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 하르모니아(Harmonia)를 올 클리어하고 왔습니다.
처음에는 별 기대를 하지 않고 플레이를 했습니다만, 엔딩을 보고 나니, 이 작품을 플레이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작품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지라 제목에 '스포일러 있음'이라고 적어두면 이 글 자체를 읽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으니,
제목에는 '스포일러 없음'을 달아두고 스포일러를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감상평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하르모니아는, 아무래도 같은 제작사의 2004년작 플라네타리안(planetarian)과 비교될 수밖에 없겠죠.
제가 플라네타리안과 하르모니아를 비교해봤을 때는...... 물론 플라네타리안도 좋은 작품이지만, 하르모니아는 여기서 좀 더 진일보했다고 저는 평가합니다.
일단 분량이 2배 정도로 늘어났고, 그에 따라 이야기의 깊이도 조금 더 깊어졌죠.
'망가진 세계'와 '인간형 로봇'이라는 동일한 소재를 사용하는 이상 하르모니아는 어떤 면에서는 플라네타리안과 비슷하지만,
플라네타리안에 없었던 하르모니아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주제 의식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저는 플라네타리안을 이미 플레이하셨던 분들에게 하르모니아를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하르모니아의 주제를 잘 표현할 단어는 아마 '감정'과 '공존'일 것입니다.


감정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존재이지만 감정을 못 느끼는 주인공 레이.
인간을 찾아 여행하던 중 만난 마을에서 마을 사람들을 통해 기쁨, 분노, 슬픔 같은 감정들을 배워갑니다.
하르모니아의 이야기는 감정을 배우면서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면모를 갖게 되는 레이의 모습을 보여주며,
'감정'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플라네타리안이 인간 한 명과 로봇 한 명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하르모니아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과 로봇의 공존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룹니다.
이 '공존'이라는 주제는 처음에는 드러나지 않다가 이야기 후반에 이르러 전면에 부각되죠.
엔딩을 다 보고 나면 이 작품의 제목이 왜 하르모니아(Harmonia, 조화)인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



제가 클라나드를 플레이했을 때는 여자 주인공이 참 마음에 들었고,
리틀 버스터즈를 플레이했을 때는 남자 주인공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하르모니아에서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모두 마음에 들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누구든 도와주고 싶어하는 마음씨 착한 소년, 레이.
그런 레이에게 잠잘 곳을 내어주고, 늘 웃는 얼굴로 레이를 대하는 소녀, 시오나.
우리 사는 세상에 레이나 시오나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면 세상이 참 살기 좋은 곳이 될 텐데 말이죠.

플라네타리안의 폐품상과 유메미의 관계는 손님과 점원의 관계여서 비즈니스적인 느낌이 났지만,
레이와 시오나의 관계는 가족적인 느낌이어서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둘은 '로봇'과 '인간'이라는 서로 다른 존재이건만, 둘 사이는 가족보다도 더 가족 같은 사이였죠.


레이, 시오나, 티피.
요즘 세상에서 느끼기 힘든 '마음의 따스함'을 느끼게 해준 세 사람. 저는 이 셋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오래도록 잊지 않을 겁니다.


그 외에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있지만 스포일러 없이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못 할 테니, 오늘 글은 이쯤에서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하르모니아는 좋은 작품입니다.
마침 Steam 여름 할인 행사로 7월 9일까지 65% 할인된 가격이 적용된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꼭 한번 플레이해 보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