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서부전선에서의 참호전 양상과 새로운 군사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많은 사람들은 더 이상 기병에게 어떠한 군사적 효용성도 없다고 생각하였다.


러시아 제국군에서 기병장교였으며 러시아 내전에서 백군(白軍)으로 참전하였던 V.S. 리타우에르(Vladimir Stanislavovitch Littauer)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어떻게 기병이 “단순한 정찰임무나 패주한 적들을 뒤쫓는 임무에나 가끔 투입될 정도로” 그 역할이 축소되었는지를 훗날 회상하였다.제1차 세계대전과 혁명 발발 이후 러시아에서 적군(赤軍)과 백군간에 벌어진 러시아 내전은 기병과 관련해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선이 광대한 것과 아울러, 깊게 제형 편성된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을 만큼의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하였기 때문에, 양측의 전선은 언제나 방어선이 긴데 반해 종심은 매우 얕았다. 이러한 전선 형태는 기동전을 수행하기에 유리하였고, 제1차 세계대전과는 달리 방자(防者)보다는 공자(攻者)에게 훨씬 유리하였다. 양측 모두에게 예비 병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방자의 방어선 중 병력의 밀도가 떨어지는 부분을 겨냥해 소수의 병력만으로 수행하는 공자의 돌파나 측면기동마저도 방자에게는 대재앙이 되기도 하였다.


러시아 내전이 양측의 대규모 기병에 의한 기동전의 양상을 띠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특징에서 기인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과 다르게방어선의 측면이 계속 노출되는 러시아 내전에서, 기동력과 타격력을 지닌 기병의 군사적 효용성은 높을 수밖에 없었다.


내전 초기 압도적인 기병병력을 이용한 백군의 기동전으로 인해 연속적으로 패배를 경험했던 적군 지도부는 제1차 세계대전의 경험에 집착함으로써 기병의 작전능력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고, 기병 육성과 그 운용에도 극히 소극적이었다. 적군 군사인민위원장레프 트로츠키(Lev Trotsky)는 내전 이후 적군 기병 발전의 주요인물로 자임하였음에도, 내전 초기에는 기병이 군사적 “중요도 면에서 삼류병과”일 뿐이라고 판단하였다. 


그가 보기에 “기병은 기본적으로 가장 후진적인 병과이다. 기병의 구조와 전투 방식은 지난몇 세기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예컨대, 오늘날 코사크의 습격방식은 16세기나 17세기의 그것과 똑같다.” 이는 어느 정도 볼셰비키가 가지고 있던 이념적 성향과 러시아 제국군에 대한 혐오와함께, 트로츠키에 의해 적군에 편입되어 트로츠키의 측근에서 복무하고 있었으며 제1차 세계대전 동안 새로운 군사기술을 직접 목격하였던 제국군 출신 적군 지휘관들(즉, ‘군사 전문가들’)의 인식을반영하고 있었다. 즉, 그들이 볼셰비키였든 아니면 제국군에서 장교로 복무하고 있었던 군사 전문가들이었든지 와는 상관없이, 모스크바의 적군 지휘부에게 기병은 군사적인 가치가 사라진 반동적이고 구시대적인 병과로 보였다.


이 ‘정규’ 기병대의 창설을 요구하는 와중에도, 트로츠키는 다음과같이 그러한 요구들을 묵살하고는 하였다. “우리에게 기병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제국군 기병대의 고향은 스텝지대였고, 코사크들은 바로 그곳에 정착했다. 스텝지대는 반(反)혁명의 온상이다. 기병은 가장 반동적인 병과이며, 가장 오랫동안 전제정을 떠받치던 병과이다.” 트로츠키를 비롯한 모스크바의 적군 지휘부의 기병에 대한 이러한 태도와 인식은, 1919년 중후반 백군 기병의 전략적 운용과 이로 인한 적군 남부전선의 붕괴에 직면했을 때에야 변하기 시작하였다.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러시아의 사회경제적 낙후성을 강조하면서,‘시대착오적이고 구시대적인’ 기병이 큰 역할을 하였던 러시아 내전이 이를 반증한다고 생각하였다. 결국 이러한 생각은 내전 이후 스탈린 등을 중심으로 한 일군의 기병지휘관들이 선진적인 기계화계획의 주창자들에 반대해, 심지어 그들에 대한 숙청을 자행하면서까지 군사적으로 전혀 무가치한 기병을 유지하였다는 ‘편견’으로 이어졌다. 본고는 기병이 러시아 내전에서 핵심 병과로 재등장하는 과정과 그 운용상의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본고의 첫 부분에서는 러시아 내전에서 적군 기병이 어떻게 탄생하였는지를 살펴볼 것이며, 두 번째 부분에서는 러시아 내전에서의 적군 기병 운용상 특징을 기동과 화력의 결합, 보병과의 공조, 전략 목표에 대한 기병의 대규모 운용 등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꼐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