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백일휴가 복귀하자마자 연평도 포격사건 터졌던 썰이 반응이 좋아서, 어제 한꺼번에 쓰려다 너무 길어져서 못 쓴 군대시절 썰을 하나 더 풀까 함.
본인 소개를 간략하게 한번 더 하자면 10년 여름 춘천의 102보충대에 입대했고, 27사단 이기자부대에서 60mm 박격포병으로 복무했음.
대략 어제 풀었던 썰에서 명지령 어쩌고 얘기 나왔을 때 감 잡은 분들도 있었으리라 예상되는데 그냥 시원하게 풀어놓음.
전입 이후 상병 때까지 우리 중대장이었던 사람은 학사장교 출신의 말년 대위였음. 원래 장기를 원했고 헬기 조종사가 꿈이었다는데, 장기 탈락하고 전역만 하루하루 남겨놓은 말년 중대장은 심지어 대대 내에서 짬도 최고라서 대대에서 작업 같은거 차출할 때 그냥 빱으로 밀어붙인 덕분에 중대원들 입장에선 편했음. 성격도 굉장히 쿨한데 말년이기까지 하니까, 유도리가 하해와 같았음.
아마 백일휴가 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자대배치를 받고 부모님이 면회를 오시겠다 하심. 부모님과 면회 외박을 나가자고 하시는데, 대뜸 가평에 있는 삼촌(작은아버지)댁에 가자고 하시는거. 삼촌이 간암으로 투병 중이셨고 어릴적부터 날 예뻐했는지라, 날 데리고 삼촌에게 가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부대가 화천이고 위수지역이 춘천인데 위수지역 벗어날 수도 없는 노릇.
근데 아버지는 순진하시게도 '중대장님한테 말씀드려봐~' 하시니.... 짬찌 이등병이 어딜 감히 외박 점프를 뛰겠다고 중대장한테 말을 할수 있겠음.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시라고 전화를 끊었는데, 한시간쯤 있다가 중대장실로 호출이 옴. 속으로 아버지 사고치셨구나.... 괜한 소리를 하셨구나.... 하면서 도살장 끌려가는 기분으로 중대장실로 갔음.
중대장 曰 "삼촌이 가평에 계시다고?"
본인 曰 "네 그렇습니다. 저는 위수지역 벗어나는건 안된다고 그렇게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중대장 曰 "갔다 와.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내가 대대장님한테 말씀 잘 드릴게."
본인이 면피를 위해 최대한 짜내고 다듬어서 준비하고 있던 변명을 채 마치기도 전에 중대장이 쿨하게 가평 갔다오라고 함. 나중에 대대장님이 개인적으로 해줬던 얘긴데, 신병 가평으로 면회외박 보내겠다고 너무 쿨하고 당연하듯이 보고하길래 하도 어이가 없어서 '왜?'라고 물을 생각도 못했다 하심. 역시 말년의 깡따구란....
그렇게 쿨한 형님이었던 중대장이 전역하고 새로 부임한 중대장은, 3사관학교 출신이지만 진급욕망에 이글이글 불타는 엄청난 양반이었음. 기어코 별을 달고야 말겠다는 또라이라고 중대원끼리 소문이 파다했었는데, 소문대로 진급을 위해 중대원들을 아낌없이 희생시킬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는 어마어마한 ㅆ놈이었음.
근데 문제는 이 양반이 우리 중대가 전투중대 중대장 첫경험이라는거. 그전에는 신교대에만 있었다고 함. 그러다보니 전투중대에서 필요한 실무경험 내지는 유도리, 적당한 뺑끼 같은건 전무하다시피 했음. 하도 빡빡하게 FM만 따지면서 중대원들 못살게 굴어대니 한두달도 못 가서 중대원들은 물론이고 간부들에게까지 인심을 잃었고, 하필 분대장 달고서 중대장과 이래저래 엮일 일이 많아진 본인 입장도 매우 피곤해졌음.
하루는 훈련을 앞두고 훈련참가인원을 보고했는데, 포반에 이등병 하나가 무릎이 수술을 몇번씩 받고 상태가 영 메롱했음. 애는 성실하고 싹싹해서 괜찮았는데, 무릎 때문에 외진을 몇번씩 갖다와도 춘천병원 놈들이 다 그렇듯이 차도가 없어서 한창 상태가 안 좋았던 시기였음. 그래서 당연히 그 이등병은 훈련 열외로 잡고 보고를 올렸음. 그런데 중대장실에서 콜을 때림.
중대장실로 갔더니 대뜸 훈련인원 보고를 뭐 이따위로 하냐고, OOO(이등병)이는 왜 훈련열외냐고 소리침. 걔는 무릎이 어쩌고 저쩌고 설명을 하는데 내 말을 싹둑 잘라먹고선 분대장이란 새끼가, 분대원들을 어떻게든 다독여서 훈련을 뛰게 할 생각을 해야지, 무릎 좀 아프다고 열외하면 훈련은 누가 하냐 뭐 이러면서 ㅈㄹ을 함. 그러면서 분대원이 뺑끼를 쓰는데 분대장이 장단맞춰 주냐는 둥 별의별 개소리가 버라이어티하게 나오기 시작함.
그렇잖아도 중대장 마뜩찮았는데 부하에 대한 질책이나 훈계가 아닌 내 인격까지 콕콕 찔러대고 그 이등병까지 뺑끼쓰는 폐급 취급하니까 머릿속에서 인내심이 뚝 하고 부러짐. 그래서 말씀이 너무 지나치시다고, 지금까지 분대장으로서 분대원들 관리 소홀하지 않았고 OOO이는 꾀부리는게 아니라 정말 상태가 안좋은거라고, 저희 포반 입장에서도 인원이 부족해서 한명이라도 부족하지만 OOO이 몸상태 고려해서 열외한건데 왜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냐고 맞받아쳤음.
지금 생각하면 미친거지....ㅋㅋㅋ 솔직히 하극상으로 영창가도 할말 없는건데 그땐 쌓이고 쌓였던게 폭발해서 다다다다 쏘아붙이듯 풀어놓음. 당연히 중대장 빡쳐서 뭐 이딴 새끼가 다 있냐고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언성을 높이냐고 난리가 났는데.... 행보관이 중대장실 밖에서 듣고 있었는지 그 타이밍에 들어와서 내 등을 떠밀고 나가면서 자기가 혼내겠다며 중대장실 문을 닫음. 중대장은 당연히 중대장실 안에서 계속 ㅈㄹ하고....
행보관이 간부연구실로 날 데리고 들어가더니 임마, 너 아무리 그래도 중대장님한테 그러는거 아냐. 정도로 가볍게 타박하고 별 소리 안하심. 뭐 중대 안에서 간부들이 하나같이 마뜩찮아 하는데 행보관 입장에선 얼마나 중대장이 같잖아 보였겠음? 전임 중대장 시절엔 중대장이랑 행보관이랑 의견 어긋나는 꼴을(최소한 공개적으론) 볼 일이 없었는데 신임 중대장이랑은 사사건건 으르렁 대는 모습이 병사 눈에도 보였을 정도니 대충 감이 올거라 봄.
뭐 본인이 군생활이 폈다면 핀거고 꼬였다면 꼬였다곤 할수 있는데 일병 말에 분대장을 달았음. 맞선임이 갑자기 부사관 지원하며 빠지는 바람에 10개월 선임이 맞선임이 되어버리면서 중간에 붕 떠 버린거.... 그래서 다른 소대 선임들한테 포반 좆됐다고, 일병 따위가 분대장이라고 비아냥도 많이 듣고 본인이 원체 남한테 싫은 소리 못하는 성격인데 포반에 후임들은 하나같이 개성이 강했는지라 평소에도 행보관이 나를 좀 안쓰러워 하긴 했음. 그래서 나를 혼내지도 않고 얼추 자리만 피하게 떼어놓은거.
훈련이 뭐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우리 대대 작계지에서 기동하는게 있었음. 작계지야 진지공사나 대침투 같은거 할때마다 가는 곳이라서 우리들은 꽤 익숙한 곳이었고 훈련 자체도 빡센 훈련은 아니었음. 대신 작계지가 산에 있다보니 기동하려면 산을 타고 오르락 내리락 해야 했음. 근데 하필 훈련 앞두고서 중대 무전병 둘 중에 하나가 미루고 미뤄왔던 휴가를 썼고, 남은 한명은 훈련 하루 이틀 전엔가 다쳤었나 뭘 어쨌었나 암튼 작계지 기동하는 날 중대 무전병이 모두 공석이었음. 그래서 포반 분대장인 본인이 대타로 99k를 짊어지고 중대장을 따라가야 했었음. 아마 실제로 99k로 통신할 일은 없었던걸로 기억함. 그러니까 나한테 무전기를 맡겼겠지만....
근데 중대장 이 양반이.... 지도를 볼 줄 모름. 상상이나 되심? 2차 중대장이고 대위라는 양반이 지도를 볼줄 몰라서 멀쩡히 지도에 표시된 기동로를 못 찾고 이 길이 아닌가벼? 이랬던거임. 그래서 본인이 참참못해서 "중대장님, 여기로 가야합니다."라고 가르쳐줬는데 표정은 당연히 개 썩어있었음. 근데 그 성격 더럽고 자존심만 센 중대장이 너 지금 누구 가르치는거냐고 ㅈㄹ할만도 한데 그냥 고분고분 내 말을 들었을 정도였으니 본인도 어지간히 쪽팔리고 창피했었나 봄....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잘 했다는 소리 들을지 감이 안 잡히는데.... 암튼 신임 중대장은 전역 후 일절 볼 일도 연락할 일도 없지만 전임 중대장은 지금도 안부 묻고 그러는 사이임. 나중에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보면서 생각해보니 신임 중대장이 소블대위였고 전임 중대장은 윈터스까진 못 되어도 미한 중위? 정도 포지션은 되지 않을까 싶음.
나도 이기자사단이고 81mm 박격포였고 군생활 시기도 비슷하네 반갑네
성격좋은장교와 무적불패황군장교 ㅋㅋ - 시진핑개새끼
대단하다! K-소블!
보통 보면 부하들 쥐잡듯이 잡아대고 아주 꼬장 꼬장하고 지 욕심만 차리는 간부들 보면 정작 본인 업무 능력이나 작전 능력은 별반 기대할게 못되는 경우를 많이 봄.
ㅇㅈ. 사이언스임
본인 업무능력이나 작전능력이 형편없는걸 아니까 꼬장 꼬장하고 지 욕심만 차리게 아닐까???
일잘하고 주제파악할줄아는 간부들은 지휘관 최대한 짧게하고 참모자리감 참모쪽 커리어가 좋을수록 진급하기 수월하거든 애매하게 지휘관자리에서 지랄하는애들은 주제파악도 못하고 진급루트도 제대로 탈줄모르는거임
캡틴 소블?
3사 출신은 뭐 성격을 칩으로 때려박냐? 내 소대장도 씨발 3사 출신인데 꼬장 존나 부리고 병사들이랑 사이 안좋았는데ㅋㅋㅋㅋ
그 소대장 3사 동기도 병사들이랑 사이 존나 안좋았었음 ㅋㅋㅋ
슬프지만 3사관학교 자체가 에초에 인풋이 안좋아 ㅠㅜ
군대안가면 굶어죽을 좆잡대새끼들 긁어가는거라 솔직히 인풋다양한 ROTC한테도 밀린다고 생각함
실제로도 진급 보면 육사 >>>>>학군>>삼사 >>>>>>>학사 아니냐?
육군 간부들은 왜 하나같이 지도를 처 못보는거임? 난 해군출신인데 해도 못읽는 장교는 없었음
해군장교야 맨날 배타고 해도보면서 항해하지만 육군은 보직따라 몇년씩 지도 근처에도 갈일이 없는경우가 꽤 많음. 생도때 머리 박히게 케치하고 학습한 유능한 사람 아니면 5~7년 현장떠나있다가 지도보면 바보 되는거임. 물론 특히 능력이 떨어지는 부류기는 하지만...
별달겠다는 새끼가 지도도 못보면 말다한거 아니냐?
대위가 독도법을 못하는게 이해가 안된다 ㅋㅋㅋ
대대장 앞에서도 태연자약 ㄷㄷ
윈터스와 소블