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세계 곳곳에 식민지들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식민지들에 많은 일손이 필요해졌습니다.

인도 식민지의 경우 인도가 원채 인구가 많아서 인도인들을 고용하면 되는 일이었습니다만, 

다른 지역은 해야할 일은 많았으나, 원주민 수가 너무 적었고, 원주민들이 인도인들처럼 열심히 일하려 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오죽하면 이때 말레이시아의 원주민인 말레이인들에 대해 너무 게을러서 일을 시켜먹을 방법이 없다고 평가를 할 정도였죠.


이에 영국은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자신들의 식민지 외부 혹은 다른 식민지에서 자기들 말을 잘 듣고 일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자신들의 식민지로 이주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대영제국과 영연방 곳곳에 두 민족이 널리 퍼지게 됩니다. 하나는 인도인이었고, 다른 하나는 중국인, 즉 화교였습니다.

오늘 이야기할 것은 중국계 대영제국인, 즉 대영제국의 화교입니다.

화교들은 영국인들에게 좋은 노동력이었습니다. 유교 문화에서 살고 있던 그들은 성실하고 근면했으며, 타 피지배 민족들에 비해 지배자인 영국에 순종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영국이 식민지로 삼고 있던 지역에 화교들이 들어와 살고 있었기 때문에 추가 유치와 적응에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영국은 일손이 필요한 아시아 식민지들에 중국인들을 데려왔는데, 이들 중 대다수는 광둥, 푸젠 등 영국 영항권 아래의 남중국 지역 출신이었습니다.

특히 홍콩 식민지와 말레이 식민지가 화교들의 제 1 목적지였고, 캐나다 서부와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에도 많은 수가 건너갔으며,

일부는 남아프리카 식민지나 심지어는 영국 본토와 아일랜드, 그리고 카리브 해의 섬들에까지 건너갔습니다.

이 당시 영국에 순종적인 중국인들을 "제국 중국인"이라고 불렀으며,

영국은 자신들에게 순종적인 이들 제국 중국인들에게 본국에서는 누릴 수 없는 경제적 부와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이들 제국 중국인들은 최초에는 광산 광부, 도시 노동자, 농장 노동자 등 육체 노동에 종사하였습니다.

대표적으로 오늘날의 쿠알라룸푸르를 세운 주석광산 광부들이나, 싱가포르를 세운 항만 노동자들이 있죠.

1세대들은 고된 육체 노동이나 작은 행상을 하였으나, 제국 중국인들의 2세와 3세들은 머리가 영민하고 공부에 재능이 있었습니다.

그 덕에 영국의 비호 아래 자신들이 거주하는 지역의 경제와 문화, 사회적 주도권을 움켜쥐었고,

이들은 대영제국 식민지의 관료와 기업인, 오피니언 리더로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습니다.

이런 제국 중국인들의 성공을 접하게 된 더더욱 많은 중국인들이 대영제국의 식민지들로 향하게 하였습니다.

이는 중국인들의 높은 출산률과 맞물려 해당 식민지 지역 원주민 인구 비율이 급격히 낮아지는 현상을 불렀고,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이주 중국인 인구 비율이 원주민 인구를 앞지르는 기현상이 나타나게 됐습니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제국 중국인들은 대영제국의 아시아-태평양 대일본 전선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식민지인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점령지 화교들은 일본 제국의 가장 극심한 탄압을 받았습니다.

다수의 화교들이 일본군에 의해 학살당하거나 강간당하였고, 많은 화교 여성들이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가기도 하였습니다.

대전이 끝나고 대영제국의 화교들은 더 이상 영국이 자신들을 지켜줄 수도, 지배할 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치와 자유를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싱가포르와 홍콩에서의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으며, 싱가포르의 말레이 연방 편입과 영국령 홍콩 내의 대규모 개혁정책 실시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대영제국의 이런 중국인 정책은 당대에는 영국의 식민지 통치를 수월하게 했지만, 훗날 동남아 문제와 홍콩 문제의 시발점이 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



현재 이들은 싱가포르와 홍콩, 말레이시아 세 지역에 가장 많이 분포해 있고,

캐나다 서부와 호주와 뉴질랜드의 대도시 지역, 영국 런던 또한 이들의 주요한 근거지들입니다.

의외로 이들과 현대 중국 본토(중화인민공화국)의 관계는 좋지 않습니다.

특히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평가는 매우 야박한 편이며,

싱가포르의 경우 남중국해와 관련한 중국의 팽창 시도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며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더불어 오늘날 싱가포르에서 독특한 점이라면, 자신들의 국가와 문화의 정체성의 기원을 중국이 아닌 영국에서 찾고 있다는 점입니다.

모든 교육은 영국식으로 이뤄지고, 학위도 영연방 표준에 따른 학위가 수여 되고, 언어나 문화적으로도 중국이 아닌 영국-호주-캐나다-미국과 밀착 관계에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제국 중국인들 중에는 (본인들의 견해가 어떻든 간에) 싱가포르의 해리 리(리콴유) 일가와 홍콩의 브루스 리가 가장 유명합니다.



덧1) 특히 홍콩 지역 출신 제국 중국인 중 적지 않은 수가 구 대영제국 여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덧2) 그렇다고 이들이 영국에게서 차별 받지 않은 건 아닙니다. 상당한 차별이 있었습니다만, 어쨌든 본토 보다는 형편이 훨씬 나았죠.

덧3) 리콴유가 자서전에서 쓰기를, 싱가포르가 말레이 연방에서 쫓겨났을 때 영국령 재편입 혹은 영국에 보호 요청을 진지하게 고려해봤다고 합니다.







진짜로 중국인을 갈아넣은 대영제국의 이야기 재업


영연방사 Pt.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