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임상수의사다. 신도시에서 작은 동물병원을 개원한 개업의다. 개원한 이후 단 하루도 행복하게 아침을 맞이한 적이 없다. 매일 습관처럼 죽음을 생각한다. 


 나 는 성실했다. 어린 시절부터 바른 길만 걸었고, 열심히 걸었고,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한눈을 팔지 않았다. 나는 동물들이 좋았다. 사랑하고 아끼고 안쓰러워했다. 당연히 수의사를 천직이라 여겼고 수의대에 진학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학과 과정이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웠다. 몇 번의 고비를 넘겼고, 국가고시를 보고 수의사 면허를 받았다. 

 수 의사 면허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운전 면허 보다 못한 수의사 면허.., 운전면허가 없으면 운전을 하지 못한다. 수의사 면허는 없어도 된다. 이 나라에서는 여러 경로로 온국민이 수의사의 영역을 넘나든다. 차라리 수의대가 없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라가 보호하지 않는,, 이제는 새로운 법까지 만들어 필요치 않은 면허임을 만천하에 공표한 이 면허를 위해 오랜 시간 꿈을 키우고 국가고시를 봤다는 것이 분하고 억울해서 가슴이 벌떡인다. 

 동물병원은 언론의 주기적인 타겟이 된다. 영문도 모르고 얻어맞는 기분이다. 언론에서 말하듯 동물병원이 폭리를 취한다면 대다수의 수의사들은 왜 가난한가.

작 은 동물병원들은 진료가 한 케이스도 없는 날이 부지기수다. 사람이 아프면 명의를 찾아가지만 반려동물이 아프면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싼 병원을 찾아간다. 소위 덤핑병원,.. 반려동물 관련 커뮤니티에서 좋은 동물병원이라고 칭찬이 자자한 동물병원은 수의사들 사이에서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는 덤핑병원들이다. 그들은 대단한 포식자들이다. 선배의 병원 옆에 개원하여 덤핑

으로 주변 병원들을 망해 나가게 한 후배의 이야기.. 망한 그 선배는 이제 갓 태어난 아기와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두 아이와 갓 출산한 아내를 두고 자살했다. 자기만 배부르겠다고 돈에 미쳐 덤핑을 치는 그 병원 수의사는 정말 천사 수의사(커뮤니티 표현대로)일까? 심심치 않게 들리는 선후배들의 자살 소식… 그들의 죽음은 대외적으로는 늘 사고사였다.

 나 의 월 총매출이 1000만원이라고 하자. 월세 300만원, 직원 월급 200만원, 거래처 결제 400만원 그 외 경비들 50만원.. 세금까지 생각하면 나의 병원은 적자를 본다. 수의사도 생계를 위한 직업이다. 생계가 유지되지 않는 일을 사명감만으로 지속할 수는 없다. 

꿈이 컸던 것은 아니었다. 사랑스러운 동물들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고 밥 걱정 안하고 살 정도면 되었다. 그런데 그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동 물병원은 약을 공급받을 때에도 도매상에게 받는 것이 아니라 약국을 통해 소매가로 받는다. 이 나라 법이 그렇다고 한다. 반려동물을 위한 의료비 지출을 사치라고 규정하고 부가세를 내라고 한다. 이 나라 법이 그렇다고 한다. 오히려 이슈가 될까 겁이나서 언급할 수 없는 최근의 정부정책까지 더해져 나는 매일 무기력하다. 

 

차라리 수의대가 없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수능성적이 좋았는데. 얼마든지 다른 직업을 택할 수 있었는데 

 

 아 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독한 헌신… 사선을 오가는 아픈 동물들을 끌어안고 몇날 며칠 밤을 새워도 아무도 모른다. 그들의 고통과 죽음 이후에 오랜 시간 눈물을 흘리는 마음을 아무도 모른다. 정성껏 치료했는데 풍문으로 그 보호자의 입에서 나온 돈독 올랐다는 말을 듣는다.  

 

성실한 어린 학생들에게 당부한다. 절대로 수의대에 가지 마라. 당신의 노력이 배신당하는 처절한 경험을 일생 하게 될 것이다. 

   

이 나라는 수의사를 배출해서는 안된다. 밥줄을 끊어 놓을 궁리만 하면서 수의대를 존속시키는 이유를 모르겠다. 어리고 순진하고 성실한 희생양을 더이상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부디 수탈하세요  후배님들~   나는 특별할거야~ 나는 잘 할꺼야 하지만 현실은 많이 다릅니다 


댓글

익명1 

2019.04.10 16:10:30

이 명문을 10년 전에 읽을 수 있었더라면...

그 때 합격한 지방대 의대라도 갔었더라면....

추천 45 비추천 3


익명3 

2019.04.10 17:43:02

제가 20년전에 수능 상위 11%정도로 지방 수의대에 입학했습니다. 물론 그때 수험생수가 지금보다 많긴 했지만 지금은 거의 5%내외의 학생이 입학한다지요. 저때는 6년제가 이제막 시작하여 수의학과가 뭔지도 몰랐고 수의학과 다닌다고 하면 아파트 수위하는데도 대학나와야 하냐? 죽을때 입는옷 수의 만드냐? 농담이 아니라 진짜 몰라서 묻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정도 인식과 성적으로 지금의 직업은 만족합니다만 후배님들에게는 이런 상황을 이어줘서 미안하네요. 공부잘하고 똑똑한 후배들이 암담한 현실의 임상과 비임상 분야에 있는게 안타깝습니다. 저도 조카나 가까운 지인이 수의대 간다고 하면 말리고 싶습니다. 저희세대 보다 지금 졸업하는 세대가 갈수록 더더욱 공부한 만큼의 충분한 대우를 더 못 받는거 같습니다

추천 44 비추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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