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하 - 우미 - 아오 - 츠무기 - 시즈쿠 이렇게 5개 루트 진행했고, 한동안은 컴터 못 할거 같아서 해본 루트들만 간략히 후기 써봄


제목에도 썼지만 스포 있으니 주의!



1) 시로하 루트


첫 인상은 시로하가 가장 좋았어서 시로하 루트로 시작했었음 ㅋㅋ


시로하 루트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주인공인 하이리와 시로하가 서로 상호작용하며 확실한 성장을 이루었다는 부분이었음.


이 루트에서 하이리의 서사 비중이 너무 높다보니 '매 루트마다 하이리의 비중이 이렇게 높으면 조금 질릴것 같은데' 라는 인상도 있었지만 결국 기우였고, 시로하/우미 루트 외에는 하이리의 일화가 그렇게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로하 먼저 시작한건 작품을 즐기는데 있어 꽤 괜찮은 선택이 되었던것 같음



다만 시로하 루트에서 축제날 바다에 빠지는 사건의 경우 하이리를 만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는 점이나(하이리-홋타가 접점을 가지게 된게 사건의 계기니까), 바다에 빠졌을 때 거기서 빠져나올수 있었던 경위가 조금 애매한 점, 여타 루트에서 시로하의 하이리에 대한 인식이 묘하게 안 좋은 경우가 많다는 점, 하이리의 도움 없이도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는 루트가 많다는 점 등 뭔가 타이틀 히로인치고 석연치 않은 부분도 다소 있었던 것 같음. 나중에 진엔딩에서 보완되려나 싶기도 하고..


어찌됐든 주인공과 히로인의 성장과정이 가장 깔끔했던 루트라고 느꼈고, 섬머포켓 특유의 분위기를 느끼기에도 좋은 루트인것 같음.




2) 우미 루트


우미 루트는 처음에는 '엥 우미 루트가 있다고?' 이런 느낌이라 좀 찝찝한? 느낌이 있었는데, 히로인이 아니라 적절한 거리감의 신뢰관계로 잘 묘사돼서 좋았던 것 같음


특히 하이리에게 이입해서 플레이 할 때 가장 감동적인 루트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하이리의 감정선이나 트라우마 극복 과정이 훌륭하게 묘사된 루트라고 생각함.


좀 짧은 감이 있었지만 연애쪽 묘사가 아예 없다보니 그 부분은 어쩔 수 없었을 것 같음 ㅋㅋ



우미와 관련된 의문점은 아버지와의 관계가 서먹하다고 하는데 아버지가 준 모자는 엄청 소중히 여기는 점, 우미도 여름방학이라 토리시마 섬에 온 거라고 했었는데 정작 엔딩에서 우미는 본인 집에 가지 않고 하이리를 배웅하는 입장인 점, 시로하 루트에서 신역에 있는 나무 근처에서 기웃거린 점 정도가 있는데 아직까진 잘 모르겠음.


부모님과의 갈등이라기 보다는 뭔가 부모님이 사고를 당하셨거나 그런쪽이 아닐까 하는 느낌은 있더라..


어쨌든 우미 루트는 주인공의 성장이라는 관점에서는 가장 마음에 드는 루트였음.




3) 아오 루트


개인적으로 Key 작품들은 연애감정보다는 좀 더 인과관계가 뚜렷한 애정을 강조한다고 느껴왔는데 (가족애, 비극/시한부에서 싹트는 애정, 서로가 서로를 성장시키는 관계 등), 아오 루트의 경우는 좀 더 순수한 연애감정의 느낌이 있어서 좋았음.


초반부에서 아오가 너무 쉽다(?)고 느낄만한 부분도 있지만 사실 고등학생의 연애라는게 그런면도 있는거 아닌가 싶고, 그렇게 시작된 연인관계를 풀어가는 과정이 재미있었음.


아오의 내적 성장도 '아이의 칠영나비가 보이지 않은 이유 -> 그것이 보이게 되는 과정'을 통해 깔끔하게 잘 묘사했고, 에필로그도 드물게 묘사가 구체적이고, 살짝이지만 타사 작품을 같이 즐기는듯한 색다른 느낌도 있어서 좋더라



아오의 경우는 하이리와 만나지 못했다면 아이도 구하지 못하고, 아오 본인도 쭉 잠들게 되었을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설정이 8월 말에도 멀쩡하게 돌아다니는 다른 루트와 충돌되는 느낌이 있긴 한데, 뭐 원래 비쥬얼 노벨에서 모든 루트간의 개연성을 연결짓기는 힘드니까 그러려니 해야할 부분인것 같긴 함.




4) 츠무기 루트 & 시즈쿠 루트


위의 아오랑 반대로 츠무기는 전통적인 Key 구작 히로인들의 특징을 많이 차용했다는 인상이 있었음.


그 캐릭터만의 독특한 말투(무규+장음 생략), 귀속된 장소(등대), 좋아하는 물건 강조(인형), 시한부 및 해야만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점에서 Kanon의 츠키미야 아유(붕어빵), Air의 카미오 미스즈(공룡인형), CLANNAD의 이부키 후코(불가사리)나 후루카와 나기사(경단) 같은 Key 구작들의 등장인물들이 떠올랐고, 스토리도 세세한 플롯은 다르지만 큰 틀에서는 뭔가 Kanon이나 Air의 영향을 받은듯한 그리운(?) 느낌이 조금 있었음.


반대로 시즈쿠는 조력자 포지션의 캐릭터들과 비슷한 캐릭터성을 지녔다는 느낌이었고.



츠무기 루트는 츠무기라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 재밌게 하긴 했는데, 사실 캐릭터에 애정이 없으면 좀 늘어진다고 생각할만한 부분이 좀 있었던것 같음. 정확히는 중요한 장면에서 스크립트가 너무 길어서 감동적인 장면도 결국에는 살짝 늘어진다고 생각되는 면이 있어서 아쉬웠음. (이건 시즈쿠 루트도 비슷하게 느꼈고)


그래서 츠무기/시즈쿠 루트는 큰 틀에서의 스토리+캐릭터의 매력 강조에서는 굉장히 좋았는데 지엽적인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 루트였던것 같음.



근데 이게 좀 특이하게 히로인으로써의 매력은 츠무기-시즈쿠가 서로의 루트에서 뒤바뀌어 있어서, 츠무기 루트에서는 포용력있는 조력자인 시즈쿠가 히로인으로서는 더 매력적으로 보이고, 반대로 시즈쿠 루트에서는 밝고 적극적이면서도 사려깊은 츠무기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면이 있었던 것 같음.


아무래도 나머지 두 명이 해당 루트의 히로인을 돌봐주는 구도가 되다보니 히로인이 수동적으로 비춰지고, 조력자가 적극적으로 좋은 일을 많이 해서 그런게 아닌가 싶더라.



츠무기 루트에서의 츠무기는 좀 수동적이고, 루트 분량이 꽤 많은 편인데도 정작 츠무기가 하이리의 성장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츠무기가 하이리&시즈쿠에게 배려받는 장면 위주로 나와서, 츠무기에게 이입하면 감동적이지만 하이리에게 이입하기엔 소재가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었음. 그래서 이쪽에서는 든든한 조력자인 시즈쿠가 매력적으로 보이더라.


반대로 시즈쿠 루트의 경우는 시즈쿠의 장점인 배려심, 포용력이 오히려 시즈쿠를 무기력하게 보이도록 하는 족쇄로 나오고, 하이리의 성장도 시즈쿠가 직접적으로 관여한게 아니라 그냥 나도 시즈쿠처럼 싫은 기억을 극복해야겠다 이런 식이다보니(그리고 그 시즈쿠의 극복 과정이 꽤 수동적이었고), 착하고 똑부러진(+헌신적인) 모습으로 나오는 츠무기가 더 매력적으로 보였음.


그리고 세 명의 인연을 강조하다보니, 이렇게 매력이 서로 교차되어 나타나는 두 루트를 연속으로 플레이해도 NTR 스러운 느낌을 받지 않고 플레이할 수 있었던 것도 좀 신기했고 어찌보면 두 루트가 합쳐져야 완벽하다(?) 이런 느낌이 있었던 것 같음 ㅋㅋ



그래서 개별루트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는 뭔가 스크립트가 늘어지는 부분도 있고, 히로인들이 수동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데, 두 루트를 합쳐서 세 명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보면 시너지 효과가 굉장히 좋은 루트인 것 같음. 두 개를 합치면 완성도가 확 올라간다는 느낌이고, 어디까지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연속으로 플레이하지 않으면 상당히 아까울 루트인 것 같음 ㅋㅋ


다만 츠무기 루트에서의 시즈쿠의 역할은 그정도까지 크진 않은 반면에 (엄연히 하이리가 메인이라는 느낌), 시즈쿠 루트에서의 츠무기의 역할은 하이리보다도 크게 느껴질 정도여서 (물론 시즈쿠가 감정적으로 가장 의존하는 대상은 하이리지만) 츠무기에 대한 약간의 편애 혹은 시즈쿠 대우가 조금 나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은 들었음.





어쨌든 Kanon -> Air -> CLANNAD 이후로 8년 만에 플레이해본 비주얼 아츠 게임인데, 예전 이상으로 깔끔하고 감동적인 스토리라 좋았음.


내가 Key를 좋아했던 이유도, 스토리가 다소 작위적일지언정 운명, 기적, 가족애 이런 아름다운 감정과 감동으로 승부본다는 느낌이어서 좋아헀었는데 큰 틀은 구작들과 비슷하면서도 내용물은 더 세련되고 깔끔해져서 굉장히 즐겁게 플레이했다.


애니화도 한다는 것 같은데 이 루트들을 어떻게 압축할지 굉장히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함.



이제 남은 건 카모메, 노미키, 시키 이렇게인데 두 달 정도 외국에 나가야해서 언제 다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ㅠㅠ


폰으로도 구매하기엔 살짝 부담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