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나이 대결전의 새벽, 집정관 바로가 총사령관의 막사 위로 진홍빛 망토를 게양해 전투 신호를 내리자

이를 본 카르타고인들은 속으로 긴장하였다.

로마의 집정관은 예상 이상으로 대담해 보였고, 병력도 카르타고 원정군의 배가 넘었기 때문이었다.


한니발은 전투태세를 갖출 것을 명한 뒤 그 스스로는 몇몇 부관들과 함께, 경사가 완만한 언덕 위로 말을 타고 올라가

로마군이 전투대형을 갖추는 것을 지켜보았다.

한니발의 부관 중 기스코라는 이가 적의 대군을 보고 놀라워하자, 한니발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기스코, 자네는 지금 그보다도 놀라운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네."


기스코가 총사령관에게 그것이 무엇인지 여쭙자, 한니발은 이렇게 대답했다.


"저 많은 로마군 중에 기스코라는 이름을 가진 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일세."


이 뜻밖의 농담에 언덕 위에 있던 이들 모두가 폭소를 터뜨렸다.

이들은 산등성이를 내려오면서 만나는 모든 아군들에게 이 농담을 퍼뜨렸다.

그러자 수많은 카르타고군들이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으며, 한니발의 근위대는 웃겨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이것은 카르타고군의 마음에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으니,

총사령관이 결전을 앞두고 그처럼 농담을 할 정도로 여유가 있을 만큼 적을 가소롭게 여긴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 이다희 역, 이윤기 감수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