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항공기 제조사인 미국 보잉이 창사 103년 만에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주력 항공기가 추락하고 항공당국과 사이가 벌어지는 등 악재가 겹쳐서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를 전격 교체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보잉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보낸 성명에서 “이사회는 회사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임원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결정했다”며 “데니스 뮬렌버그 CEO는 오늘부로 CEO와 이사직에서 사임하고, 데이비드 캘훈 보잉 이사회 의장이 보잉의 CEO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캘훈 의장은 다음달 13일 임기를 시작한다. 

블룸버그통신은 보잉이 전례없는 경영 위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 뮬렌버그 CEO를 경질했다고 분석했다. 보잉은 창사 이래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다. 주력 항공기 신·구 기종이 심각한 안전 문제를 연이어 일으켜서다. 보잉이 2017년 출시한 737맥스기는 기수 센서 소프트웨어 결함 등으로 지난해 10월과 지난 3월 각각 189명, 157명이 숨지는 참사를 냈다. 737맥스기는 지난 3월 중순부터 세계 40여개 국에서 운항이 중단됐다. 

737맥스기 이전 모델인 737NG기에선 3만회 이상 비행한 동체 날개에 금이 가는 결함이 발견됐다. 각국 항공사는 지난 10월 보잉의 결함 공지 이후 잇따라 737NG기 운행을 중단했다. 1993년 출시된 737NG기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운항되는 소형기다. 

이렇다보니 보잉 항공기를 찾는 항공사들이 확 줄었다. 보잉의 항공기 인도 대수는 지난해 3분기 190대에서 올 3분기에는 62대로 3분의1 토막났다. 지난 7월엔 사우디아라비아의 항공사 플라이어딜이 규모 7조원에 달하는 737맥스 구매 계약을 취소했다.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보잉은 지난 2분기 29억 달러 규모 손실을 냈다. 1916년 창사 이래 가장 나쁜 실적이다. 보잉은 2009년 금융위기 당시 16억 달러 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3분기엔 순이익 11억6700만 달러를 냈지만 전년 동기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그쳤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나 감소했다. 

당초 보잉은 737맥스 기종의 결함을 고치면 연내 운항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사고 이후에도 최근까지 한달에 42대씩 737맥스기를 생산한 이유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운항 허가를 재발급하면 선주문을 받았던 737맥스를 각국 항공사에 인도한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운항 재허가가 늦어지면서 부채 부담이 확 늘었다. 생산에 돈을 쓰는데 제품에 대해선 대금을 받지 못해서다. 보잉의 3분기 총 부채는 지난 1분기에 비해 70% 급증했다. 보잉사는 결국 내년 1월부터 737맥스 기종을 생산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외신들은 앞으로도 한동안 보잉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FAA가 언제 운항 재개를 허가할지는 미지수다. FAA는 지난 11일 “보잉이 중요한 면허 갱신 처리 절차를 서두르고 있어 우려된다”며 “면허 처리를 내년 2월 이후로 늦춘다”고 선언했다. 

사고 보상금 등 비용 압박도 크다. 보잉은 각국 항공사들의 737기 운항 중단에 따른 손실금과 정비 비용 등을 부담해야 한다. WSJ에 따르면 보잉의 손실 보전금은 지난 10월 기준 최소 80억 달러에 이른다. 추락사고 유족들이 제기한 수십건의 소송도 진행 중이다. 소비자 보상금과 소송 비용 등은 보잉 자체 추산으로만 100억 달러에 달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칼훈 신임 CEO는 737맥스 소송 등을 이끄는 동시에 파탄난 미국 규제당국과의 관계를 개선시키고, 대중엔 기업 신뢰를 회복하는 어려운 과제를 맡게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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