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채의 창고에는 빼곡히 신기한 물건이 보관돼 있었다.

 처음 할머니가 이 창고를 보여 줬을 때에는 좀 당황했지만 금방 이곳은 내 마음에 드는 곳이 되었다.

 나는 그런 창고를 전부 다시 정리하기 위해 대량의 골동품의 출처를 최대한 조사하고 목록에 적어 나간다.
누군가와 인연이 있는 것이라면 그쪽에 연락한다. 인수할 사람이 없는 것은  일단은 친척에 인수 희망자가 없는지 물어본다.  없다면 관청에 연락해서 필요해 하는 사람이 없는지 조사하고…… 그래도 인수할 사람이 없으면  일단은 창고에 그대로 둔다.

 가끔 본토 도서관에 가서 조사를 하고. 그러는 사이에 하루는 순식간에 지나간다.
 
원래 나는 수업할 때도 자주 자는 불량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이런 조용한 창고에서 혼자 묵묵히 일을 하면 당연한 듯이 낮잠을 실컷 탐하게 된다.
 점심 먹고 잠깐 점심 잠을 자고……깨어났더니 해가 저문 일도 자주 있었다. 점심 잠을 잔 만큼 밤에 일하기로 했기 때문에, 결국 아침도 밤도 계속 창고에 틀어박힌 것 같은 생활이 되어 버렸다.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창고는 애초에 낮인지 밤인지 구별되지 않지만.

 그리고 오늘도…… 나는 목록을 기입하면서  책상에 팔꿈치를 괴고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무언가가 살며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보니까 이상한 나비가 팔랑팔랑 내 머리 위를 날고 있었다. 멍하니 그런 나비를 바라보면서 나는 왠지 묘하게 그리워져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멀리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쿄코──
「얘ー. 게으름 부리지 말고 일어나렴」
 목소리가 들린다. 바스락바스락…… 누군가가……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누구지?
 나는 흐리멍덩하게 눈을 뜬다.
「……어. 아, 히토미잖아」
「쿄코. 또ー 졸고 있구나」
 부리부리한 큰 눈. 명랑한 목소리. 친구 히토미였다.
「어라…… 나 잤던 거야?」
「완전히 잤어」
「요즘 자고 있는지 깨어 있는지 알 수 없어져서. 내가 나비인지 사람인지」
「뭐야 그게」
「몰라? 그런 고사」
「모르기도 하고 문학소녀의 학식 같은 거 안 듣고 싶어」
「정말. 히토미는 입이 험하구나」
「난 책이라도 읽는 게 더 좋으니까」
「에이ー. 바다 가자 바다」
「한창 젊은 사람이 하루 종일 이런 퀴퀴한 곳에서 책만 읽고. 뒤처지지 않을지 걱정되네」
「후후. 히토미는 왠지 친척집 이모 같아」
「으. 이모라니……. 확실히 가끔 이모티가 난다는 말을 듣지만」
 그녀는 아침을 알리는 태양이나 닭같은. 그런 인상이었다. 눈부시고 떠들썩하다.
 나는 그런 그녀가 정말 좋았다.
 
──나루세 히토미.
 명랑하고 적극적이고. 소극적인 나와는 정반대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상하게 죽이 맞았다.
 그녀는 좀 희한한 데가 있었다.
 그녀는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봤다. 거짓인지 참인지 그녀한테는 미래가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미래는 보였던 걸까.
 그녀의 남편이 죽었을 때를 떠올린다.
「……히토미. 어떡하지…… 괜찮아……?」
「얘 얘. 왜. 뭐야 그 어리바리한 위로는」
「미, 미안」
「괜찮고 뭐고 괜찮게 있어야지. 한마디로 괜찮지」
 평소 같은 미소로 브이 사인을 지은 히토미는 하늘을 우러러 깊이 탄식했다.
「왠지 실감이 안 난다고 할까. 죽는다는 게 뭔지 알 수 없어져서.  그건 그러니까 쭉 쭉 멀리 가는 건가 싶어서. 그럼 언젠가 만날 수 있을까 싶어서. 그런 걸 생각하는 자신이 있어. 이건 소극적인 걸까. 적극적인 걸까」
「모르겠어. 근데 그렇게 나쁜 표정은 아냐」
「응……. 저기 쿄코. 부탁이 있어」
 이례적으로 그녀는 진지한 표정이었다.
「언젠가 네 앞에 여자애가 나타나」
 그것은 히토미의 특기인 예지였다.그녀는 그것을 때로는 농담 삼아 때로는 진지하게 나에게 전해 주었다.
 그것이 시시한 것이든 좀 심각한 것이든 그녀는 제대로 적중시켰다.
 그래서 갑자기 그녀가 나에게 예지를 전한 것에 적잖게 긴장했다.
「언젠가? 여자애? 막연하네」
「하지만 만나면 알 거니까. 이 아이 얘기구나 하고」
「응 알겠어. 여자애가 나타난다. 만나면 아는 거지?」
「그래서 네가 그 애를 도와줬으면 좋겠어」
「응. 도와줄게. 근데 뭘 하면 돼?」
「그냥 지켜봐 줬으면 좋겠어」
「지켜봐?」
「응. 네가 나한테 그렇게 해 준 것처럼. 지켜봐 줘」
「응?」
「고마워. 쿄코. 걔가 없어진 뒤에도 가만히 곁에서 지켜봐 줘서. 그리고…… 앞으로 시로하를 두고 섬을 나가려는 나를 넌 역시 지켜봐 주고 있어. 나한테 그것이 얼마나 힘이 됐는지 분명 쿄코는 모를 거야」
「……히토미. 알겠어. 근데 그것만 하면 돼? 그 애를 지켜보고 있으면 돼?」
「아니 하나 더 있어. 넌 분명 남자애랑도 만나게 돼. 그 애의 도움을 넌 필요해 하고 있어」
「응…… 남자애랑도 만나는 거지 혹시 내가 그 애의 도움을 필요로 해? 나한테도 큰일이 일어나?」
「아니. 그냥 일손이 필요할 뿐. 하지만 너를 도울 수 있는 건 그 남자애뿐이야. 그런데 정말 그 애가 도움에 맞는지는 네가 잘 판단할 거야. 네 일을 도울 자격이 있는지…… 그걸 보고」
「으ーーーー음.  점점 추상적이게 됐네」
「미안.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니까」

「정말 예지라고 할까 예언자 같아. 난 용자인가 하는 거고. 너는 머지않아 검으로 마왕을 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고」
「아하하. 진짜네. 근데 분명 너밖에 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이니까…… 부탁해, 쿄코」
「히토미, 넌…… 대체…… 나한테 뭘 맡기고 어디로 가려는 거야?」

 ──부탁해, 쿄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