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버스터즈! 세 번째 루트로는 하루카 루트가 나왔습니다. 진입한 지 15일 만에 클리어.


1. 하루카는 자신의 성인 사이구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이미 한 적이 있어서

가정환경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짐작은 처음부터 하고 있었지만...... 이런 개막장 콩가루 집안이었을 줄이야.

하루카 루트를 진행하는 동안 화가 많이 났습니다. 처음에는 후타키 카나타에게, 나중에는 그 친척들에게.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도대체, 왜, 그렇게도 괴롭히고 못살게 굴었던 것일까요.

사이구사 본가 놈들은 헤이하치처럼 모조리 절벽 아래로 던져버려야 합니다. (쇼는 제외)



2. 잠시 분노를 가라앉히고......

사이구사 하루카는 정말 제 마음에 쏙 드는 캐릭터였습니다. 세일러문 같은 소녀만화에 나오는 명랑 쾌활 사고뭉치 주인공 같다고나 할까요.

특히 하품하는 리키의 입에 손가락을 집어넣는다든지, 리키의 베개를 갖고 싶다고 말한다든지 하는 장난기 어린 모습은

다른 누구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하루카만의 매력.

하지만 2010년대인 지금은 이미 유행이 지나버린 성격의 캐릭터인지라 사람들의 관심을 못 받는 것 같네요.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3. 루트 도중에 선택지가 많이 나와서 난이도가 꽤 높았습니다.

하루카 루트 후반부의 '결정적 선택지'는 자기가 누구 딸인지 알아보고 싶다는 하루카의 말에 '좋아'와 '안 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었죠.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저는 하루카가 진실을 알게 되면 또다시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되고, 카나타와의 관계도 돌이킬 수 없게 될 것 같아서

처음에는 '안 돼'를 골랐으나...... 반대쪽이 정답이었습니다. 네, 저는 하루카를 과소평가하고 있었던 겁니다.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는지에 관한 진실을 마주 대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한 아이는 아니었던 것이지요, 하루카는.


4.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루트 종반, 이번에는 '조사를 그만둔다'와 '계속한다'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

또다시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하루카와 리키가 '세상의 보이지 않는 무엇'과의 싸움을 이미 시작한 이상,

여기서 물러나는 것은 진정으로 하루카를 위한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계속한다' 쪽을 선택했습니다.

(만약 여기서 '그만둔다' 쪽을 선택했더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요. 리키는 물론이고 플레이어마저 감쪽같이 속아넘어갈 뻔했잖아!!!)


5. 제가 하루카 루트를 진행하면서 받은 느낌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리키와 하루카의 평화로운 나날 → 카나타가 혈압을 올림 → 불쌍한 하루카 → 추리물에서 볼 법한 뒤통수 때리는 전개 → 마침내 찾아온 해빙.

카나타가 그렇게 하루카를 괴롭혀댄 것도, 하루카가 자신이 없는 곳으로 가서 조금이나마 더 행복해지기를 바랐던 마음으로 그랬던 거라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방법이 완전히 잘못됐지만.


개인적으로 하루카 루트의 이야기를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한 여자에 두 남자, 출생의 비밀, 아동학대......

막장 드라마에서나 쓰일 법한 이런 자극적인 소재들을 가지고 성장과 화해의 드라마를 만들 수도 있구나. 감탄했습니다.


저는 이제 후타키 카나타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카나타는 동생의 용서를 받았으니까요.



이제는 더 이상, 콩깍지를 태워서 콩을 삶는 일이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