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버스터즈의 사야 루트를 처음 클리어하고 한 달 만에 다시 플레이를 해서 진짜 엔딩을 봤습니다.

의욕이 없어서 오랫동안 안 하고 있던 숙제를 방금 끝낸 듯한 느낌이네요.


리틀 버스터즈! - 사야 루트 클리어 (스포일러 있음)

↑ 사야 루트 I 클리어 감상입니다.


1. 사실 제가 사야 루트를 다시 플레이하고 싶지 않았던 이유는

지하미궁 탐색, 스파이 훈련, 눈속임 작전 등등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예상을 뒤엎고 기관총으로 하루 만에 끝내 버리는군요. 푸하하.



2. 사야 루트의 전체적인 줄거리와는 별 관련이 없는 얘기지만, 리키와 사야의 대화에 나온 타임머신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리키는 타임머신을 타고 100년 뒤로 가서 문명의 발전을 보고 싶다고 했고, 사야는 100년 뒤면 지구가 멸망한 뒤일지도 모른다고 말했죠.

리키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삶을, 그리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소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반면에 사야는 전쟁과 가난으로 피폐해진 나라들을 보면서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게 된 것 같고.

두 사람의 성장 환경의 차이가 이런 성향 차이를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3. 리키와 사야가 이별해야 할 운명이라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사야에게 딱 한 가지 따져 묻고 싶은 게 생겼습니다.

처음 리키를 만날 때도 리키를 죽이려 들었는데, 헤어질 때도 그런 극단적인 방법으로 헤어졌어야 했냐고요.

보물찾기를 끝낸 사야가 리키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하고 학교를 떠나는 결말을 예상했는데...... 꽤 충격적이네요, 이런 결말.


4. 사야 루트는 사야가 죽은 사람인 이상, 무조건 새드 엔딩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예상치 못했던 시간이동이라는 소재를 써서 슬프지 않은 엔딩을 만들어내네요.

(마지막 그 장면을 처음 봤을 땐 천국에서 아버지와 재회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건 아닌 것 같네요.

그 자리에 어린 리키도 같이 있었으니까, 사야는 사후세계가 아닌, 어린 시절로 되돌아갔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사야가 진짜로 원했던 '비보'는 생물병기가 아니라 타임머신이었던 것이겠지요.

사야가 쿄스케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 쿄스케도 사야가 과거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어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쿄스케는 그 소원을 이뤄줄 수 없었지만 마지막에 기적이 일어나 사야는 소원을 이뤘고,

그래서 쿄스케는 리키에게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도망갔대'라는 식의 설명을 한 듯...... (어디까지나 제 주관적인 해석입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사야, 아니 아야가, 살아남아서, 수학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리키와 친구들이 있는 학교의 정식 학생이 되는 결말을 상상해 봤습니다.

리키에게는 린이 있으니까 아야의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지만, 리키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아야에게는 큰 선물이 아닐까 합니다.


사야 루트는 제 취향과는 거리가 있었고, '착한 소년' 나오에 리키의 매력이 잘 살아나지 않아서 좀 아쉬웠네요. 그래도 엔딩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제 사야 루트도 끝났으니, 얼마 안 남은 리틀 버스터즈의 나머지 루트를 진행해 볼까 합니다.

사사미가 될지 카나타가 될지는 조금 고민해 본 다음에 결정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