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DC 군사 마이너갤러리에 처음 진행을 한다고 글을 올렸을 때 솔직히 많은 호응에 감동했습니다 ^^

덕분에 이곳 군마갤과 씨네스트에서 그동안 자막에 해주신 지적들 감사히 수용해 수정을 해왔는데 그래도 전달해드리고 싶은 게 마음과는 

달리 잘 안되서 너무도 참 아쉬운 점이 많아 뒤늦게나마 후기를 적습니다. 또 저희는 몇몇 분들께선 짐작하시던 장교분들이 아니라 부사관출신입니다 ^^;

둘 다 현역시절 해군 잠수함사령부에서 각각 조타사, 음탐사로 근무했습니다. 


 저는 본 영화를 처음보고 자막제작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들기 전에 마음 속에 강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말 우리 해군이 해왔던 것 그대로를 

담아내었구나하는 이 느낌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입대 전에 느낀 벅참.. 임관을 거치고 마침내 전역다음의 뿌듯함까지..

그런데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인해서 미국에선 개봉일정이 취소되어 ㅇㅍTV가 상영권을 사들여 그쪽에서 방영을 하게 되었다고 들었는데요. 

이 정신없는 영화를 과연 어떻게 번역을 했을까 궁금해서 찾아보았는데 다른 국적을 제외한 우리나라만 한글자막이 나오지 않아 모두 언제 나오나 

기대를 하고 계셨더라구요. 어? 혹시 그렇다면... 하는 심정으로 부족한 경험과 영어실력으로나마 기여하고 싶어서 무모하게 도전했습니다. 

사흘동안 작업하면서 함교에서 해도만지고 밤샘하던 옛날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이 영화는 해군이 전투함에 타서 잠수함과 교전한다는 아주 간단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해군들의 전문용어(한자와 음어)가 남발해 

보시는 분들 중엔 상선쪽이나 해군에 복무하셨던 분들 말고는 대부분 알아듣기가 매우 힘드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도 교육받지 않은 사람들은 과연 함상용어 사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수십 번씩 고민하였습니다. TV프로 '진짜사나이'등에서도 등장할 때면 대개 

개그 내지는 낯선 음어들로 치부되어 웃음을 준다는 일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능력안에서 자막의 길이나 이해도를 생각해서 최대한 쉽게 제작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명령 및 복창은 신속, 정확, 간단해야한다는 교관님, 상급자분들께서 항상 하시던 말씀이고 마음에 두고 있어 다른 방법은 

생각이 나질 않아 더욱 곤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와중 차라리 실무에서 우리 해군이 사용하는 용어로 사용하면 어떨까, 하고 방향을 정해 옮겨보게 되었습니다.

그저 단순히 제 지식의 자랑이 아니라 작중 긴박한 상황속에서 즉시 명령을 파악하고 소통하기 위해 애쓰던 승조원들의 대사로 여겨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상업자막이나 또는 정식으로 번역하시는 분들께선 남녀노소 모두가 알기 쉬운 자막을 누구보다 더욱 중요하게 여기실 겁니다. 그게 기본이구요.

더욱이 아마추어가 만든 자막내 짧은 주석과 해설로는 알기 쉽게 모든 것을 담아내기엔 버거운 일입니다. 그래서 불편하시더라도 제 자막을 감상하시기 전에 

한 번은 이런 게 있구나하고 훑어보시고 본작을 즐기신다면 더욱 작품이해에 도움이 될 만한 곁다리와 용어해설들을 짧은 머리로나마 준비했습니다.


소설과는 배에서 맡은 직책명이 상이하거나 등장하지 않는 인물들이 많습니다.


※ 스포일러는 최대한 뺐습니다.


참고문헌- US NAVY STANDARD ORGANIZATION BOOK for 2100-Ton Destroyers, October 1943

------------------------------------------------------------------------------------------------------------------------


1. 주요 등장인물 [배우명]


함장 어니스트 크라우스 중령[톰 행크스] - C.O Commanding Officer 라이언일병구하기의 밀러대위로 나오시던 그분이 이번엔 드디어 함장님으로 나오십니다. 

당시 맡았던 미육군의 Captain대위 배역과 본작 해군의 Captain함장이 동음이의어라 꽤나 재밌는 일입니다. 세월참.. 어느새 중령이 되셨네요^^ 

작중에선 굉장히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나옵니다. 외우는 기도문을 찾아보았더니 루터교 기도문이더군요. 이 부분은 어떻게 옮길 지 정말 고민했습니다.

본작에선 선임 호송지휘관SOE 직책을 처음 맡아 호송임무로는 첫 출동을 나가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이는 작중에서 승조원들의 이름을 계속 호명하지만 틀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부임한 지는 얼마 안되었지만 언급에 해사를 졸업하고 임관한 지 20년이 흘렀다고 하니 상당한 관록입니다.


부장 찰리 콜 소령[스테판 그래험] - X.O Executive Officer로 등장하시는 분입니다. 당시 일명 Battle Bill로 불리던 임무별 배치분담표를 보면 전투정보실이나  

기관조종실에서 함장을 보좌하는 위치입니다. 레이다 옆에서 열심히 플로팅하시던 그 분.


포술장 로페즈 중위 [마누엘 가르시아-룰포] - Gunnery Officer 포대지휘와 폭뢰사격 지휘를 맡은 장교입니다. 


항해사 왓슨 대위[톰 브리트니] - the Navigator 당직사관 첫 교대 이후 바로 함장께 조함권을 빼앗긴 사관.


?? 칼링 대위[마이클 벤츠] - 첫 상황보고를 한 장교. 직책명은 작중에선 나오지 않았지만 F.L First Lieutenant, 아마도 갑판사관으로 추정됩니다.


기관장 입선 전자준위[트래비스 쿠엔틴] - 초반부 사고친 수병들 인솔하던 준사관. 12시 위치보고때 함교로 올라와 함장에게 묻는 그 사관입니다. 모자를 보시면 

타 장교들과는 약간 다릅니다. 기관장은 함의 엔진이나 설비등을 담당하는 기관부서의 책임자입니다.


사관당번 조지 클리블랜드[롭 모건] - 사관실에서 함장에게 샌드위치를 대접하던 흑인수병. 당시 흑인은 군에서의 대우가 열악해 해군에서 조리병등으로 근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호송선단장 Convoy commodore - 민간상선들이 속한 영국 수송선단의 최선임자격인 직책입니다. 임명권자는 영국 수상으로 주로 퇴역한 해군함장이나 해군 자원예비역

출신들이 이 직책을 맡아 수행했다고 합니다.



2. 호위함들


그레이하운드 - 콜사인입니다. 영화에선 플레처급 구축함으로 나오는데, C.S.포레스터가 쓴 작품 The Good Shepherd 의 원작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배

머핸급 구축함과는 달리 현재까지 보존되어 있어 촬영세트장으로 사용된 배입니다. 우리 해군에서도 과거에 3척을 운용했는데요

직접 타셨던 선배님들 말들어보면 정말 옛날에 쓰던 고물배라 낡아서 쓰는데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셨다고 합니다^^ 말년엔 5인치포 사격 한 발 한 발이 모험이었다고..

또 의외로 이시절 배에도 매점이나 얼음제조기등이 있어서 편의를 제공했습니다.


딕키 - 영국제 플라워급 초계함으로 영연방 소속국가인 캐나다해군도 사용한 조그만 전투함입니다. 이 배도 원래 설계와는 다르게 대잠임무를 맡게 되어 승조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포경선을 개조해 썼다고 하니 그 절박함이란.. 그러나 꽃으로 붙인 이름과는 달리 실전에선 굉장한 활약을 해냈다고 합니다.


해리 - 영국해군 트라이벌급 구축함입니다. 이글도 같이 나옵니다.


3. 유보트


그레이울프[토마스 크레취만] - 악역으로 등장하는 7형 U보트의 함장으로 나옵니다. 작중에서 그 얄미운 목소리는..  제가 얼마 전 독일에 갔을 때 발트해쪽 라보에항 

육상에 남아있는 유보트 기념관에 들어가본 적이 있는데, 정말 좁았습니다. ㅎㅎ


4. 용어 설명


4-1. 방위 및 거리해설


 기본적으로 360도 방위체계를 사용합니다. 000도=위쪽 090도=오른쪽 180도=아래쪽.. 이런 식이지요

거리는 마일-야드가 언급되는데 임페리얼 단위를 사용하는 영국해군의 전통이 이어져 해상 및 항공분야에선 꾸준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에서 익숙한 메트릭 단위로 환산하실 때의 주의할 점은..


거리 NM(노티컬 마일, 해상마일)은 주로 사용하는 육상마일인 1:1.609km..와는 다르게 좀 더 깁니다. 경도 1분에 해당하는 1.852km에 해당합니다.

그보다 작은 거리 yds(야드)는 1마일 기준 2,000yds로 표시됩니다.

속력 kts(노트)는 1시간에 배가 1마일을 진행한 거리의 속력을 말합니다.


그외 패덤이나 피트도 있지만.. 작중에선 없으니 생략



4-2. 타수명령 및 기관명령


 작중에서는 (Left,Right)Standard Rudder, Hard Rudder, Full Rudder 등이 나오는데, 이를 한국어로 옮기면 표준타, 전타, 비상타가 되겠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타(마치 자동차의 핸들)을 몇도의 각도로 돌리는가에 대한 명령입니다.

타수는 당직사관의 지시대로 그대로 복창하며 타를 조작한 후 보고합니다. 차례대로 좌우15도,25도,32도(정도)로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Meet her!는 현재 돌아가고 있는 함의 방향을 정지시키기 위해서 반대편으로 타를 돌린 후, 원침로를 유지하라는 명령에 가깝습니다.

현역때는 저도 잘 받지 못한 명령입니다. 키 바로는 0도 위치에 놓습니다.


기관명령으로 쓰이는 all ahead slow, two-thirds, standard, full, 는 그만큼의 속력을 내라는 기관전령기의 단위를 나타냅니다. 각 함정마다 전부 달라서 한글로 옮기기엔 ^^;

양현 (좌우 모두) 앞으로 (ahead,뒤로 astern) 전속 (full) 정도로 해석이 되겠습니다.


침로는 현재 배가 향하고 있는 방향, 코스를 말합니다. 역침로라고 하면 정반대인 180도를 더한 방위를 말하겠죠.



4-3. 함수, 함미 그리고 우현, 좌현


 함수는 말 그대로 배의 머리를 일컬으며 함미는 꼬리의 위치에 해당합니다.

우현은 배의 오른편, 좌현은 왼편이겠지요. 방향 곳곳마다 부르는 명칭은 정말 다양해서.. 최소한으로 간단하게 옮겨보자면 이렇습니다.



4-4. 태세 설정


 Set condition 1,2,3급은 현재 배가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서 유동적으로 변하는 대비태세입니다. 미해군에선 1로 갈수록 최대한의 방어를 갖추도록 합니다.

1급- 전투배치 이 명령이 전달되면 모든 함 인원이 최대한 빨리 정해진 위치로 배치해야하고 모든 무장과 장비가 이때 만전으로 준비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게끔 미리 정해진 곳의 문등을 폐쇄합니다.


2급- 중간태세 전투배치로 이행하는데 중간 과정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3급- 대기태세 또는 전투순항 상황이 종료되고 완화된 대비태세입니다. 작중에선 전투가 끝나 이때 식사배급을 명령합니다.


4-5. 시각신호


 해군에서 자주 사용하는 전통적인 신호통신으로 기류신호, 발광신호가 있습니다. 영화 초반부에 나오는 항공기 교신장면이나 다른 함정들과의 발광신호는 

영어 알파벳에 해당하는 모르스 부호로 옮겨 빛으로 나타낸 신호입니다. 탐조등에 핸들이 달려 손으로 닫았다 열었다 하면서 한 글자씩 송신합니다.

무선 라디오를 사용하지 않아 주야간에 보안성을 유지하기 위해 평상시에도 자주 사용합니다. 단점으로는 거리가 멀어지거나 방향이 틀어지면 송수신이 곤란해집니다..  

제가 일했던 조타에서는 보통 미군은 직별을 나눠서 하는 시각신호와 항해보좌 업무를 동시에 가르쳐서 배울 게 너무나 많았습니다 ^^



 제 제작물이 감상에 도움이 되시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더욱 나은 자막이 되기위한 지적과 조언 감사히 받겠습니다.

끝으로 도움을 주신 정 중사님, 군사마이너갤러님들, 지금도 바다와 하늘에서 일하시는 해군전우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