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군 간부가 아님.
그냥 육군 1년 반 다녀온 20군번임.
자기가 만일 수의사라면, 장기복무를 하려는 사람이면 한번 쯤 읽어봤으면 좋겠음.
그냥 최근에 자꾸만 생각나서 적어본다. 두서없고 이야기 쓰는데 소질없지만 봐줘라.
이등병때 장기복무 신청 직전인 말년 중위가 있었다.
그 형은 지잡대 수의대 실험실에서 실습 어쩌곤가 했었는데, 대충 수의사다.
당연히 지식적으로 우수했고 그 누구보다 수의사에 체질이었으나.
매번 같이 위생점검 나갈때면 본인이 밖에 나가서 무엇을 할지 잘 모르겠다고 하소연을 하거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음.
너는 진로 정해둔게 있냐, 너 학교랑 지금 해놓은걸로 너는 뭘 할거냐.
자기는 대학교를 잘못 온 것 같다.
사회에 나와보니까 수의사인 자기보다 아는것도 많고 인맥도 좋고 동물도 좋아하는 애들이 널리고 널렸다는 것을 봤다고 한다.
이제와서 지난 6년동안 해왔던 것들을 포기하고 밖에 나가서 재수를 하던, 편입을 하던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나는 아직 늦지 않았고, 요즘 반려동물시장 붐이라 얼마든지 돈 쓸어담을 수 있고. 레드오션? 아무것도 아니고 생 노베로 시작해도 전혀 늦지 않았다고 위로를 했다.
당시 난 이등병이고, 전역은 너무 먼 미래였고. 하지만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 응원해주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하지만 이미 임상과 담을 쌓고 살아왔던 6년이란 시간이 아무래도 마음의 족쇄가 되어 자꾸만 방황하게 한 것 같다.
나는 계속해서 임상 그거 별 거 없다. 임상에 재능이 필요할 지언정 IQ가 100이하로 떨어지는 저지능자가 아니면
누구나 노력만 한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매번 위로하고 응원했다.
어느새 나는 그 형의 애착인형이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그 형은 임상을 못하던 사람이 아닌 임상을 안해본 사람인걸 몰랐다. 그 차이를 몰랐던 것이다.
아무래도 들어올 때부터 성적 맞춰서 들어왔고, 개고양이 만지며 진료보는 것과는 성격이 맞지 않았기 때문인가.
너무 이른 시기부터 자신과 임상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안가서 덜컥 연장복무 신청을 했다.
1년만 하면서, 수능보기 위한 자금을 모으고, 남는 시간에 틈틈이 공부를 하면서, 의대 준비를 하겠단다.
그 후 일병으로 넘어간 지 얼마 안되었을 때 다시 한번 자대에서 만날 수 있었다.
처음 3~4개월은 열심히 무언가를 하는 듯 했다. 당직을 서면서도 기출문제집 한 권 하나를 열심히 풀었다.
사회 활동도 착실히 했다.
계속 주변 군의관들끼리 술 먹는 자리, 주말에 축구나 족구 일정에 빠짐없이 참석하여 그 조직에 적응해 나갔다.
하지만 그것도 몇 개월 가지 않았다.
상병이 되고 나니, 그 형은 어느새 공부를 또다시 놓아 버렸다.
내가 일병시절에 보았던 그 열심히 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플스니, 모니터니, 스위치라니, 게임용 장비라니 계속해서 무언가를 사들이고
주변 군의관들이랑 매 주말마다 술을 마셨다.
속으로는, 밖에 나가서 학교다닐 돈을 모은다더니, 저래도 괜찮나 싶었다.
나는 그 형의 몸을 존경했었는데, 특급이라 그런가, 몸이 엄청 좋았다.
상병때 내가 소규모 임무 파견으로 타 대대에 갔다가 돌아 왔을때는
이미 그 선명한 식스팩은 없어지고 살이 조금 올라 있었다 .
체단시간에도 체력적으로 벅차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당시 특급반이라고 해서, 체력 특급이 목표인 조만을 편성해서 4km짜리 구보를 뛰었는데,
상급간부가 없을때는, 형이라고 부르면서 요새 준비하던건 좀 잘되가요? 근황을 물어보곤 했다.
한번은 ㅈ망했지 ㅋㅋ 하면서 웃어 넘겼고 적당히 얼버무려서 대화주제를 바꿨다.
어느샌가 형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뻔했다. 슬슬 장기복무를 할 지, 전역할지 선택해야 할 날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정작 처음에 목표했던 것은 이미 물 건너 갔고
모으고자 했던 돈도 다 써버려서 모은 것도 하나 없고
술 먹고 노느라고 지방도 많이 쌓여 몸도 예전만도 못하고.
그동안 무언가를 이루어내긴 커녕 가지고 있던 시간만을 날리고, 그나마 장점이었던 체력 조차 잃어 버렸다.
더 이상 자존감도 남아있지 않아 보였다.
지난 1년은 무엇을 위했던 1년인가.
나였어도 힘들었다.
체력적으로 소비할건 다 소비한채 남는시간 족족 공부에 투자하며, 얼마안되는 돈으로 군의관들이랑 어울리기엔 턱없이 부족했을테다.
나는 그 사실을 짬찌때는 몰랐다.
그래서 조언할 수 없었다.
내가 다시 기억을 가지고 짬찌때로 돌아갔더라면 그 형의 1년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어느 샌가 복무기간 연장 시즌이 지나고. 1년을 더 하기로 마음먹었나 보다.
자기 딴에는 정말 반성 많이하고 살 것도 다 샀으니 정말 돈 모으고 정말 공부하겠단다.
될 리가 있나.
그렇게 그 형에 대한 실망감을 안고. 더는 관여하지 않았다.
나도 밖에 나가자마자 복학이며 실습이며 신경쓸게 많아진 시기였다.
말년 휴가로 실습을 나갔고, 사회로 복귀하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했다.
나는 하고 싶은 것이나 목표의식이 뚜렷한 편이었다.
나가자마자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전역하고 복학 하기 전에 배우고 싶었던 걸 배울 생각에 설렜던 기억밖에 없다.
그리고 전역을 했다.
이후에도 그 형이 휴가 나올 쯤이면, 연락을 받고 술 한잔 하러 나갔다왔다.
시간은 미치도록 빠르게 흘렀고
다시 한번 복무 연장에 관한 시즌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정말 달랐을까 하는 마음에 동기들, 후임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형이 장기복무 신청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뻔했다.
왜 난 이 뻔한걸 알고서도 아무것도 못해줬을까.
전역해야 한다고 말을 왜 못했을까.
시간이 미친듯이 흐르고
어느샌가 그 형은 대위가 되어있었고.
나는 어느 2차병원에서 6개월쯤 지나 이직준비를 하고 있었다.
주머니 사정이 조금은 안정되니까 그동안 받은 것들을 보답 할 겸
그 형이 휴가 나올 때 즈음 연락을 해서 만나게 되었다.
3일 뒤에 전역한단다.
차를 산 모양이다. ㅈ꼬리 만한 월급으로 어떻게 유지할 생각으로 샀는지.
집안에서 지원을 받을 형편조차 안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몇 년동안 어떻게 지냈을지 눈에 보였다.
살도 너무 많이 쪄서 이제는 배가 불룩 나와있었다.
등줄쥐 잡으러나갔다가 인대를 다쳐서 운동을 과하게 하면 안되는 몸이 되어버렸다 였던가.
얼굴은 못났어도 인품이나, 체력적으로 좋았던 형이었는데
이제는 배나온 아저씨가 되어 있었다.
그 형은 내게서 인턴 생활은 어떻게 했냐느니, 이번엔 어디 동병으로 어떻게 갈건지 꼬치꼬치 물었다.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그 동안 뭐 했냐고 따지고 싶었다.
인생 청춘 5 6년 쏟아부어서 나온 결과가
나온 뱃살이랑 할부 3년은 더 남은 2021년도 아반떼 덜렁 하나냐고.
나와서 이제 뭐할껀데?
30살 처먹고 모은것도 하나 없이, 공부한 거 하나없이, 뭐 어떻게 할거냐고.
내가 생각해도 답 없다.
그 시절 짬찌때 늦지 않았습니다 드립 치던 그 시절과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말린 인생이었다.
의무복무 3년 딱 채우고 돈 5000모아서 전역했던 다른 단기 수의장교 케이스가, 너무나도 비교 되었다.
그렇다고 애초부터 가망이 없던 사람이던가?
아니다. 그 처음 1년 내다 버렸어도 충분히 구제가능했다.
충분히 되돌릴 수 있는 기회, 갱생할수 있는 여지마저 있었다.
근데 지금은 아니다.
그 형은 자기 선택으로 군 복무를 했을 지언정
그 끝에 군대로부터 버려졌다.
전역도 자기 의사가 아니였다는 것을 안 건 최근이다.
그 형과의 인연도 정리 했다.
나 다니는 동병 인턴자리 소개좀 해달라는 장문의 글을 안읽씹했던 새벽을 마지막으로.
이런 케이스가. 과정은 조금씩 다를 지언정
공방수들도 똑같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20대를 군대에 쏟아 붇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사회로 쫒겨나 버림받는다.
내가 다시 자대배치 받던 그 과거로 돌아갈 수 만 있다면
그 형을 어떻게든 뜯어 말렸더라면
그 형의 인생은 조금 달랐을까.
적어도, 지금보단 낫지 않을까 싶은 후회마저 든다.
ㅤ ㅤ
임상 안맞는 수의사의 숙명이 저런거임. 의치한약은 로컬 임상 안하더라도 수많은 길이 있는데 수의사는 아니라는게 중요
임상을 안했다는데 글 읽긴함???
그니까 본인 적성이 임상이 아니라 생각했으니까 처음부터 임상을 안한거지
눈물흘리며 개추ㅋㅋ
뭐라는거야 시발 내가 본4인데 30넘는 형들 ㅈㄴ많구만 ㅋㅋㅋㅋ 뭐가 늦었다는거야
뭐 40 까지 아무것도 안하고 놀았다는거도 아니고 30살 새파랗게 어린놈이 면허도 있으면서 인생 늦었다느니 망했다느니 ㅋㅋㅋㅋ
에라이시발 내주변에 나이 30넘게 먹은 놈들 취직은커녕 다 집에서 놀고있다
수의장교가 수의직보다 낫다. 수의직 할바에 장기하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뭐임? ㄹㅇ궁금
이거 원본 따로있는데 그냥 단어만 바꾼거임 열낼필요 X
주작이지?30살까지 식물인간이었다가 깨어나서 수의대 입학해도 안늦음
학부6년 단기복무3년 장기복무5년 했다치고 나이만 35로 바꾸면 실화겠는데? 그리고 의치한도아니고 수의 30살입학은 늦은거맞다
장기복무때매 망했다고 생각하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