벽 두 시, 쯤이군요"


하이자쿠라 "자려고 보니까 머리 장식이 없었어요. 홀에 떨어뜨린 게 아닌가 싶어 내려왔는데 주방에 불이 켜져 있었어요."


호키보시 "매일 밤 소등은 제대로 하고 있는데 이상하네요“


하이자쿠라 "네, 저도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안쪽에 사람 그림자가 보였어요. 하지만, 말을 걸어도 대답이 안 돌아와서......"


호키보시 "......어떻게 됐나요?"


하이자쿠라 "살짝 들여다보자......거기엔 아무도 없었어요!"


레첼 "언니, 소름 끼치게 무서워요!"


호들갑을 떠는 레첼.

하이자쿠라가 하는 말이라 박력은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이상한 이야기였다.


하이자쿠라 "유령이에요, 유령!"


겟카 "비과학적입니다"


하이자쿠라 "그래도 본 걸요~......"


호키보시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맞아, 카라짱?"


네 명과 떨어진 계산대에서, 매상을 정리하던 카라스바에게 말을 건다.


카라스바 "엇...... 무, 뭔 일이야?"


이야기를 듣고 있지 않았는지, 고개를 갸우뚱한다.


호키보시 "하이짱 이야기예요. 한밤중에 불이 켜진 주방에 누군가의 기색이 있었다네요"


카라스바 "으~음, 그냥 잘못 본 게 아닐까?"


하이자쿠라 "하지만~,....."


카라스바 "참, 소등은 잊지 말아야 돼. 나도 조심할게"


척척 장부를 정리한다.


카라스바 "자, 이제 슬슬 쉬자"


※ ※ ※


그날 밤.

초목도 잠자는 고요한 밤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밤이 완전히 저물었을 무렵.

흑묘정 주방에 어렴풋한 불이 켜진다.

긴 그림자를 섬뜩하게 출렁이며, 살며시 발을 들여놓는 모습이 있었다......



호키보시 "유령 씨, 발견!"


?? "꺄아아!?"


랜턴을 한 손에 들고, 그 뒤를 달려든 호키보시.

배후에서 어깨에 툭 손을 얹고, 어딘가 즐거운 듯이 외쳤다.


카라스바 "아, 아으......"


호키보시 "역시 카라짱이었네요~"


불빛에 비치는 얼굴은, 바로 카라스바였다.


카라스바 "어, 어떻게 알았어?"


호키보시 "그야 하이짱 이야기, 사실은 들었잖아요?"


카라스바 "으......그건"


호키보시 "만약 수상한 사람이면 큰일이잖아요. 그런데도 그 아무렇지도 않은 태도...... 거기서 짐작했죠~"


카라스바 "하아...... 당해 낼 수가 없네"


포기한 듯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카라스바.


호키보시 "이렇게 상황을 보러 오길 잘했어요"


카라스바 "맞아, 하이자쿠라가 봤다는 건 나야"


얼버무려도 소용없다고 짐작했는지 체념하고 있었다.


호키보시 "하지만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호키보시로서는, 정체를 파헤치고 싶다기보다는 그 이유를 묻고 싶었다.


호키보시 "왜 이런 밤중에 주방에?"


카라스바 "······요리 연습을 하고 있었어"


호키보시 "연습이요?"


카라스바 "요즘 손님도 늘고 바빠졌으니까, 호키보시 혼자서 주방을 맡으면 힘들 것 같아서"


호키보시 "지금까지는 괜찮지만, 확실히 위험할 때는 있었지요~"


카라스바 "홀도 벅차니까, 도와줄 수 있는 건 나뿐이잖아. 하지만 최근 요리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실력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서"


호키보시 "그래서, 연습하려고?"


카라스바 "맞아, 가끔씩 프라이팬을 흔들지 않으면 아무래도 감이 둔해지니까"


카라스바는 흑묘정의 리더인 만큼 업무 대부분은 해낼 수 있다.

그것은 요리도 예외가 아니었고, 때때로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최근 한동안은 카라스바가 요리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호키보시 "하지만, 하이짱에게 숨기지 않아도 됐잖아요?"


카라스바 "그, 그건 그렇지만......"


시선을 떨구는 카라스바. 부끄러운 듯이 머리를 만진다.


카라스바 "평소 선배로서 행동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연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왠지 부끄러워서"


호키보시 "하아, 카라짱도 참......"


카라스바 "왜, 어때서"


호키보시 "그런 부분이 있단 말이죠~"


카라스바 "우우......"


쿡쿡 웃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몸을 틀었다.


호키보시 "하지만, 알겠어요"


소맷부리를 걷어 올린다.


호키보시 "연습, 어울려 드릴게요"


카라스바 "......그래, 함께 해 주면 도움이 될 거야」


※ ※ ※


호키보시 "하이짱에게 말인데요"


프라이팬 위에서 버터가 튀는 소리를 내며 녹는다.

향긋한 냄새가 퍼지는 가운데, 카라스바는 버터를 팬에 골고루 문지른다.


호키보시 "감추지 않아도 될 거예요~"


젖은 행주 위에 한 차례 프라이팬을 식힌다.


카라스바 "그래..... 맞아“


호키보시 "오히려 카라짱도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더욱 열심히 할 거예요"


볼 안에는 체에 거른 핫케이크 믹스가, 알갱이 하나 없이 녹아 있다.


카라스바 "응, 능숙해 지는 길은 하나뿐이야"


호키보시 "맞아요, 무슨 일이든 연습 뿐이에요"


※ ※ ※


호키보시 "완성이에요~!"


이윽고 3단 핫케이크가 완성된다.


카라스바 "채점은 어떨까?"


호키보시 "황금색으로 잘 구워진 외견, 두께와 부드러움도 좋고... 별 세 개네요"


카라스바 "다행이야. 채점을 받을 때는 긴장되니까"


호키보시 "후훗...... 엄격한 요리 선생이니까요"


카라스바 "하지만 이제 어떻게 할까?"


이제 와서 김을 내는 핫케이크가 생기니 곤란했다.


카라스바 "이런 밤중에, 핫케이크가 이렇게 생겨 버렸어"


호키보시 "모처럼이니까, 모두에게 나누어 줄까요?


카라스바 "그게 좋겠네. 하이자쿠라에게 유령 이야기도 알려줘야 하고"


쓴웃음을 지으며 접시를 집어든다.

그대로 계단을 올라가서 하이자쿠라의 방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카라스바 "근데 깨어있을까?"


호키보시 "레짱과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 같아요. 아, 저기 불이 켜져 있네요"


문에서는 약간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레첼과 둘이서 밤을 새는 모양이었다.

살며시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카라스바 "하이자쿠라, 레첼, 야식은 어때...... 꺄아아아아아!?"


호키보시 "어, 무슨 일이에요?"


느닷없이 터져나온 비명에 방으로 뛰어들었다.


하이자쿠라 "앗, 호키보시 씨!"


호키보시 "그, 그 얼굴은......"


하이자쿠라의 얼굴, 그곳에는 빽빽하게 먹물로 글씨가 적혀 있었다.


호키보시 "뒤늦은 설맞이......인가요?"


레첼 "아니에요."


붓을 든 채, 레첼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한다.


레첼 "이건 유령 대책이에요"


카라스바 "무슨 뜻이야?"


하이자쿠라 "네, 이렇게 얼굴에 불경을 써 두면, 유령이 다가오지 않게 된대요!"


레첼 "언니, 이제 안심이에요!"


호키보시 "이것과는 좀 다르지만요~"


하이자쿠라 "뮤뮤! 카라스바 씨, 그 핫케이크는 대체......"


카라스바 "아, 야식으로 어떨까 해서. 그리고 이야기해야 할 것이 있는데......"


하이자쿠라 "좋아요! 아, 그럼 저 겟카 씨도 불러올게요!"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으로 방을 뛰쳐나간다.


카라스바 "잠깐, 그 얼굴로 가는 거야......!?"


경쾌하게 사다리를 오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무래도 겟카는 옥상에 있는 모양이고, 하이자쿠라가 말을 걸자......


겟카 "유......유령인 겁니까!?


밤하늘에, 겟카의 비명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